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데이(Purple day)란 말 그대로 보라색의 날이다. 3월 26일이 세계적으로 퍼플데이이다. 퍼플데이는 캐나다의 뇌전증 장애소녀 캐시디 매건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캐시디 매건은 2008년 3월 26일 하루 동안 보라색 옷을 입고 뇌전증을 알리기 시작하자, 이를 접한 캐나다의 노바스코시아 간질협회와 뉴욕 애니타 카우프만 재단이 동참해, 2009년부터 3월 26일을 퍼플데이로 지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라벤더. ⓒ네이버 백과

퍼플데이가 보라색으로 지정된 이유는 보라색 꽃인 라벤더가 뇌전증의 국제적인 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보라색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의 뇌전증 장애소녀 캐시디 매건은 퍼플데이에서 뇌전증이 여러 질환중의 하나이며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른 뇌전증 장애인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시작하였다고 한다.

뇌전증(腦電症)은 뇌 신경세포에 가해진 전기 자극으로 일시적인 경련이나 발작이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뇌신경 세포의 불규칙한 흥분에 따른 뇌에 과도한 전기적 신호 발생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서는 15가지 유형의 장애로 분류하고 있는데 2003년 7월 1일 「장애인복지법」 개정에서 ‘간질장애인’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간질이라는 용어가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심하다하여 2014년 6월 30일 뇌전증(腦電症)으로 변경되었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심한 장애인은 만성적인 뇌전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연 6회 이상의 발작이 있고,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연 3회 이상의 발작이 있는 경우이다.

현재(2019년 말) 등록장애인은 2,618,918명인데, 이 중에서 뇌전증 장애인은 남자 3,855명, 여자 3,199명 합계 7,054명이다. 부산의 경우(2019년)에도 등록장애인 175,378명 중에서 뇌전증 장애인은 535명으로 0.3% 쯤 된다.

간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여 뇌전증이라고 용어가 변경되었지만 사회적 편견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는지 의료계에서는 뇌전증이 30만 명 쯤 된다고 추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등록은 꺼리는 모양이다.

언론이나 드라마 등에서도 ‘땡깡’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땡깡’이라는 용어를 접할 때마다 참 씁쓸하다. ‘땡깡’이라는 용어가 일본어여서가 아니라 ‘땡깡’이라는 말이 일본어 '덴캉(てんかん)‘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일본어 ‘땡깡’은 전간(癲癎) 즉 간질이라는 말인데 사람들은 걸핏하면 ‘땡깡 부리다’도 사용하고 있어 한심할 정도다.

뇌전증으로 경련·발작하는 이은혜. ⓒJTBC

지난해 8월 JTBC 드라마 ‘모범형사’에 뇌전증이 나오는데, 뇌전증 장애인 이은혜가 경련

부산역 광장에서 퍼플데이 캠페인. ⓒ이복남

김정철 소장은 퍼플데이 뿐 아니라 평소에도 뇌전증에 대한 이해와 인식개선 등을 위해서 지하철 등에서도 안내 홍보를 하고 있어서 가끔은 뇌전증 가족으로부터 상담전화가 온다고 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취직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서 장애인등록을 못하고 있단다. 김정철 소장은 만약 뇌전증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가 경련

참여 시민에게 퀴즈문제를 내는 김정철 소장. ⓒ이복남

퍼플데이는 보라색의 날이지만 아직은 재정이 여의치 못해 보라색 옷은 준비하지 못했고 그 대신 준비한 패널과 탁상용 캘린더 등이 보라색이었다. 김정철 소장은 부산역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퍼플데이 관련 퀴즈문제를 내고 맞히면 준비된 선물을 주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선물은 캘린더 마스크 텀블러 손소독제 등 다섯 종류인데 퀴즈문제의 답은 주변에 비치된 패널에 써져 있어서 대부분이 다 맞혔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패널을 읽어보고 뇌전증을 맞혔지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뇌전증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김정철 소장은 뇌전증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간질은 아십니까? 간질도 잘 모르신다면 지랄병은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어르신들도 “지랄병”은 알고 있었다. 김정철 소장은 “예전의 지랄병이 뇌전증으로 변경되었다.”고 설명했고 그제야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들은 마스크나 텀블러 등 선물을 받으려고 퀴즈문제에 참여했겠지만 그분들에게 뇌전증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큰 홍보효과가 아닐까 싶다.

김정철 소장은 뇌전증에 관한 인식이 나아져서 부산에서도 하루빨리 뇌전증협회가 설립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뇌전증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 시간이 하루 3~4시간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시간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뇌전증장애인은 바우처 택시인 자비콜은 안 되고 두리발(콜택시)을 이용해야 하는데 두리발을 이용하려면 활동지원사(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활동지원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는데 어떻게 활동지원사와 같이 두리발을 이용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캠페인에서 만난 활동지원사도 뇌전증장애인은 언제 어디서 경련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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