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성 국회의원. ⓒ장애인생활신문

필자는 젊은 시절 한센병에 걸린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평생을 지독한 편견과 가난 속에서 살아왔다. 이 땅에 살면서도 제대로 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고 세상의 온갖 차별과 편견에 맞서 저항해야만 했던 질곡의 세월을 보냈다.

세월이 흘러 한센인 출신인 필자가 세계 최초로 국회의원이 될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지만 장애인들을 향한 뿌리 깊은 편견은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신질환자들이 느끼는 사회적 차별의 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신질환은 언제든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질병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약 4억5천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매년 약 466만 명이 우울증, 불안증, 적응장애, 편집증 등의 각종 정신과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들은 여전히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상담·치료에 대한 차가운 시선, 병력에 따른 직업선택권 침해, 보호 및 입원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가능성 등은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사회의 왜곡된 인식의 증거이자 성숙한 인권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숙제다. 무엇부터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상담 및 치료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 그동안 치료를 통해 정신질환자를 사회 속에 함께 살아가게 하기 보다는 병원에 격리·수용해 온 탓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사회저변에 깔려 있다. 정신질환 증세로 병원을 찾는 이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에 경미한 정신질환자들조차도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지 않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병을 키운다.

정신질환도 질병의 한 종류인 만큼 치료와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하며 환자 스스로도 부끄러워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응해야 한다. 정신질환이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왜곡되고 자극적인 보도행태도 지양돼야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병력에 따른 직업선택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위생, 안전 등과 관련된 특정직업군에서는 경미한 정신과 질환을 가졌거나 완치가 된 자에 대하여서도 자격 취득 접근을 완전 금지함으로써 수백만 명에 달하는 국민의 직업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따라서 포괄적인 면허 제한보다는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기준에 따라 질환의 경중을 감안하여 면허를 취득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신질환자 입원치료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가능성도 해결과제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강제입원이 91.6%에 달해 EU선진국이 12~15% 수준인 것에 비해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입원 후 주기적으로 계속입원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한 퇴원 비율이 2.7%에 불과하다.

미국과 같이 법원소속의 정신보건법률서비스단이 입원과정별로 참여?감독하도록 하는 등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1970년부터 시작된 정신건강의 날이 바로 ‘4월 4일’이다. 4자가 겹치는 날을 정신건강의 날로 정한 이유는 불운이 따르는 숫자라는 ‘4’라는 숫자에 대한 편견과 같이 그동안 정신질환도 사회적 냉대와 편견으로부터 고통 받아 왔지만 이러한 편견을 과감히 깨뜨리고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되찾자고 하는 취지라고 한다.

이러한 간절한 바람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정부는 국가정책으로, 민간에서는 캠페인으로, 환자와 가족들은 스스로의 벽을 깨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자. 이를 통해 장애와 차별 없는 사회, 인권과 권익이 보장되는 희망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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