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펼쳐지는 요리교실. ⓒ장애인생활신문

흰지팡이를 짚고 거리를 활보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아 정안인보다 한 발 더 앞서 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주고 손과 마음이 되어주는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담았다. <취재 / 황혜선 기자>

♣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은?=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은 인천시의 유일한 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시각장애인의 장애극복, 재활-자립, 사회통합화를 목적으로 기초교육재활, 사회심리재활, 문헌정보, 지역복지, 재가복지, 직업재활, 주간보호 등의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99년 6월 30일 인천시로부터 운영법인인 사단법인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를 통해 위탁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인천관내 유일한 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차별화된 프로그램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차별화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취업알선을 위한 점자교육을 비롯해 상담업무와 장애인심부름센터까지 타 장애인복지관과는 구별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 직업적응훈련 및 취업알선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며, 취업이 가능한 사무직, 생산직, 영업직, 상담직, 사회복지기관 등의 구인업체를 개발해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또 구직을 희망하는 18세 이상의 미취업 등록시각장애인을 위해 직업상담에서부터 직업적응훈련을 직접 시행하고 있으며, 장애인 고용을 희망하는 업체를 개발해 취업알선을 하고 있다. 취업 후 적응지도는 물론, 사업주와 취업자 간담회를 통해 장애인고용에 대한 고용주 및 동료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원활한 취업적응을 도모하는데 힘쓰고 있다.

* 두손안마치료센터

지역사회의 참여와 통합 강화를 목적으로 장애인 및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기능을 회복시킨다. 또 지역주민들에게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며 비장애인이 장애인시설을 이용함으로써 통합사회를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두손안마치료센터는 안마사자격증을 보유한 시각장애인이 건전하고 저렴한 안마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안마에 대한 인식개선을 유도하는데 그 의미가 깊다. 인천거주 등록시각장애인 및 자원봉사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연중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펼쳐지는 국악교실. ⓒ장애인생활신문

* 점자도서관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직접적인 도서보급, 도서대출, 다양한 정보제공으로 문화서비스 혜택과 학습-재활-여가생활의 정서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키고 독서생활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으로 문화 창조력을 증진해 사회참여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도서대출과 열람이 가능하며 시각장애인의 가정에 직접 방문해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도서 서비스도 연중 시행되고 있다. 또한 점자도서제작과 녹음도서제작 사업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 장애인심부름센터

법인사업 중의 하나인 장애인심부름센터는 장애인의 교통편의를 위해 차량을 운행하는 것으로 남구분소와 남동분소를 통해 실시간 예약접수 및 차량 지원을 통해 장애인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문의 032-876-4343

♣ 송암기념관

송암기념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를 창안하고 시각장애인들의 권익증진을 위해 노력을 다한 송암 박두성 선생의 애맹사상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특히 올해 인천시는 기념관 운영 활성화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어 전시공간 확보와 유물보존을 위한 증축 및 기능보강이 이뤄질 예정이다.

송암기념관은 지난 1999년 7월 1일, 45평의 규모로 인천시 뜻있는 인사들의 후원으로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내에 마련됐으며, 여기에 송암선생의 흉상 및 유품 등을 전시해 애맹정신을 알리고 후세에 귀감이 되게 하고자 건립됐다. 기념관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시각장애인 어르신들을 위한 소규모 요양시설 마련할 터…”

김용기/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

김용기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 ⓒ장애인생활신문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할지 늘 고민한다는 김용기 관장은 편안한 분위기로 복지관 이용자를 직접 상담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김 관장을 향한 시각장애인들의 손길은 끊이지 않았다.

“우리 복지관은 ‘우리의 흰지팡이는 언제나 한 걸음 더 앞서갑니다’라는 모토 아래 시각장애인들이 재활, 자립해 지역사회의 한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관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점으로 이동권과 다양한 직업개발을 손꼽았다.

“이동권은 더 이상 편의시설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다고 설치된 신호등 음향시설기를 보십시오. 제대로 작동되기는커녕 고장난 경우가 허다합니다.” 김 관장은 지난해 제물포역 시각장애인 사망사고를 예로 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 안마, 침술업 등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늘 안타까운 것은 제한된 분야 외에도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희 복지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에서 처럼 업체를 직접 찾아가 시각장애인의 능력을 알리고 취업 알선을 하는 사업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 관장은 복지관이 남구에 위치하다보니 강화나 계양, 서구 등 원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불편사항을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물적, 인적 자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시각장애인 어르신들을 위한 소규모 요양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제 숙원사업 입니다. 시각장애인 특성상 특수성이 있고 일반 어르신들과의 교류의 장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시각장애인 전문요양시설을 마련해 몸이 많이 불편한 분들은 입소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주?단기 보호도 가능하게 할 계획입니다.”

김 관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장애가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많은 부분의 문제점이 해소되고 있으며 앞으로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향상될 것이라며 희망을 가졌다.

“저도 장애를 입고 반년 동안은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채 지내온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지나와 생각해보면 그 과정 또한 재활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저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김 관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사업을 조장하고 체계적인 사업 추진과 활동을 조직적으로 조정해 올바른 시각장애인복지의 발전을 위해 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고정민/직업재활센터 사회복지사

고정민 직업재활센터 사회복지사. ⓒ장애인생활신문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입니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죠.”

고정민(35, 시각 1급) 씨는 미국에서 직업재활, 상담심리 석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 입사했다. 그는 열병을 앓아 초등학교 4학년 때 실명해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혜광학교에서 마쳤다.

그에게 우리나라와 미국 생활의 차이점을 묻자 “미국에서는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어요. 다만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만 늘 했죠.”라고 답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업이 무궁무진해 나열할 수 없다고 했다.

“제가 느낀 미국의 복지는 개별화, 차별화돼 있다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이면 누구나 지하철이 무료고 등급에 맞는 수급비가 나오잖아요.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어요. 개개인 각자에 맞는 복지를 추구했죠.” 고 씨는 미국에는 없는 혜택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며 꼭 복지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 불황과 비자 문제 등으로 한국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전공을 살려 직업재활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문서작업과 같은 일을 할 때에는 미국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어 적응과정에서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각장애인복지관인 만큼 시각장애인에 대한 에티켓과 대하는 방법, 편의시설이 잘 갖춰 있어 일하기에 아주 편해요.”

고 씨는 직업재활센터에서 주로 점자교육과 상담업무를 맡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중도 실명자가 많아 심리적 좌절과 우울증을 많이 앓고 있어요. 이런 분들을 상담할 때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많아요.”

고 씨는 시각장애인들이 정안인과의 장벽을 없애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무한정 돕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생각에 따라 인생이 바뀌더라구요. 그것은 바로 생각의 차이 때문이죠! 몸이 불편하다고 포기하지 말고 긍정적인 사고로 생각을 바꿔 봅시다. 어쩌면 행복은 바로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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