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지난 4월 16일 인천사회복지회관에서 장차법 시행 1주년 토론회가 열렸다. ⓒ장애인생활신문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또는 장차법)’ 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서울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가족부 및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최로 지난 4월 10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주년 기념 토론회’를 가졌으며 인천에서는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지난 4월 16일 인천사회복지회관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년의 평가와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각각 토론회를 가졌다.

본지는 두 토론회를 통해 장차법 시행 후 변화된 점과 한계점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인권위 진정건수 월평균 8.3배 증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하면 장차법 시행 이전 인권위에 접수된 장애차별 진정사건은 인권위 설립이후 6여 년간 전체 차별 진정사건 대비 14%인 630건이었다. 그러나 장차법 시행 이후인 2008년 4월 1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 9개월에 걸쳐 접수된 차별사건 중 장애차별 진정사건은 61%인 645건으로 매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영역별 진정사건 접수는 장애인의 이동 및 교통수단과 관련된 진정이 125건으로 전체 진정사건의 19.4%를 차지했으며 시설물의 접근, 장애인에 대한 비하·모욕과 관련된 진정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화·용역의 이용과 관련된 차별 진정은 11.6배 증가한 반면 고용 및 교육영역은 각각 2.4배, 3.8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장차법 시행 이전 인권위의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던 괴롭힘 영역은 법 시행이후 진정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조형석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팀장은 “장차법이 시행된 이후 불과 9개월 동안 접수된 사건이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6년여 동안 접수된 사건수를 초과하고 있다”며 “장차법 시행이전에는 월 평균 9건이던 접수가법 시행 이후에는 월 평균 75건으로 8.3배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체-시각-뇌병변장애인순 진정비율 높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하면 장애유형별로는 지체장애인이 시설물 접근 및 교통수단 이용영역에서에서 각각 78건(24.8%), 75건(23.9%)으로 가장 많은 진정을 제기했다. 시각장애인 및 뇌병변장애인이 그 뒤를 따랐으며 이들은 전국 장애유형별 인구비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진정사건을 많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은 교통수단 이용영역에서 27건(24.5%), 정보통신·의사소통 영역에서 24건(21.8%)의 차별 진정을 신청했고 교통수단 이용과 관련된 음성정보 제공과 관련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청각장애인은 정보통·의사소통 영역에서 가장 많은 차별 진정을 하고 있어 시각 및 청각장애인 모두 정보통신·의사소통과 관련해 차별 진정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병변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은 재화·용역 영역에서 각각 25건(33.3%), 11건(45.8%)으로 가장 많은 차별 진정을 했으며 보험가입거절, 상업서비스 이용거절 또는 보호자 동의요구 등이 대표적 사례로 나타났다.

지적·발달장애인은 교육영역에서 가장 많은 17건(32%)의 진정을 했으며 수업배제, 방치와 관련된 사례가 많았다.

모집-채용단계에서 진정 많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하면 장차법 시행이후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차별 진정사건은 전체 46건 이었으며 그 중 모집 및 채용단계에서의 진정이 26건으로 56.5%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해고와 관련된 진정사건이 9건으로 19.6%를 차지했다. 모집 및 채용단계의 진정사건은 주로 채용 또는 자격증 시험 등에서의 편의 미제공, 면접 후 채용거부, 그밖에 공공근로 및 의무고용과 관련된 차별 진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육과 관련된 차별 진정사건은 시험평가에서의 편의제공(34.5%), 시설물 접근 및 이용(27.6%), 수업 등 교내활동 배제(18.9%) 순이었다.

재화·용역 및 서비스와 관련된 차별 진정사건은 사법행정 및 참정권 영역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피진정인으로 한 진정사건이 285건(61.9%)으로 민간부문을 대상으로 한 진정사건 보다 많이 접수됐다. 전체 진정사건 중 특히 ‘이동 및 교통수단 이용’ 분야가 가장 많은 125건(27.1%)이 접수됐는데 주로 국가 및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제공하여야 할 이동 편의시설과 관련이 있었다.

한편 장차법 제정 후 새롭게 규정된 장애인에 대한 괴롭힘 부문에서는 총 81건의 진정사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장애인이 모욕 및 비하를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총 61건으로 75.4%를 차지했다. 또한 장애인이 폭행 및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사건이 총 14건으로 17.3%를 차지하고 있다.

