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인천을 빛낸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힘든 훈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이들이 건 메달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것. 인터뷰마다 선수들은 더욱 힘내겠노라는 당찬 메시지를 전달해줬다.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겨루고 싶어”

채경완 선수 / 4관왕

꿈의 4관왕을 이룬 채경완(청각) 선수, 역시 최강자였다. 어려서 심한 열병을 앓아 청력을 잃은 채 선수에게 달리기는 희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무수한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던 그가 올해 전국장애인체전에서도 남자 100m DB, 남자 200m DB, 남자 400m DB, 남자 1X400m DB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4관왕을 이뤘다.

채 선수는 지난 타이페이 농아인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안타까움이 앞서 이번 체전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대회 준비로 힘든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과의 싸움이죠. 힘들지만 참고 견디면 아무리 높은 벽이라도 넘을 수 있는 것”이라며 다부진 의지력을 뽐냈다.

이번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채 선수는 안타까운 점도 있다고 했다. 여러 국제대회에 비해 국내대회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했다.

“지난 타이페이 농아인올림픽만 해도 청각장애 선수들을 위해 총 신호 대신 불빛 신호를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국내 대회는 깃발 신호로 대신하기 때문에 출발할 때 어려운 점이 있어요. 또 경기장 곳곳에 수화통역사들도 배치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채 선수는 오는 10월 20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승부를 겨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첫 출전에 한국 신기록 세 개나 세워

전미석 선수 / 3관왕

“기쁩니다. 처음 출전해 금메달을 세 개나 목어 걸다니 영광이에요.”

전미석(지체) 선수는 올해 전국장애인체전에 여자 포환던지기, 여자 창던지기, 여자 원반던지기 3종목에 첫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전 선수는 여자 포환던지기에서는 4.57m, 여자 창던지기에서는 9.53m, 여자 원반던지기에서는 12.96m로 한국 신기록을 모두 세우는 영광을 안았다.

“연습했던 제 기록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요. 하지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을 목에 걸다니 정말 기뻐요.”

전 선수는 실내조정 선수였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육상 필드로 바꿨다고 한다. 전 선수는 실내조정과 육상의 차이점을 묻자 실내와 실외라는 점이 가장 크게 다르다고 했다.

“조정 같은 경우에는 실내에서만 했었는데, 육상은 햇빛을 보고 많은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다보니 기분 전환도 되는 것 같아요. 더 긴장되고 더운 날씨 속에 훈련이 고되지만 육상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계속 육상 경기에 출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 선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좋은 기록과 타고난 실력 덕에 주위에서는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덕담도 쏟아졌다.

“힘든 점이야 있죠. 하루 종일 앉아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릎도 아프고 뜨거운 땡볕 아래서 훈련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어요. 힘들지 않은 운동이 어디 있겠습니까. 참고 견뎌내야죠.”

전 선수는 더 힘을 내겠노라는 말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해 늘 안타까워요”

송윤정 선수 / 성동학교

“부족한 저에게 늘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금메달을 목에 건 소감을 묻자 송윤정(청각) 선수는 수줍은 미소로 답했다.

성동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송 선수는 여자 높이뛰기 DB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송 선수는 고1 때부터 성동학교 선생님들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학교를 졸업하는 내년부터는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송 선수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성동학교 이찬정 선생님은 “지난해에는 체중이 늘어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올해는 윤정이가 체중을 줄여 더욱 노력했습니다. 늘 노력하는 모습이 예쁜 윤정이가 졸업 후에도 운동을 계속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송 선수는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연습할 때 기록이 좋지 않아 오히려 걱정을 했었다.”며 “대회에서는 기록이 잘 나와 높이뛰기에서는 한국 타이기록을 세워 기쁘다.”고 밝혔다.

송 선수와 이 선생님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방과 후 1~2시간 동안 이뤄지는 훈련이 너무 짧아 늘 안타깝다고 했다.

송 선수는 “늘 많은 도움을 주셔서 청각장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교장 선생님께도 이 기회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습이 부족해 아쉬워요”

강호용 선수 / 2관왕

남자 원반던지기 F13, 남자 포환던지기 F13, 남자 창던지기 F13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3관왕에 오른 강호용(시각) 선수는 올해 전국장애인체전 준비가 부족해 많이 아쉽다고 했다.

지난 87년부터 시작한 운동한 강 선수는 88년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눈 수술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89년 일본 고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등을 따며 저력을 과시했다. 그 후에도 강 선수는 세계 기록에 육박한 기록을 보유했지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고 했다.

다시 한 번 세계대회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떠하냐며 질문하자 강 선수는 “이제 나이도 많고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실제로 강 선수는 올해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2주간의 훈련 밖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연습할 장소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훈련할 시간조차 마음대로 내기 힘들었다.

“그나마 잡은 금 같은 훈련 시간이 있었지만 허리 부상으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데 무척 아쉽습니다.”

강 선수는 장애인 체육에 대한 지원이 최근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더욱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생계유지, 훈련, 포상 등에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생활신문 황혜선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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