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향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장애인생활신문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보니, 이전에 초등학교에서 지도했던 옛 제자들이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거나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일반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을 다니던 제자들의 졸업식이 떠오릅니다. 일반 학생들에게는 중학교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설렘이 함께 하는 졸업식 날, 저와 제자들의 어머니는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헤어지는 아쉬움이 커서기도 했지만 앞으로 적응해야 할 중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변화를 잘 감당해 줄 수 있을지 그 막연함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걱정이 더 앞섰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얼마 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될 제자들과 이미 졸업을 하고 성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제자들에게 그때의 막연한 두려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일반중학교 특수학급에 진학했다가 적응을 하지 못해 결국 학교를 옮기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일할 곳을 찾지 못해 지금도 여기 저기 복지관을 전전해야 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장애학생들의 성공적인 성인기 전환을 위해 중등(중고등학교) 특수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등 특수교육의 현실을 돌아보면 성인기 전환을 위해 장애학생들을 준비시키기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첫째,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수와 관련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간 학년에 따라 심한 불균형이 나타납니다. 일례로 2008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초등학교 특수학급수가 4천148개 학급(64.3%)인데 비하여 중학교 특수학급은 초등 특수학급수의 3분의 1정도 되는 1천302개 학급(20.5%)에 그쳤고, 고등학교 특수학급의 수는 712개(11.2%)로 중학교 특수학급수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초등학교나 중학교까지 통합교육을 받던 장애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으로의 진학을 포기하고 대신 특수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둘째,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초등학교와 달리 교육과정의 내용이 어려워지는데다가 경쟁적 입시위주의 학업성취가 강조되면서 장애학생들이 학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학급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또래와의 관계형성 및 교사들의 관심을 받는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장애학생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사춘기에 의한 정서적 어려움이 기존의 장애에 의한 어려움과 겹치게 되어 돌발적인 공격행동을 보이는 등 문제행동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 시기의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운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셋째, 장애학생들이 통합교육을 통해 일반 교육과정을 함께 배우고, 졸업 후 성공적인 성인기로의 전환을 잘 준비하는 것은 어느 하나도 등한시 할 수 없는 특수교육의 중요한 과제들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과제들이 학업성취에 보다 비중을 두는 일반학교 특수학급과 기능적 생활중심 교육 및 직업준비가 보다 강조되는 특수학교라는 서로 다른 이원적인 학교체제 하에서 따로 다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중등 특수교육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성인기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많은 장애학생들이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를 찾아다니거나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 졸업을 맞이하게 됩니다. 한 사람의 성인으로 이 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하여 유치원 때부터 경험하는 모든 교육이 다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마지막 단계인 중등 특수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급합니다.

오늘 오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옛 제자 혜원(가명)이가 제빵 기술을 배우러 복지관에 왔다가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빵을 만든다고 자랑하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은 더 높았습니다. 밝은 목소리에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문득 내 후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는 혜원이를 생각하면 혜원이의 막연한 미래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심정이 되어 누군가 큰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집니다. 내 후년 졸업 후에, 우리 혜원이가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잘 준비되어 사회에 첫발을 디딜 수 있도록 우리나라 중등 특수교육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해가길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장애인생활신문 / 에이블뉴스 제휴사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