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인천지사 대리. ⓒ장애인생활신문

아침 8시, 정애 씨는 오늘도 가장 먼저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직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애 씨에게 부장님은 이례적으로 사무실 열쇠를 맡겼다. 이제는 익숙해진 사무실을 둘러보며 씩 웃는 정애 씨. 오늘로 이곳에서 근무한지 딱 한 달째다. 한 달이 지난 오늘이지만 늘 그래 왔듯이 정애 씨는 오늘도 마른 걸레를 축여 동료들의 책상을 닦고 마지막으로 따뜻한 커피를 내리며 곧 출근할 동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모 대학의 세무회계학과를 졸업한 정애 씨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중소기업청년인턴제도를 통해 회계법인에 사무보조원으로 취업했다. 간질장애를 가지고 있는 정애 씨는 공단을 찾아오기 전 스스로 취업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간질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진 인사담당자들은 그녀가 가진 능력보다는 장애를 이유로 그녀를 동료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거듭된 낙방으로 취업을 포기할 무렵 그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중소기업청년인턴제도를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회계사무소에 취업할 수 있었다. 비록 6개월 동안의 근무결과에 따라 정규직원으로 채용될 지 여부가 결정되긴 하지만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정애 씨로서는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곳에 아침마다 출근한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다.

하루를 사는 지혜

영국의 세계적인 극작가 버나드 쇼는 그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남겼다고 한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정한 인생의 기준과 목표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자책하는 말인 듯싶다. 얼마 전, 3년 동안 국가고시를 준비해 온 선배가 마지막 시험을 치렀다. “열심히 준비했고,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서 더 이상의 후회는 없다.”라고 선배가 말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스스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계획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애 씨는 요즘 컴퓨터 자격증 공부에 푹 빠져 있다. 인턴기간동안 달성해야 할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인턴을 마치고 정규직원으로 전환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했지만 불안에 떠는 대신 능력을 갖춰 더 좋은 곳으로 취업하기 위한 담금질을 시작한 것이다.

언젠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고등학생들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은 그 자체가 꿈이 아니고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준비에 불과하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취업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시작이다. 중요한 것은 취업에 이르는 태도와 과정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태도와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가짐이 ‘청년실업 100만 시대’를 살아가는 장애청년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눈을 돌리면 중소기업청년인턴제도를 비롯하여 장애인의 취업에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제도가 있다. 정애 씨와 같은 멋진 청년들을 더욱 많이 만나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중소기업청년인턴제도는 전국적으로 침체된 청년실업극복의 일환으로 노동부가 실시하는 사업으로 대학교, 협회 등 총 150여개 노동부 위탁기관 중에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유일하게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청년인턴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만15세 이상 만29세 이하의 장애인이면 신청이 가능하며 인턴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중소기업청년인턴제도를 통해 장애인은 직장생활 경험 및 정규직원 채용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인턴생을 고용하는 기업은 급여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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