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약칭으로,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신조어다.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불행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그냥 삶일 뿐이다. 눈을 감았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므로. 어떤 연유로 눈을 감았든지 안마를 배워서 자격증을 따고 안마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안마사다.

안마사 경로잔치. ⓒ이복남

사람은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나이를 먹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8년 전 당시 대한안마사협회 부산지부(이하 부산안협) 박영우 회장이 경로잔치를 시작하여 안마사들에게 소확행을 안겨 주었단다.

처음에는 뷔페에서 개최하여 그야말로 먹고 마시고 노래하는 경로잔치였는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2년 동안이나 개최되지 못했다. 올해는 거리두기 등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뷔페에서는 못하고 지난 24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경로잔치이므로 65세 이상 안마사 90여 명을 비롯하여 봉사자 50여 명 등 150명 가까운 분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사회를 보는 강덕모 사무국장이 진행순서와 내빈소개를 했다.

시각장애인 단체는 시각장애인연합회와 안마사협회가 있는데 시각장애인연합회는 모든 시각장애인이 회원이고 안마사협회는 안마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직능단체다. 그리고 안마사협회의 양대 산맥은 맹학교 졸업생과 수련회 졸업생이다.

이남구 회장과 김복명 연합회 회장 인사. ⓒ이복남

허석 부산맹학교 동문회장과 권용생 수련회 동문회장이 참석했다. 내빈 소개가 끝난 후 부산안협 직원이 참석자 모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일반적인 다른 행사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풍경이었다. 참석자들이 앞을 보지 못하기에 누가 참석했는지 알지 못하므로 참석자들의 이름을 불러서 알리는 모양이다.

이남구 회장의 인사를 하고, 부산 시각장애인연합회 김복명 회장이 축사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노래자랑에 나갈 사람은 신청하라고 했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제비뽑기를 한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인원은 15명 정도라고 했는데 17명을 추첨으로 선발했다.

색스폰 연주 등 사전 행사. ⓒ이복남

제일 먼저 주최 측에서 마련한 이벤트 회사에서 장고 난타 공연이 있었다. 난타 공연은 찔레꽃 등을 연주했는데, 흥이 난 몇몇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서 춤을 추었다. 이어서 부산안협의 안병환 씨가 색소폰 연주를 했다. 안병환 씨는 군악대 출신이라고 했는데 테스 형 등을 불렀다. 사람들은 여전히 무대 앞에서 춤을 추었고, 주최 측에서 노래자랑을 준비하는 동안 이벤트 회사에서 장구춤을 추었다.

노래자랑은 추첨으로 17명을 뽑았는데 김귀옥 김영선 이사와 안병환 안마사협회 회원이자 음악전문가가 심사를 한다고 했다.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이 가사를 외우고 있겠지만, 무대 앞에는 노래방 기기를 갖다 놓았다. 저 화면은 누가 보는 걸까? 옆에서 봉사자가 불러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화면을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애모, 일로일로 등 노래 몇 곡이 끝나자 2부 행사 사회를 맡은 박기관 복지위원장이 임원들에게 경품 추첨을 하게 했다. 시각장애인이라 나와서 추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추첨함을 들고 가서 추첨을 하게 했다.

노래자랑 출연자(1). ⓒ이복남

이 행사의 특이점은 경품에 꽝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품은 온누리 상품권 2만 원으로 시작했다. 6등 2만 원, 5등 3만 원, 4등 5만 원, 3등 10만 원, 그리고 2등과 1등은 온누리 상품권이 아니라 롯데백화점 상품권 15만 원과 20만 원으로 수여했다.

경품에 당첨된 번호를 가진 사람은 그 자리에서 손을 들고 있으면 봉사자들이 경품권과 상품권을 교환했다.

노래자랑에는 노래 대신 하모니카를 부는 사람도 있었다. 중간에 이남구 회장이 나와서 원점을 불렀다. 이남구 회장은 마지막에 신사임당 2장을 걸고 깜짝 퀴즈를 내겠다고 했다. 노래자랑 중간에 김귀옥 심사위원이 초청 가수로 무인도를 불렀다. 김귀옥 심사위원은 시각장애인 가수다.

마지막 출연자가 노래를 부른 후에는 디스코 타임을 가졌다. 모두가 나와서 한바탕 춤을 추었다. 마지막 발표를 하기 전에 이남구 회장이 예고했던 깜짝 퀴즈를 냈다.

노래자랑 출연자(2). ⓒ이복남

현재 부산안협의 회원은 624명인데 안마받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60대 안마사가 가장 편안하고 안마받기가 좋다고 하더란다. “부산안협의 60대 안마사는 몇 프로쯤 될까”가 오늘의 깜짝 퀴즈 문제였다. 이남구 회장은 주머니에서 신사임당 2장을 꺼내 각각 봉투에 담아 가장 근접하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했다.

단 임원들은 제외하고 했다. 임원들은 60대가 몇 퍼센트인지 이미 알고 있으므로. 일반 회원 중에 이름을 대고 퍼센트를 말하라고 했다. 20 30 35 40 등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는데 현재 부산안협의 60대 안마사는 34%란다. 그래서 가장 근접하게 맞췄던 35퍼센트 등 두 사람에게 각각 5만 원씩을 시상했다.

부산맹학교나 안마사협회 수련원 등을 졸업하고 안마를 시작하는 20대부터 30, 40, 50, 60, 70대의 안마사가 있는데 70대 안마사도 제법 된다고 했다. 이남구 회장이 경로잔치인 만큼 1등 경품은 제일 연장자가 추첨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82세의 ***회원이 1등을 추첨했다.

마지막으로 노래자랑 입상자를 발표했다. 총 17명이 출전했는데 인기상으로 장옥희 조현도 김성자 회원이 입상했다 그리고 가창상으로 김상용 박용수 회원이 수상했다.

몇몇 사람이 추첨에서 누락된 모양이라 경품권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앞으로 나와 달라고 했다. 6등으로 시상한다고.

이남구 회장, 김귀옥씨와 박용수씨. ⓒ이복남

필자가 행사가 끝나고 사무국장에게 입상자들이 따로 나와서 시상을 안 해서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더니, 사무국장이 다 시상했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 별거 아니고 시각장애인과 보는 사람의 차이인 것 같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은 시상하러 나오기도 불편하므로 앉은 자리에 봉사자들이 시상금을 전달했는데, 필자가 글을 쓰려니 입상자가 누군지 알 수 없었을 뿐이다. 보통의 경우 입상자 사진만 찍으면 되므로. 그래서 노래자랑 참가자가 17명인데 심사위원 김귀옥 씨 포함 18명 전원을 사진에 담았다.

입상자를 따로 가려내려면 부산안협 직원에게 확인해 보면 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없을 것 같았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경로잔치, 노래도 부르고 신나게 놀고 경품도 받고 즐겁고 행복했던 소확행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선배 안마사들의 노고와 헌신을 기리고 섬기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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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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