(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대입 수능시험 문제집, 참고서, 대학 교재 등의 전문서적을 점자(點字)로 만들기 어려워 시각장애인의 향학열이 꺾이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이들 전문서적을 파일화해 전국 각 지역에 있는 점자도서관에 제공하면 점자 서적을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시시각장애인연합회와 울산점자도서관은 대학 수학능력시험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비롯해 대학과 대학원 전공 교재 등과 같은 전문서적의 경우 점자로 된 것이 부족하다고 3일 밝혔다.

시각장애인연합회 등은 현재 점자도서관에 갖춰진 점자 서적은 주로 교양서적이나 소설이 많으며, 대입수능 문제집, 참고서, 대학 교재 등 전문서적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의 요청이 있으면 점자 전문서적을 만든다.

그러나 점자 책을 제작하는 과정이 워드 작업→원본대조→점자출력 교정→출력→점자출력 2차교정→제본 등으로 복잡하고 길다. 100쪽짜리 점자도서 한 권을 만드는데 한 달 이상 걸릴 때도 있다.

게다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없으면 점자 책을 만들 수가 없어 자원봉사자 모집 기간 등을 합치면 시일이 더 소요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해마다 바뀌는 대입 수능 문제집과 참고서, 교재를 미리 알 수 없는 대학이나 대학원의 전공 교재를 제때 만들어 시각장애인에게 보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길환 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점자 책을 제작하는 과정 중 워드 작업과 원본대조 과정을 줄이는 길은 교재를 출판할 때 한글파일로 저장하고 그 파일을 점자도서관에 제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 책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점자 책, 두 번째는 녹음도서, 세 번째는 전자 파일이다.

전문서적을 파일로 제공하면 그 파일로 점자 책을 만드는 과정을 줄일 수 있고, 또 컴퓨터를 통해 전자파일로 변환하면 책 내용을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박 회장은 "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니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강하기 전에 어떤 교재를 사용할 것인지 미리 알려주면 점자로 된 교재를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강하고 나서 교재를 알려주면 교재를 점자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업 진도를 전혀 맞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인 울산점자도서관 이만주 팀장은 "4일은 한글 점자 '훈맹정음'의 탄생을 기리는 제85회 점자의 날이다"며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있으면 시각장애인이 더 나은 환경에서 수준 높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leeyoo@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