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후남 활동보조인. ⓒ장애인생활신문

허후남 씨(여·45)는 현재 양기운(남·50·지체장애 1급) 씨와 A군(11·발달장애 자폐성장애 1급)을 돕는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다. 활동보조인을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부터.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장애인분들과 가족처럼 친해졌다고 한다.

“양 선생님 어머니가 저를 더 좋아하세요. 가끔 전화통화하면 하늘에서 떨어진 딸이라고 제가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하고요.”

허 씨는 어릴 때 열병으로 장애인이 된 동생 때문에 평소에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막내 여동생이 청각장애인이에요. 여동생을 돌보며 오랜 시간을 보내다보니 제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었던 것 같아요. 활동보조인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거부감 없이 지원하게 됐어요.”

활동보조인은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는 역할을 한다. 휠체어 밀기, 가사지원 등 말 그대로 장애인들이 활동할 때 필요한 보조인이다. 허 씨는 활동보조인을 시작하면서 지역사회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것을 체험하게 됐다고 한다.

“활동보조인으로 첫 출근을 한 날이었어요. 또 처음으로 휠체어를 밀어본 날이기도 했는데요. 병원을 가려고 나섰는데 길가에 아주 작은 턱이 있었거든요. 저는 낮은 턱이기에 살짝 밀었는데 양 선생님이 떨어져버리신 거예요. 미안하기도 했지만 휠체어 이용자에게 작은 턱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게 됐어요.”

“한 번은 양 선생님이 노래방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나간 적이 있었어요. 근데 휠체어가 들어가려면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노래방을 찾아야 하는데 쉽게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 1시간 만에 겨우 찾을 수 있었어요.”

허 씨는 자폐성장애 1급인 A군이 조금씩 자신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볼 때 행복하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는 말도 잘 안하고 낯설어 했었거든요. 지금은 엄마처럼 아들처럼 많이 편해졌어요. 저한테 하고 싶은 것이나 가고 싶은 곳에 함께 가자며 마음을 조금씩 열어줄 때 행복해요.”

허 씨는 활동보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장애인을 만나든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다가갈 수 있어요.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힘들어하시는 활동보조인들도 많아요. 그렇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본인이 마음먹고 행동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활동보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해진 기관에서 60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보충교육을 받는다. 현재 활동보조인 중 주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한다. 시간 사용의 편리함 때문에 주부들이 선호한다고. 그러나 허 씨는 일의 특성상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남자 활동보조인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은 활동보조인이 시급제이지만 직업적으로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일정시간 일하고 월급제로 바뀐다면 남자들도 좀 더 많이 활동보조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발달장애 남학생의 경우 다루기가 많이 어렵더라고요. 남자 활동보조인이 많이 필요해요.”

장애인생활신문 박지연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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