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경 연수고등학교 2학년 9반. ⓒ장애인생활신문

고등학교 1학년 초반에 막연히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때마침 인터넷을 보다가 인천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가족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 우리 세 가족은 가족봉사단에 가입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각인 시각에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생활하는 인천광명원에 봉사를 하러 다니기로 신청을 했고, 그 후 2주에 한번 일요일 오후 광명원에 방문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광명원에서의 봉사활동은 어린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 놀이방에서 놀아주는 일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시각장애라는 큰 불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귀엽고 활기차게 놀고, 또한 나를 너무 잘 따라줘서 나 또한 재미있고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함께 놀아 주었다. 그리고 몇 개월 광명원에 방문하던 중 학생들이 볼 수 있는 점자책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회복지사 이금옥 선생님께서 점역봉사를 권하시기에 나의 워드 봉사는 시작되었다. 주로 학생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학습교재를 워드로 작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습교재, 그 중 특히 영어책 작업을 많이 했는데, 작업을 하며 나 또한 학습 효과를 가질 수도 있었다. 늦은 밤에 작업하는 것이라 가끔씩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의 잠깐의 노력이 점자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학생에게는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기에 게으름피우지 않고 거의 매일 했다. 올 들어 2학년에 올라와서는 작년만큼 작업을 많이 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일정시간 꾸준히 하고 있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전철을 타고 봉사활동을 가던 첫 날 나는 무척 겁이 났었다. 중학생인 동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마 은연중에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니 그런 생각들을 했던 내가 참 부족했고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봉사를 한 번 두 번 갈 때 마다 내 머릿속은 장애인에 대한 두려움 대신 장애인에 대한 연민과 배려심으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변에서 노약자 분들이나 장애인들을 봤을 때 무시하거나 피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자발적으로 도와드렸던 경험도 있다. 또한 이제는 장애인분들과 같이 다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장애인분들과 맨 처음에 함께 야외로 산책을 나갔을 때는 주위의 시선이 꼭 나만 보는 것 같아 무척 창피했지만, 이제는 그 분들과 편하게 대화하면서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산책 도중 그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말벗도 되어 드리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장애인을 대하는 배려심, 도와주려는 마음은 학교에서도 적용됐다. 반 친구 중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너무 조용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서고 말을 건넬 수 있는 용기가 많이 생겼다.

인천광명원을 알고부터 장애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많이 변화되었다. 내가 봉사하면서 만난 장애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시각만 잃었을 뿐이지 다들 정말 활발하고 똑똑했다. 특히 내가 교육보조를 맡았던 ‘탁종경’이란 나보다 한 살이 많은 형은 알고 있는 지식도 많았고 성격 또한 무척 좋고 특히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설계가 뚜렷했다.

현재 나의 꿈은 의사이다. 그 형의 말을 듣고 내가 나중에 의사가 되면 적어도 주말에는 직접 병원까지 오기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내가 장애인 시설에 찾아가서 의료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다짐한다. 이 다짐은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봉사활동은 평생 할 예정이다. 혹시 다른 직업을 가지더라도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봉사는 할 것이다. 내가 가진 직업으로 물질적 자산을 얻을 수 있다면 봉사를 통해서는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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