인권위 접수 695건 중 502건 처리

2008년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접수된 695건 중 처리된 진정사건은 502건이다. 처리된 사건 중 조사대상에 해당하는 사건은 281건으로 전체사건의 56%였으며 이중 62.6%인 176건이 권고, 조정, 합의, 조사 중 해결 등으로 권리구제를 받았다. 37.4%는 사실이 아니거나 차별행위에 해당되지 않아 기각됐다.

진정사건 처리과정에서 합의종결이나 조사 중 해결사건이 많은 이유는 장애인차별사건의 특성상 진정인의 다양한 장애유형과 정도, 모든 생활영역에서 각각의 개별적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로 진정인과 피진정인간의 장애 또는 차별에 대한 상호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역별 처리현황은 교육영역에서의 진정사건 해결비율이 82.6%로 가장 높았고 괴롭힘 등의 영역에서는 차별이 아니거나 조사대상이 아닌 경우가 각각 43.5%, 60%로 가장 높았다.

장차법상 권리구제에 한계…모욕금지등 사문화될 우려

장차법상 차별에 대한 장애인의 권리구제는 국가인권위의 시정권고와 이에 대한 불이행시 법무부의 시정명령,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의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중 법무부의 시정명령은 공익적 영향, 정당한 사유, 피해자가 다수, 반복적 불이행, 고의적 불의행 등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므로 제32조의 장애인 개인에 대한 비하·모욕 금지와 같은 조항은 사문화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의 경우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사건을 제외하고 차별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기 위해서는 고의성, 지속성, 반복성, 보복성, 내용 및 규모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악의적 차별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대국민 홍보-장애인식 개선작업

보건복지가족부는 시행 2년차에 접어드는 장차법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장차법의 내용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홍보와 대국민 장애인식 개선사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차법과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 에티켓에 대한 내용으로 온라인 이벤트 및 버스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08년 11월부터 장애인차별개선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연구를 통해 사회 전반의 장애인차별개선실태 파악을 위한 평가도구 및 분야별 장애차별개선도 측정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복지부는 공무원, 사용자, 교육책임자 등 주체별, 분야별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의 최소기준’ 등을 포함한 ‘법령준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차법 실효적 이행 위해…장애인인권교육 우선돼야

장차법은 국가인권위원회법과는 달리 간접차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어 차별에 대한 접근에 있어 실질적인 평등을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24개의 세부 영역으로 규정되어 있어 향후 장애인차별에 대한 인권위의 적극적인 접근을 가능케 하고 있다.

장차법은 장애인차별 시정 관련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의 집중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각 영역별 조항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하여 광범위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향후 국가의 장애인정책과 이의 실행계획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또한 현재 정부는 장차법과 상충되거나 보완·수정이 필요한 기존의 법령·제도의 개선 작업을 계획하고 있으나, 단기간에는 시정되기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능동적인 모니터링과 정책권고가 필요하다.

장차법은 공공기관, 각종 기관 등 전 영역에 걸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 시정을 위해서는 사후적인 차별구제도 중요하지만 사회 각 구성원의 인식을 개선해 차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장애인 인권교육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인권위, 인천시에 시정권고 내려

‘08.6.16 인천광역시와 대한주택공사사장 등은 장차법 21조 정당한 편의제공은 09.4.11이후 적용됨을 이유로 진정인인 1급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로 인쇄된 보상협의안내문과 보상내역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담당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관련 사항을 구두로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점자안내문과 내역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자인쇄물을 제공하지 아니하고 구두로 설명한 것은 장차법 제26조 행정절차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권위는 진정인에게 점자로 인쇄된 안내문과 내역서를 즉시 송부할 것과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소속 직원들에 대한 자체 인권교육을 실시토록 권고했다.(‘08.7)

아직도 장차법시행 자체를 모른다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년의 평가와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장애인차별철폐추진연대 법제위원장인 빅종운 변호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도 장차법의 시행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법을 준수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 변호사는 “그 동안 장애인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물질적으로 뭔가를 지원받는 복지의 일방적 시혜대상으로 취급받아왔다면 장차법의 시행은 장애인 또한 국민이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있음을 선포하고 그러한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예방함과 구제하도록 하기 위한 인권적 페러다임 산물의 첫발자국” 임을 강조했다.

