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생활신문 황혜선 기자. ⓒ장애인생활신문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없는데도, 신기하게 옆자리 여고생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가 조용하면 조용할수록 주위는 시끄럽게 느껴지는 게 당연할 텐데, 그녀와 함께 있을수록 주위의 소리는 사라져갔다. p.16'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사랑이야기인 ‘사랑을 말해줘’는 기자가 오랜만에 접한 로맨스 소설이었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만 해도 소설의 여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인 줄 몰랐다.

순페이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각지의 여러 나라를 취재 다니며 세상 사람들의 말을 모으며 살아가는 인물이고, 교코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청각을 잃어 20여 년의 세월을 세상의 소리에 외면되어 살아가고 있다. 시끄러운 도시 도쿄에 살고 있는 도시남자가 시끄러움을 느낄 수 없는 듣지 못하는 한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

소설은 두 남녀의 잔잔한 사랑을 그리며 진행된다. 물론 소리가 없는 여자와 소리가 아주 많은 남자의 러브스토리는 남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100% 전달되지 않아 고민스러워하는 것은 평범한 남녀관계와 똑같다.

항상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진행되는 사랑이야기도 결국은 늘 같은 것을 즉 ‘소통’을 고민하며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것을 보면 소리란 것이 진짜 커다란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의 날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여성장애인의 결혼과 임신에 대한 취재를 하는 선배 기자의 취재기사를 눈여겨봤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야반도주를 해야 했던 이야기들, 아기를 낳고 나서야 시부모님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들.

정작 중요한 것은 장애라는 불편함이 아니라 그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장애인생활신문 황혜선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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