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제정을 통해 장애학생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과 관련 규정이 좀 더 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특수교육현장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직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생각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장애인의 직업재활을 돕는 많은 분들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는 그 오랜 시간동안 장애학생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학교교육을 마치고 사회로 나오는 장애학생들 중에서 제대로 직업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우리사회의 장애인 직업교육 관련정책, 고용 및 지원 시스템과 관련한 총체적 문제이지 교육만의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장애학생들의 경우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에, 어린 시기에서부터 교육적인 중재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현장에서 먼저 직업교육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현장에서 몇 가지 고려할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좀 더 어린 유아시기에서부터 장애학생들이 보여주는 개별적인 흥미와 관심영역, 장점 등이 향후 학생의 직업과 연관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면서 장기적인 계획과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치원-전공과에 이르는 학제 간 연계와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둘째, 학교가 지역사회 현장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과 철저한 이해를 가져야 하며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실제로 장애학생들에 대한 직업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들은 지역사회와 매우 긴밀한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장애학생들에 대한 직업교육은 경쟁력 있는 직종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학교에서 전통적으로 이루어지던 많은 직종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중국제품, 그리고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요구를 고려해 볼 때에 이미 직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잃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학교는 사회의 요구를 적절히 읽어내고 이를 토대로 장애학생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직종과 시장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과의 친밀하고 적극적인 관계를 좋아하는 다운증후군 학생이 있다면 그 특성을 고려하여 ‘노인 말벗 도우미’ 혹은 ‘간병인’ 지원센터와 같은 직종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아주 작은 변화도 알아차리고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폐적 특성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보안 관련 업무’나 ‘품질관리’와 관련된 직종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특수교육이 개별화교육을 주 무기로 하고 있듯이 앞으로는 기존의 몇 가지 직종들에 장애학생들을 맞추어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별 학생에게 맞추어 새로운 직종을 개발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직업교육의 절박성과 시급성에 대한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인식이 요구됩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에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의 직업교육을 위한 안내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진로계획을 수립하도록 돕는 노력이 거의 전무한 형편입니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사회로 나오게 되는 자녀들로 인해 당황하게 되고 사회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는 어린 시기부터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의 직업에 대해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적성에 근거한 관련 직종들을 탐색하고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며 상급학교 진학과정에서도 이를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학교에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복지사 등 지역사회의 관련 전문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국가적으로는 관련 정책과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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