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시간 / 인천서부교육청에서 제과제빵 만들기 수업 중. ⓒ장애인생활신문

특수교육이냐 통합교육이냐는 장애학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갖는 고민거리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본지는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봤다.

♣ 특수교육 시간

“제 이름은 박혜림입니다. 저는 안남중학교 3학년 3반에 다닙니다. 우유를 먹고 싶습니다.”

혜림이는 참 밝다.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노바디 춤도 잘 춘다.

월요일 오전은 직업전환 수업이 있는 날.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인천서부교육청에서 제과제빵 수업이 진행된다.

혜림이를 비롯한 여섯 명의 장애학생들은 노란색, 파란색 앞치마를 귀엽게 두르고 마냥 들떠 수업에 참여한다.

“오늘 만들 빵은 파인애플 머핀이예요. 자, 밀가루를 만져보세요. 느낌이 어때요?”

“부드러워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반죽하기, 거품내기, 짤주머니로 틀에 담기 등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여섯 명의 친구들은 빵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 속에 유난히 깔끔한 솜씨를 자랑하는 혜림이가 눈에 띄었다. 짝꿍친구가 거품을 낼 때는 그릇을 잡아주기도 하고, 짤주머니로 반죽을 틀에 담는 모습은 영락없는 학생의 모습이다.

제과제빵 시간 장애학생들을 돕는 선생님은 네 명이다. 직업전환교육 담당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 안남중학교 특수교육 선생님과 보조선생님으로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할 수 있게끔 늘 옆에서 지도하고 있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시간. 혜림이는 씩씩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고 빵을 얼른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우유를 먹고 싶다고 했다.

안남중학교 특수교육 박경선(33) 선생님은 “혜림이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빵을 반죽하고 구워지기까지 기다리는 것도 수업의 한 가지죠”라고 밝혔다.

20분 남짓 시간이 흐르자 고소한 냄새와 함께 따끈한 빵이 오븐기에서 나왔다. 누구에게 빵을 선물할거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혜림이는 “혜림이 엄마!”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제과제빵 시간은 직업전환 교육은 물론 장애학생들의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를 바로잡는 시간이다. 늘 곁에서 도움을 주는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맛있는 빵을 만든 아이들은 차례대로 빵을 만드는 법과 빵이 구워지기까지 기다리는 법, 조리도구를 정리하는 법, 음료수를 계산하는 법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한 가지씩 습득하고 있었다.

장애학생들은 인지능력이 필요한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은 통합교육지원실에서 특수교육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한다.

5교시는 2반 친구와 혜림이가 국어 수업을 받는다. 오전에 다녀온 직업전환 수업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

“언제 다녀왔나요?”

“4월 6일”

“무엇을 만들었나요?”

“파인애플 머핀”

어설프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혜림이는 한 자 한 자 스스로 써나갔다. 가위질도 풀칠도 직접 했다. 수업시간 내내 특수교육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이끌었고, 자신이 쓴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혜림이는 씩씩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혜림이의 사물함은 다른 친구들과 달랐다. 소리를 지르지 않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복도에서 눕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 등의 약속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박경선 선생님은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서 장애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있다고 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성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올해 인천서부교육청에서도 성교육과 관련된 교재와 교구를 준비하는 중인데 빠른 시일 내에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졌으면 해요. 또한 외부적응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야 해요. 통합교육을 위해 비장애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팝콘을 먹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박경선 선생님은 혜림이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통합교육시간 / 기-가 수업시간. ⓒ장애인생활신문

♣ 통합교육 시간

쉬는 시간, 여느 교실과 마찬가지로 시끌벅적한 노래 소리와 게임하는 소리로 정신이 없다. 그 속에서 혜림이는 자칭 베스트라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쎄쎄쎄’ 놀이를 한다.

국어, 영어, 수학 시간을 제외한 모든 교과 시간에는 통합교육이 이뤄진다. 혜림이는 통합교육 시간 전에 3학년 3반 교실로 이동한다.