정권교체 이후 “개악화” 비판 일어

박 변호사는 “정당한 편의제공과 같이 기존의 인권위법으로 판단이 가능했던 차별여부가 장차법상엔 편의제공에 관한 유보 내지 단계적 적응기간을 둠으로써 장차법 위반 사항이 아닌 경우 인권위법에 따른 시정권고를 조치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장차법은 차별금지의 실체법적 규율영역과 기준, 권리구제의 내용에 있어선 인권위법보다 신법이고 특별법적 지위에 있으므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금지와 권리구제에 대해서는 장차법이 우선 적용됨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타당함을 밝혔다.

정보통신·의사소통에서의 정당한 편의재공의무와 관련해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장차법 제21조 제4항의 개정안은 출판물 인쇄나 영상물을 제작·배급하는 사업자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화한 채 시행시기 및 범위에 대해선 아무런 위임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에 장추련은 제21조 제4항을 임의규정으로 개정할 경우 제대로 지켜질 가능성은 없으며 정부가 임의조항화 하겠다는 말은 현재 우리나라에선 매년 5만종의 출판물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중 단지 2%만이 시각장애인이 접근가능한 상황에서 현재의 차별적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장차법 제26조에 따른 장애인 피의자에 대한 체포와 피의사실 등의 고지와 장애인 피해자 신문과 관련된 사법·행정절차상의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내용을 넣었다가 확정안을 내놓으면서 장애계와 의견수렴 없이 삭제한 바 있다.

실례로 자동차조수석에서 600원을 훔치다 걸린 정신장애인에게 경찰이 그 지역에서 벌어진 총 24건의 여죄를 추궁해 자백을 받았다는 이유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거나, 사리판단이 부족해 대부분의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는 장애 특성을 이용해 경찰이 지적장애인에게 특수강간혐의를 적용 구치소에 수감시킨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실제로 장차법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피의사실 고지나 피해자 신문 과정에서 이에 적절치 않은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개정안에 넣을 것을 장애계는 요구하고 있다.

올해 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10차 회의에서 규제일몰제 확대 도입 방안을 의결한 내용에 장차법 제21조 제3항이 민간규제 201개 안에 포함됐다. 동조항의 경우 재검토기간은 5년으로 결정됐고 앞으로 5년 안에 담당부처가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 처리된다.

2008년 7월 한 달의 경우 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상파 방송사의 자막방송 비율은 90.7%를 나타내고 있는데 비해 수화통역방송은 3.8%에 불과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장년층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수화통역방송의 확대가 요구됐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은 지상파의 경우 5.3%에 불과하며 화면해설이 제공되는 프로그램도 드라마에 편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재방송에 제한돼 시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은 고사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상파방송사를 제외한 케이블, 위성, 인터넷멀티미디어(IPTV)방송사들은 자막, 수화, 화면해설을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변호사는 “다행히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들의 적극적 투쟁으로 인해 장차법 제21조 제3항은 규제일몰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차별과 인권마저도 주로 경제적, 사업적 측면에서만 접근함으로써 인권의 문제와 규제의 문제를 구별하지 못하는 현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배융호 (사)장애물없는 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현행 장차법 시행령 제11조에 의하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시설물의 대상은 편의증진법에서 편의시설 설치 대상 시설물로 공원, 공공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공동주택, 통신시설 가운데 올해 4월 11일 이후 신축·개축·증축한 시설물만 적용되는데 이것은 곧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적용시점 이후에 신축 등을 하지 않을 경우 정당한 편의제공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며 장차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장애인은 시설물의 이용에서 차별받고 있음을 주장했다.

배 총장은 “정당한 편의에 대한 내용을 편의증진법과 이동편의증진법에 포함시킨다고 하여도 모든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는 없다”며 정당한 편의에 대한 정의와 지침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성장애인 ‘공감’ 인권센터 김광이 소장은 “장차법엔 모니터링 조항이 없기 때문에 국가기관에서 지원하고 시민단체가 모니터링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차별의 실태와 결과뿐만 아니라 장차법 위반에 있어서의 사법적 기능을 인권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생활신문 이재상, 박지연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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