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자 인천시 연수구자원봉사센터 손말사랑팀. ⓒ장애인생활신문

“제 경험을 솔직히 이야기해서 대상을 주신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다 하시는 건데….”

인터뷰 내내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던 정미자(47, 연수구자원봉사센터 손말사랑팀) 씨. 그녀는 지난 5월 23일 열린 인천사랑의 수화한마당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수화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7년 전 저희 아파트로 이사온 농아인 부부 덕이죠. 태어나서 처음 만나 본 농아인들과의 짧은 대화로 저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겉모습으로 보기에는 장애인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부부와의 이웃 생활은 많은 점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였어요. 자장면을 주문해달라거나, 택배회사의 물건을 받아달라거나…. 모두 필담으로 이뤄졌지만 농아인들의 문화나 수화를 전혀 모르던 제겐 쉽지 않은 일이었죠.”

정 씨는 연수구자원봉사센터에서 수화교육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그때부터 2년 동안 배우고, 연습하고를 반복했다고. 그렇게 정 씨는 ‘그들과 함께 가는 길’이란 주제로 경험담을 써 수화한마당에서 웅변을 했다.

“처음 통역의뢰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요. 정말 말로 표현 못할 만큼 긴장을 했었어요. 제 실력에 비해 농아인분은 지화를 빨리 쓰셔서 천천히 부탁해가며 통역을 했어요. 그때 그 경험을 계기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통역을 나가고 있어요.”

정 씨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자주 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농아인 분들의 취업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다른 장애에 비해 일을 할 때의 부족함이 적은 농아인분들이 월급이나 상여금이 적어서, 25일제 근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사가 잦은 모습을 많이 봤는데, 참 안타까웠어요.”

정 씨는 농아인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비장애인과 농아인들이 쓰는 ‘괜찮아’의 의미는 달라요. 비장애인들과 달리 농아인들은 긍정적인 의미로 이 단어를 써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겠냐는 질문에 '괜찮아'라고 답한다면 커피를 마시겠다는 의미가 되는 거죠.”

정 씨는 연수구청 민원인안내 봉사를 하고 있으며, 얼마 전부터는 가족과 함께 유실수관리 봉사활동도 시작했다고 한다. 정 씨는 가족과 함께 봉사를 할 수 있어서 참 즐겁다고 했다.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제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든든히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더욱 열심히 수화를 배워 수화통역사 자격증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장애인생활신문 황혜선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