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기술이 많이 발전하여, 우리는 대부분의 질환이 첨단 검사기기로 진단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CT는 이미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고 MRI, SPECT, 핵 동위원소검사 등 들어본 적도 없는 첨단 고가의 검사가 여러분의 숨은 병을 찾기 위해 많은 병원에서 가동 중이죠. 하지만, 과연 이들 검사가 모든 병을 다 잡아낼 수 있을까요? 불행하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환자 A씨는 우울한 얼굴로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두통(특히 뒤통수와 옆머리)에 시달리고 있으며, 뭔가 묵직한 바위가 뒤통수와 뒷목에 올려져 있는 것처럼 무겁고 기분이 나쁘다고 말합니다. 양 어깨부위의 통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근래 들어서는 팔부위가 저리고 아파서 일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병원에는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목과 머리 MRI, CT와 근전도 검사를 받아봤지만 모두 큰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고 약 처방과 물리치료만 수개월째 받아왔다며 푸념을 합니다. 최근에는 불면과 우울증까지 생겨 고생하고 있다며 방법이 없겠냐며 애원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처럼 고질적인 두통(특히 뒤통수)과 뒷목, 어깨 통증에 시달리는 상당수의 환자분들은 막상 고가의 MRI검사에서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RI는 매우 훌륭한 정밀 검사방법 중 하나이지만, 이들이 찾지 못하는 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섬유근육통’입니다. 섬유근육통의 특징적인 증상은 만성적인 근골격계의 통증과 경직으로 주로 20-50대 남녀(주로 여성)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통증은 주로 목, 어깨, 허리, 골반 부위 등과 같은 인체의 중심축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근육 부위에서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상하지에 걸쳐 여러 부위에 압통점이 나타납니다.

통증은 주로 양 어깨, 뒷목, 등 부위에 집중되며 이로 인해 항상 피로하며, 두통과 스트레스, 수면장애에 시달리게 되죠. 섬유근육통은 성격, 직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주로 성격이 급하고 불같은 분, 반대로 매우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늘 참고 사시는 분, 컴퓨터를 오래 다루는 분, 글 쓰는 직업 같이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분, 도배공, 미싱사 등과 같이 한가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신 분에게 많이 발병하게 됩니다.

이는 일하는 동안 근육이 오랜 시간 동안 경직된 상태에 있다가, 일이 끝난 뒤 적절히 풀어줘야 하는데도 그대로 경직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 결국 통증유발점이 생기게 되어 발병하게 되는 거죠. 이 섬유근육통은 면밀히 환자의 증상을 들어보고 진찰을 하게 되면 진단이 어렵지 않지만, 이 질환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해버리는 의사 분들이 간혹 있어서 환자분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헤매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섬유근육통의 치료는 우선 약물, 주사치료가 대표적이지만, 저는 단호히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그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성격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 잘못된 작업자세와 성격의 교정, 섬유근육통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간단한 운동법 등을 환자에게 교육해드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를 면담을 통해 밖으로 표출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한 아주머니는 저랑 20분간 얘기하면서 한바탕 울고 난 뒤 신기하게 통증이 없어졌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원인인자를 먼저 교정하는 노력을 하면서 약물과 주사치료를 병행해나가게 됩니다. 주사치료는 통증을 유발하는 압통점을 정확히 찾아서 주사하게 되며, 1회·3회 정도 주사를 맞게 되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섬유근육통의 빈도는 매우 높아 하루에도 1-3분의 환자가 꼬박 내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진단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의사들이 너무 첨단 진단기기에 의존하게 되어 환자분들을 만져보고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점차 줄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훗날 아주머니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불같은 성격을 정확히 잡아내는 놀라운 진단기기가 나오지 않는 한 섬유근육통과 같은 병의 진단을 위해서는 아주머니들과 진료실에서 수다를 떨어야 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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