3학년 3반 반장인 김서령 학생은 “혜림이는 참 성격이 좋다”며 “그래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또한 혜림이가 통합수업 시간에 잘 적응하기 위해 도우미를 맡고 있는 김은주 학생은 “애기 같고 동생 같아 잘 도와주고 있다”며 “혜림이는 알수록 참 착한 친구”라고 칭찬했다.

2년 째 도우미 친구를 맡고 있는 장수지 학생은 “남녀 합반이었던 작년에 비해 혜림이의 자세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힘들지만 혜림이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6교시는 기-가시간이지만 혜림이는 다른 친구들과 좀 다르다. 기-가 책을 펴놓고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혜림이는 흰 종이에 연방 만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혜림아, 그림 계속 그릴거야? 이거 해야지.”

기-가 선생님의 말에 혜림이는 “저리 비켜주세요”라며 싫다는 표현을 했다.

자기가 하기 싫어하는 것을 시키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혜림이는 짝인 도우미 친구의 도움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비장애학생들과 통합수업을 하기에는 집중력이 부족하고 어려움도 따랐지만 혜림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3학년 3반 허해경 담임 선생님은 지금 모습 그대로 늘 노력하는 혜림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입학했을 때 아이들은 왜 하필 우리 학교냐며 거부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해가 다르게 달라지는 혜림이와 아이들의 모습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혜림이를 대하는 방법을 터득한 거죠. 혜림이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것이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지난주에는 혜림이가 반장에게 윙크를 하며 편지를 줬다고 해요. 괴롭혀서 미안하다며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고 말이죠. 혜림이는 자신의 행동이 친구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나 봐요. 저도 처음에는 혜림이의 담임을 맡고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늘 사랑받은 만큼 사랑도 줄줄 아는 혜림이가 늘 사랑스럽답니다.”

안남중학교 이계한 교감 선생님은 “통합교육을 통해 비장애학생들과 장애학생들이 서로 잘 어울리고 서로간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상현 씨 “혜림이의 홀로서기를 도울겁니다”

혜림이와 어머니 박상현 씨. ⓒ장애인생활신문

매일 혜림이의 등-하교를 함께 하는 박상현(45) 어머니. 무엇보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가정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싶어 했다.

“미술, 언어, 심리치료 등 저소득이나 차상위계층에 지원되는 치료바우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요. 열심히 살기 위해 밤, 낮으로 일하는 탓에 치료바우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소득을 기준으로 제한을 두다 보니 그에 따른 문제도 많은 것 같습니다. 차라리 안 벌고 저소득 계층이 돼 지원을 받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어머니는 요즘 고민이 많다. 올해가 지나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될 혜림이가 지금처럼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해 통합교육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특수학교로 가야 할지 늘 고민 중이다. 물론 어머니는 통합교육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입시 때문에 받을 스트레스를 염려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우리 혜림이가 자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그래서 미술, 피아노, 플롯, 도자기, 풍물 등 혜림이가 두려움을 갖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늘 애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워하고 하지 않으려 했지만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혜림이의 모습에 도전의식이 생깁니다. 또 뭐든지 할 수 있다, 된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기쁘답니다.”

또 혜림이 어머니는 지역에서 장애학생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했다. 체육관을 짓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그보다 적은 예산을 들여 각 복지관과 체육관에서 장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좋고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 장애유형과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가정은 경제적으로도 힘이 들어 교육에 관심을 못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가족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거죠.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놓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정에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이죠.”

혜림이 어머니는 또 경증의 장애아동 부모들에게 장애진단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애를 인정하는 것이 열쇠라고 했다.

“청운제라고 학교 축제 때 장애학생들이 재즈를 췄었어요.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무대에 오른 아이들의 모습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몰라요. 조금 느릴 뿐이지 우리 아이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스스로 해결하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무시받기도 했지만 저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우리 혜림이가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저는 힘을 낼 겁니다.”

장애인생활신문 황혜선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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