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가 끝났다. 해외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아직 열리지 않았던 장애인들의 예술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조촐하고 조용한 축제로 끝나 왠지 허무한 기분마저 든다. 내가 실망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장애예술인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예술갗하면 늘 등장하는 단체, 늘 보던 예술가들이 거의 또 참여했을 뿐, 처음 보는 얼굴들이 별로 없었다.

왜? 장애인들은 예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니면 장애가 있는 몸으로 예술을 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 즉 예술의 기초를 다지지 못해서 아직 ‘예술갗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드물거나 신체적인 제약으로 인해 기술적인 예술 활동이 미비한 상태여서?

사실 비장애인들은 좋건 싫건 12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꾸준히 미술이며 음악 등을 공부한데 비해 장애인들은 그런 기초적인 예술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또 성인이 된 후에도 물리적, 경제적으로 예술교육에 접근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이란 건 연주하고 그리는 기술보다 작품이 주는 감동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장애인화가 ‘프리다 칼로’는 평생 자기의 고통을 화폭에 드러내 라틴아메리카 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가 되지 않았는가.

작년에 나는 문화예술위원회 사람들과 함께 수없이 국회에 드나들며 ‘장애예술인 지원금 예산’을 더 늘리기 위해 많은 의원들을 만났다. 비장애인에게 할당된 예술지원금에 비하면 장애인예술가 지원금은 너무 적어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장애인들이 무슨 예술이냐?’는 시선으로 보던 사람들, 특히 국회의원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더니 나중에는 문광부 의원이 아닌 의원들도 저마다 ‘장애인 예술’에 대해 한마디씩 언급했고 문광부장관도 장애예술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작년보다는 더 많은 장애인예술가 지원금이 만들어졌고 그 보다 더 큰 성과는 정부에서도 ‘장애인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럴 때 예술을 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나타나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이며 더 많은 지원금을 요구하고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적은 수로 장애예술가들을 위한 예산을 어떻게 늘릴지 걱정이 앞선다. 장애인체육 쪽은 벌써 2백억이 넘는 예산이 잡혀있고 장애인 전용체육관 건립까지 앞두고 있는데 장애인 예술 쪽은 이제 겨우 걸음마인 셈이다. 게다가 3~4년 뒤엔 전쟁 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으로 흡수되면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전에 장애인예술 지원금을 확보해 놓지 않으면 지원금 확충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다행히도 요즘 여기저기서 <장애인과 문화>, <장애인과 예술>이란 주제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잦다. 며칠 전엔 ‘배은주 국제예술단’ 단장님이 전화를 걸어, 작년하고 많이 달라졌다면서 이제 막 우리나라 장애인 예술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 각 장애인자립생활센터마다 음악이건 미술이건 문학이건 예술동아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런 동아리 사업이 우리나라 장애인예술의 기초가 된다면 복지관에서 양성하는 장애인 예술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몇 배 더 힘을 가진 강력한 장애인 예술운동의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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