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장애인생활신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주년과 장애인의 날이 있는 관계로 장애인 관련 행사나 언론 기사가 가장 많은 4월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점검할 수 있는 시기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시행 1년 동안 거센 파도를 만났다. 현 정부 출범 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당시 결정되었던 국가인권위(인권위)의 관련 인력증원 20명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오히려 인권위는 인원이 22%나 줄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2008년 4월 1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정된 사건은 645건으로 인권위가 설립된 2001년 11월 25일부터 2008년 4월 10일까지 약 7년간 진정된 630건보다 많은 숫자이다. 그러나 인력부족으로 조사도 시작하지 못한 진정사건 약 300건이 쌓여있다. 2008년 5월부터 시행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도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있다. 또한 철회되기는 했지만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는 정보통신·의사소통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3항을 규제일몰제에 포함시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 국갇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고용현황 조사결과 대통령실(청와대), 국회, 사법부의 장애인 고용율이 의무고용율 2%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범을 보여야할 힘 있는 국가기관들이 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시설을 방문하여 장애인 합창단이 부르는 “똑바로 걷고 싶어요”라는 노래를 들으며 대통령과 영부인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중앙일간지 1면을 장식했으나 장애인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판을 보내며 씁쓸한 장애인의 날,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기념식이 열렸고 또 다른 곳에서는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주장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치며 시위를 하다 장애인 활동가가 체포되었다.

장애인의 날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는 복지부 내 장애인권익증진과와 재활지원과를 장애인권익지원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장애인권익증진과를 폐지하려다 장애인계의 거센 저항을 받고 만들어낸 타협안이다.

4월 27일 시각장애인들이 인권위 7층 상담센터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2008년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의 안마 독점권에 대해 판결을 내렸지만 정부와 여당의 무관심으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생존권과 노동권을 침해받고 있으니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다.

이렇게 장애인 차별은 현재 진행형이고 투쟁 또한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은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도 성한(?) 사람들의 위로의 대상이 되는 것도 거부한다.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곳에서 일을 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희망을 키워보는 삶과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 그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서 우리사회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장애인도 장애를 가진 존재 이전에 하나의 존엄한 인간이라는 인식과 우리가 만든 법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가 바로 선진 일류국갚라며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할 것 없이 누구나 행복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따뜻한 나라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그리고 조금은 나아지는 2010년 4월을 기대하며 나 자신을 추슬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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