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 보조기기 실태, 무엇이 문제인가. ⓒ장애인생활신문

보건복지가족부가 올해 발표한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2008년 12월을 기준으로 224만6천965명에 달하며 등록장애인 수는 해마다 증가해 2002년도 이래 매해 10% 이상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노인인구 또한 2005년 현재 438만3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9.1%를 차지해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26년에는 20.8%로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1일 보조기기 활성화를 통한 복지증대와 자립생활 성취를 모색하기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산업육성에 관한 입법공청회가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윤석용 의원 주최로 열렸다. 우리나라 장애인 보조기기와 관련, 그 실태를 점검하고 풀어야 할 과제를 점검해본다.

보조기기 인식률 29% 수준…국내 보조기기 지원 열악해

오도영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연구실장은 “보조기기가 장애인의 삶의 전 분야에 있어 자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함에도 불구하고 전동휠체어, 목발, 보청기 등 몇몇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을 제외하고 보조기기에 대한 인식률이 29% 수준에 불과하며 작년을 기준으로 정보부족과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단지 42%에 달하는 장애인들만이 보조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열악한 국내 보조기기 지원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 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국민총소득 2만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보조공학서비스의 본격적인 도입과 발전을 논할 수 있는 준비가 됐으며 보조공학서비스는 활동보조서비스와 같이 인적자원의 투입에 따른 예산의 부담을 해소하고 서비스 이용자의 활동을 증가시켜 보다 건강해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또 “1990년대 초반부터 제기된 선진복지국가의 탈시설화 경향은 기존 시설 중심의 풍족하고 안정된 복지서비스를 개인의 사적 주거 공간 내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권리 찾기 운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임”을 알렸다.

미국, 장애인 위한 공학관련지원법 제정…일본, 신체장애자복지법 통해 체계 형성

안내용 로봇이 전시회를 안내하고 있다. ⓒ장애인생활신문

미국과 일본은 강력한 개별법률의 형태로, 시민주의 복지국가들은 안정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바탕으로 한 통합법률의 형태로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미국의 경우 시민권운동의 일환으로 장애인 권리운동이 촉발된 1950년대에 사회적 이슈로 장애문제를 제기한 후, 1970년대 들어 보조공학이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1989년 미국정부는 연령, 장애,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장애인에게 보조공학을 제공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을 명시한 ‘장애인을 위한 공학 관련 지원법’을 제정함과 함께 보조공학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보조공학 관련 제작 및 판매자에 대한 내용을 보강했으며 새로이 부각하고 있는 IT 기술의 발전을 반영해 정보통신기술의 적용에 대한 내용을 포함함과 보조공학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장애인을 위한 자금 지원 등에 관한 내용을 장애인을 위한 공학 관련 지원법에 추가시켰다.

일본의 경우 보조공학 관련 제도는 신체장애자복지법을 근간으로 장애자복지법, 노인복지법, 개호보험법, 장애인자립지원법 등을 통해 보조기기 급여에 대한 일반적인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법률을 근거로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 지원과 노인을 위한 지원으로 나눠 보조기기 지급과 대여, 장애아동에 대한 보조기기 지원, 보장구 구입 및 수리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장애인을 위한 치료, 보장구의 지급, 훈련 등의 서비스를 전문기관을 통해 제공토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보조기기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천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시장으로 매해 8%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보조기기 시장은 약 1천억원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매우 미미해 산업화 초기에 불과한 상태다.

오 실장은 국내 복지환경과 사회·정치·경제적 구조를 고려할 때 자본주의 속성이 강한 미국과 일본처럼 개별법률의 형태가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보조공학기기의 전달체계 구축과 비용의 적절성의 문제를 법제화의 쟁점으로 꼽았다.

