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방문(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 노승희 씨). ⓒ장애인생활신문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는 장애·비장애 청년으로 제4기 드림팀을 구성해 6대륙 한국, 미국, 독일,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을 방문했다. 이들은 8박9일에 걸쳐 현지 연수를 갖고 장애인 권리실현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에 본지는 미국과 독일,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에 이어 이번 호는 한국 편으로 장애청년들이 전하는 생생한 체험담을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장애청년 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여름이었는데, 그때 역시 처음 알게 된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내의 장애청년 자조모임 ‘청년사랑채’에 참여하려고 갔다가 2007년 드림팀 국내캠프를 동시에 하게 돼서 그 행사도 구경하게 되었다.

그 당시까지 나는 내 주변에 젊은 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그날 최종 드림팀으로 선택된 수십 명의 많은 장애청년들을 보고 놀랐고, 그들이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계획들과 무엇인가를 해내고 오겠다는 열정어린 모습들, 재작년에 다녀온 드림팀의 해외연수 영상들을 보면서 또 한 번 놀라웠다.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흥미로운 연수프로그램에 꼭 한번쯤은 참가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8년 운이 좋게도 한국연수팀이 되었다. 한국팀은 올해로 4기째를 맞는 이 사업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기획된 것인데, 아시아국가(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의 장애청년 9명을 한국으로 초청해서 한국의 장애청년들과 함께 올해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을 이해하고 실제 한국의 실태(고용, 편의시설 및 정보접근, 교육, 장애인의 생활 등)는 어떠한지 직접 현장견학을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솔직히 거의 모든 드림팀 지원자들도 그랬겠지만 나도 처음에는 단순히 ‘이왕이면 해외연수팀이 되면 더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 될 텐데…’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는 평소 우리나라의 복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직접적으로 지원을 받거나 장애인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살만한 사회 환경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한 유럽국가나 같은 아시아국가 일본에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자랑할 만하다고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연수 첫날부터 이런 생각들을 한 내가 조금씩 부끄러워졌다. 맨 처음 일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관계자분들의 장차법 설명을 들었는데, 이를 통해 지금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생기기까지 고되고 오랜 투쟁의 시간들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덕분에 지금의 장애인들이 과거의 그들보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예전까지 나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장애인 관련 통신 기기와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었는데, 특히 청각, 시각장애인을 위한 통신중계서비스(TRS)와 자막방송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직접보고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아시아 청년들처럼 나도 신기해서 저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우리나라의 기술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국팀 연수를 통해 얻은 것들이 많다. 굳이 외국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한 번에 여러 나라의 장애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와 세상을 넓게 보게 되는 계기를 얻은 것 같다. 또 국내 캠프 때 영어발표도 해보고 아시아 장애청년들을 만나보면서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영어가 참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사회복지나 장애인복지 분야로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싶다는 꿈도 가지게 되었다.

삼성장애인도우미견학교 방문. ⓒ장애인생활신문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9박10일간 연수를 하면서 본 아시아 장애청년들의 열정적인 참여였다. 어디를 방문하건 열성적으로 설명을 듣고 필기를 하고 궁금한 것들도 서슴지 않고 구체적으로 질문하던 모습에서 ‘정말 관심이 많구나’ 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관심의 차원이 아니었다. 거의 연수가 끝나가던 날에 같은 방에서 숙박하던 ‘마리카’라는 필리핀 친구가 나에게 진중한 표정으로 이런 충고를 해줬다. 그녀는 ‘너희 한국 친구들은 중요한 사람들이다’라면서 그녀의 나라에는 아직도 집안에만 갇혀 있다시피 지내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이 많다고 했다. 또한 다른 아시아국가의 장애청년들로부터 그들의 나라 상황을 들어보니 장애인에 관련된 법조차 없는 나라도 있었고 어떤 친구는 이번 연수 때 지하철을 처음 타 본 친구도 있었다.

그런 만큼 아직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장애인을 위한 제도나 편의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이고 이에 비교해 볼 때 다른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가 제도나 기술적으로 좋은 복지 상태를 누리고 있으니, 그녀의 말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장애인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나라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우리나라에 대해 불만만 가득 찼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중요함과 자긍심도 느꼈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비교적 좋은 복지국가라고 자만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수동안 전반적으로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추어진 기관들을 견학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모범적인 선례이고 힘들게 만들어진 장차법도 시행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숙소앞에서 기념 촬영. ⓒ장애인생활신문

나는 장애학생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도 아직까지는 국민의 기본권인 교육권을 위한 편의제공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일상 속에서도 둘러보면 현재 장애인이 접하게 되는 서비스나 편의시설 문제들, 그 밖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인한 고충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우리나라를 배우고 느낀 해외의 장애청년들은 각국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장애인복지를 위해 힘쓰겠지만, 나도 무언가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든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아시아와 다른 나라의 장애인 모두를 위해서든, 장애인들이 더 나은 상황에서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행동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끝으로 이번 한국연수팀을 비롯한 다른 장애청년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와 꿈을 갖도록 많이 애써주신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장애인생활신문 / 에이블뉴스 제휴사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