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숙 안산1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인생활신문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일은 서른이 다되어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왔을 때랑 요즘처럼 이렇게 교육을 받게 된 일이에요. 앞으로도 이런 교육을 계속 받았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필자가 관여한 장애인 강좌에 참여했던 어떤 장애인의 말이다. 장애인들은 교육을 받겠다는 일념 하에 전동휠체어에 몸을 싣고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했고 모두가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 이처럼 장애인들은 교육에 목말라 있다. 그런데, 노들야학의 박경석 교장의 ‘장애인 중 42.5%는 초등교육을 받지 못할 정도로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언급에서 보듯이 교육받은 장애인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비장애인은 교육의 기회가 열려 있다. 특히 최근에는 평생교육이 강조되면서 누구라도 원한다면 교육의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다르다. 이들은 학령기는 물론이고 성인이 된 후도 교육에서 배제되어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장애인이 교육받을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은 중학교 이상의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장애인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가?

첫째, 현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교육 받을 여건이 미비한 상태이다. 우선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실상 집 밖에는 이들의 외출을 막는 온갖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교육에서 놀란 것은 서른 살이 넘어서 처음 집밖으로 나온 사람도 있었고, 스물아홉에 처음 밖으로 나온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은 교육받을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그리고 장애인이 간신히 학교에 도착했다 해도 교육받기가 용이하지 않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학교가 드물기 때문이다. 한편 물리적 환경이 구비되었다 해도 장애인의 교육은 여전히 어렵다.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지원시스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장애인가정이 대체적으로 빈곤한 것도 교육배제의 원인이 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장애인가족의 평균소득은 일반 노동자 가족 소득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같은 장애인가구의 특성으로 볼 때 가족이 장애인을 위한 교육에 투자할 여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장애아동의 교육에 드는 비용이 일반 아동 보다 평균 30만원 정도 더 든다는 사실은 빈곤한 장애인가족이 교육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원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장애인 문제의 핵심은 ‘장애의 빈곤화, 빈곤의 장애화’로 빈곤의 악순환이라고 지적된다.

셋째,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이 사회적인 차원에서 장애인의 교육을 소극적으로 진행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장애인 교육에 드는 비용을 낭비로 보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장애인을 비생산적 존재로서 낙인(stigma)을 찍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교육 여건을 만드는 데 인색한 경향이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장애인이 교육에서 배제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런데 이런 원인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장애인 교육문제의 해결이 개인이나 가족에 맡김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애인의 교육복지는 잔여적 복지 차원에서가 아니라 제도적 복지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다차원적인 사회복지 연계가 만들어질 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장애인의 교육권이 기본권리로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이를 위한 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가족의 빈곤 문제가 동시적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철학과 복지의 빈곤을 극복하려는 노력 속에서 장애인의 교육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장애인생활신문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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