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을 돌아보면 고진감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비록 힘들고 어렵게 보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6세에 실명을 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21세에야 입학을 했습니다. 뒤늦게 배운 점자와 공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제가 다녔던 그 학교에서 교감으로 일하며 퇴근 후에는 치료사로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건 제 힘으로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1957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안기리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6세 때 실명하였으나 가난으로 인해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했음은 물론, 더구나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입학의 기회도 갖지 못했습니다.

20세가 되던 해에 집이 수원으로 이사를 하였고 이듬해에야 현재 재직 중인 인천혜광학교 초등부에 서류를 낼 수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한참이나 늦은 입학이었지만 저는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가슴이 뛰었습니다. 오히려 늦은 만큼 더 많은 시간을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점자가 느린 탓에 이런 저런 공부를 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아 식사를 하건 화장실에 가건 언제나 점자책을 들고 다니면서 부족한 점자실력을 키웠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침 청소당번에 늦을까 봐 수원서 인천 가는 첫차인 4시50분 전철을 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인천과 서울, 대구 등지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도 수원에 있는 교회에 주말이나 방학에 꼬박꼬박 나가면서 반주를 도맡아 하기도 했습니다. 교회에 오시는 분들이 그런 제 연주에 격려를 보내 주셨고 그 덕에 더욱 성실히 신앙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가정형편상 대학등록금이 없어서 진학을 말리는 가족들에게 제가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겠다고 고집하여 마침내 제 첫 꿈의 실현지인 대학에 늦은 나이지만 당당히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뒤늦은 공부와 학창시절이지만 제겐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했고 누구보다 소중하고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으며 약속대로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대학 4년 등록금을 대신했습니다.

대학졸업 후에는 제가 다녔던 이 학교에서 다시금 사회생활의 고리를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인연이 계속 이곳으로 저를 불렀나 봅니다. 모교에서 이료, 직업교사로 재직하면서 후진 양성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실습시간 학생들의 실력을 위해 안마와 침을 가능한 많이 받아주다 몸살이 나서 아픈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나아지는 후배들을 보면서 가슴 벅찬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울러 임상실습실을 활성화시켜 외부환자들이 멀리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학생들이 다양한 치료경험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한 번은 퇴학의 위기에 있던 제자 4명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여 선처를 구하기도 했고 학생부 담당교사로 있을 때는 처가인 경남 함양에 학생들을 데려가 도시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시골체험을 갖게 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명선목 교장선생님을 곁에서 보좌하면서 제가 꿈을 키우고 또 이제는 실현해가고 있는 이 학교의 발전을 위해 늘 기도하며 힘쓰고 있습니다.

성인 중도실명자를 위한 이료재활반, 이료전문과정인 전공과, 외부환자들을 치료하는 임상치료실의 활성화 등 이러저러한 일들이 결실을 맺으면서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언제나 감사하며 만족할 수 있는 오늘이 저는 참 좋습니다.

신체적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장애를 장애로 보는 마음의 장애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장애로 인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마음이 진정한 장애겠지요. 내 스스로 나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며 주어지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이 가장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제 직장과 제 삶을 위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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