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의 요양시설건립 반대 기자회견 장면. ⓒ장애인생활신문

장애인요양시설 둘러싼 시와 장애인단체 갈등고조

주민 반대까지 더해…합의점 찾을 수 있을지 의문

인천광역시 계양구 둑실동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증장애인요양시설’ 건립을 두고 인천시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둑실동 주민들 간에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시설 건립은 장애인을 수용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고라고 비판하며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인권패러다임을 전면 위배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건복지부와 인천시 및 계양구는 장애인요양시설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시설이 아니냐며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둑실동 주민들의 지역 내 장애인시설 건립반대에 부딪혀 요양시설 공사는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취재=이재상, 박지연 기자>

“정책 따로, 행정 따로”… 장애인단체, 신축계획 폐기요구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와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지난 12일 인천시청 현관 앞에서 인천시가 계양구 둑실동에 추진 중인 70인 수용규모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의 신축계획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영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17억2천2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인천시 계양구 둑실동에 짓고 있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의 경우 지난 2005년 복지부가 발표한 ‘희망복지21’ 중증장애인 특별보호대책에 의해 입소장애인 수를 40명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는데도 인천시는 배에 가까운 70명의 장애인을 수용토록 허가했다”며 70명으로 입소인원이 변경된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문상민 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 사무국장은 “둑실동 신축시설 주변은 논이며 도로의 폭이 좁아 차 한 대가 꽉 들어차서 가던 길을 멈춰서야 하며 도로 옆엔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보행로조차 없다”며 “가까운 주변에 버스정류장도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외출할 수도 없다”고 그야말로 시설에만 갇혀있어야 할 상황임을 설명했다.

이어진 인천시 사회복지봉사과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김정하 공투단 간사는 “기존의 시설도 소규모화되고 자립생활과 탈시설화하는 상황인데도 인천시는 왜 대형, 수용형 시설을 지으려고 하느냐?”며 따졌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상에도 자립생활보장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인천시가 둑실동 시설건립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것은 관련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문경복 인천시 사회복지봉사과장은 “인천시는 생활시설 뿐만 아니라 자립생활 지원시책도 추진 중”이라며 "임대주택을 매입해 체험홈 등의 대안시설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공투단은 이날 면담을 마치며 인천시가 둑실동에 건립 중인 장애인시설 확충계획을 폐기할 것인지의 공식적인 답변을 26일까지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장차연과 공투단은 지난 5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요양시설 부지 현장. ⓒ장애인생활신문

"계양구에 꼭 필요한 시설인데…이해는 하지만 철회 어려워"

인천시 장애인정책팀 윤백진 팀장은 “장애인요양시설은 필요하기에 만드는 것”이라며 “현재 계양구에는 장애인생활시설이 한 군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단체에서 요구하는 자립생활에 대해 이해하고 자립생활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중증장애인 중에는 실제로 움직이고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을 위한 시설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설명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변화에 따라, 2009년부터 장애인시설이 30인 이하 규모로 축소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으나 계양구에 추진되고 있는 요양시설은 복지부의 정책이 변화되기 전에 추진되던 것으로 현재 업체와의 계약 등 모든 것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수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팀장은 “장애인자립시설도 요양시설도 둘 다 필요하다”며 “현재 장차연 측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양구 장애인복지팀 한점희 팀장은 “장차연 측의 반대문제도 있지만 둑실동 주민들의 반대로 현재 건축이 중단되고 있다”며 “둑실동 주민들이 장애인요양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생각해 무조건 동네에서 나가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주민들은 요양시설이 마을 한가운데에 들어서서 불편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건물 주변에는 10가구 정도 밖에 없다”며 “협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토지주와 건물주가 합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차연 측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장차연 쪽이 말하고 있는 것은 2009년부터 적용되는 것”이라며 “둑실동 요양시설은 2007년 이전 사업으로 진행된 것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뒤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양구에는 중증장애인이 많은데 요양시설은 전무하다”며 “구청으로 장애인 가족들이 요양시설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요양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둑실동 주민대표 심 모 씨는 “장애인시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상 잘못된 부분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심 씨는 “시설이 들어올 때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며 “지금부지는 일반 가정집 앞이기에 근처 주택가와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옮겨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양시설부지 도로. ⓒ장애인생활신문

인천시 계양구 둑실동에 건립되고 있는 장애인시설은?= 인천시 계양구 둑실동에 건립되고 있는 장애인요양시설은 지하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1·2급 중증장애인 70명이 입소할 수 있는 시설이다.

총 예산은 20여억원으로 사회복지법인 예원의 자부담 및 시비와 국비를 합해 지난 2007년 건설이 추진됐다. 건축공사는 2008년 11월부터 2009년 4월까지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 주민들의 반대로 건축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는 계양구에 건립되고 있는 장애인시설 신축계획을 폐기하고 시설 신축비를 장애인의 자립생활지원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차연은 계양구의 장애인시설은 복지부가 2008년 발표한 ‘장애인거주시설 혁신방안’(지역사회와 분리된 장애인시설을 지역사회 안의 집과 같은 거주지로 전환한다는 비전. 신규 시설 설립 시 소규모로만 제한한다)에 어긋나고 있다며 장애인복지패러다임에 역행하는 계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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