관련 법률안 2건 발의된 상태

현재 국회에 발의된 두 개의 보조공학 관련 법률안은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L안과 윤석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Y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으며 양 법률안은 개별법률로서 국내 환경의 극복과 분산된 각 제도의 통합 및 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총리실 산하의 위원회 위상과 역할은 Y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순 정책논의기구로서의 보조기기정책위원회는 현재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을 전제할 때 기능적인 측면에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L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총리실 직속의 보조기구지원위원회는 현행 국내 보조기기 관련 제도와 부처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정책과 제도 그리고 부처 간의 업무를 행정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는 점과 전달체계의 가장 상위 기관으로서의 강력한 권한을 갖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의된 L안은 전달체계 실행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고 소요되는 예산 역시 전체 비용 추계의 약 89%를 차지함에도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전달체계를 어떻게, 어떤 역할로 규정할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Y안에서 제시되는 전달체계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소관부처이며 중앙기관으로서의 한국보조기기진흥센터와 권역별 전문기관으로 구조화돼 있으며 이 중 권역별 전문기관이 보조공학서비스의 핵심기관으로 위치하는데 전문성의 실현과 이용자의 접근성 모두를 고려할 때 권역보다는 광역단위로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보조공학서비스는 그 특성상 매우 전문적인 서비스이며 평가, 시험적용, 제작 등이 수반돼야 함과 이용자의 접근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로 선진복지국가에서는 광역단위를 중심으로 지역단위가 보완하는 지역 중심의 전문서비스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비용 추계와 관련, 발의된 양 법률안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현재 국내 보조기기 관련 공적급여액의 약 2~3배 규모로 책정돼 미국과 비교할 경우 0.02% 수준에 불과하며 이렇게 작은 예산은 서비스 이용자의 불편과 자립의지를 낮추는 것 뿐 아니라 산업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기기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각종 산업 지원정책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효수요 창출을 통한 소비 대중의 필요를 진작함으로써 전체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전략이므로 양 법률안은 보조기기의 지원범위 확대를 포함한 전체 공적급여 예산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근민 대구대학교 재활공학과 교수는 "Y안이 제시한 보조기기 관련 산업육성과 연구개발 지원의 주체는 진흥센터로 돼 있는데 권역센터에서도 지역차원의 보조기기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이 이뤄지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조기기 국회전시회에 전시된 보조기기 물품. ⓒ장애인생활신문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보조기기 이용자 중 70%가 500달러 이하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나 흔히 보조기기 제공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이 틀리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며 보조공학 서비스에 있어서 하급으로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상당히 많음을 강조했다.

최광훈 서울장애인자립생활지원협회 회장은 “현재 장애인에 대한 보조기기 지원은 의료급여법 제13조의 규정에 따른 품목을 지원하고 있고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된 장애인인 수급권자에게 보장구에 대한 급여를 실시하고 있는데 급여품목이 협소하고 몇 개의 품목을 제외하면 거의 경증장애인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보청기의 경우 약 27만원(기준액 54만원)을 5년에 1회 지원하지만 청각장애인용 보청기의 상당수는 양쪽 귀에 모두 착용해야 하며, 가격대도 디지털 제품의 경우 2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동휠체어 역시 중증장애인을 위한 추가 기능이 있는 제품들은 400만원을 상위하고 있으나 건강보험 가입자는 168만원을, 기초생활수급자는 200만원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쳐 개별적인 추가비용의 부담이 큰 실정”이라며 몇 개의 품목을 제외하면 거의 경증장애인 위주로 지원되고 있어 보조기기가 필요한 당사자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밝혔다.

최홍석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자립기반과 과장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건강보험, 의료급여, 재활보조기구 교부사업 지원 품목 및 바우처 지원품목을 포함한 통합적인 보조기구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장애인 보조기구 사례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2009 첨단보조기기 국회전시회 열려

이에 앞서 우리나라 보조기기 발전의 현주소를 알리기 위한 국회전시회가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렸다.

손과 발을 움직이지 않고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전기신호로 바꿔 무선으로 작동하는 전동휠체어인 근전도 제어 휠체어와 공동 MC를 맞은 안내로봇 티로,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어 중증장애인의 독립생활이 가능한 스마트 룸이 전시돼 장애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장애인생활신문 이재상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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