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고 복지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날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1주일 동안을 장애인주간으로 설정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해왔다. 그런 장애인의 날이 정작 반겨야 할 장애인 당사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다. 장애계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온 기존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투쟁으로써 장애인인권을 쟁취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1981년 당시 “모든 국가는 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가 여러 분야에서 충분히 이루어지고 다른 국민들과 동일한 기회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보장되며 신장되도록 최대한으로 노력하라”는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념일을 제정하면서 “장애인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며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고취할 목적”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날에 정작 장애인은 없다. 364일 차별과 냉대로 내몰리다가 딱 하루 마치 특별사면이나 하듯이 겉치레로 쏟아내는 각종 행사에 들러리일 뿐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 장애인의 현실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된지 4월 11일로 만 1년을 맞은 지금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개선됐는지, 정부는 과연 장애인차별철폐 의지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이 하루아침에 바뀌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 정부부터 장애인을 외면하는 실정이다 보니 장애인의 날이 무색할 뿐이다.

온갖 비판여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밀어붙인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위상격하 및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등과 같은 일련의 문제 등은 장애인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을 웅변하는 사례이다. 열악한 약자들의 최후 보호막까지 정략에 의해 유린하려는 정부정책이야말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인의 날을 외면하고 거리투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말로만 장애인차별금지니 장애인의 날이니 복지사회 구현을 떠들지 말고 장애인이 경험하는 불이익, 편견, 차별 등이 없는 사회구현을 한다면 굳이 장애인의 날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정작 장애인을 위하는 길은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식과 차별이 없도록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만 사회와 국민의 인식변화가 가능하다. 장애인 당사자는 장애인의 날 하루만의 가식적인 온정과 특혜보다도 365일 비장애인과 같은 평범한 생활을 누리기를 원한다. 장애인의 날이 별도로 없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사회라 할 수 있다.

장애인정책은 선진복지국가의 시금석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장애인복지는 사회복지 수준의 척도이며 나아가 사회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복지라는 게 그저 돈 나눠주는 게 아니다.

진정한 복지국가는 장애인이 장애로 인한 핸디캡을 해소하고 다른 사람과 동등한 조건하에서 사회속에 완전히 통합되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데 있다. 정부가 장애인 인권증진과 복지증진을 위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일련의 역행하는 장애인정책부터 중단해야 한다.

장애인생활신문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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