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건립된 본오1동주민센터. ⓒ박종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1동주민센터가 지난 12일 완공됐다. 아직 이곳에서 업무는 이뤄지지 않지만, 조만간 이전할 예정이다.

신축된 건물이기 때문에 ‘장애인 편의시설’ 수준 또한 기대가 됐다. 그렇지만 지난 20일 안산시청 관계자, 경기지체장애인협회 안산지회 내 편의시설지원센터 직원, 상록구장애인자립센터 소장과 함께 점검한 결과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점검결과에 따르면 입구 앞에는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해 설치된 점자유도블록 바로 옆에 쇠기둥이 떡하니 서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됐다.

입구 옆에 설치된 ‘안내촉지도’는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으로 읽기 편한 반구형인데 반해, 그 안에는 직원호출버튼과 점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1층에는 점자유도블록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어 휠체어 및 목발 장애인들의 이동을 방해했다. 엘리베이터 출입문 앞, 화장실 입구 및 통로도 사정은 같았다.

장애인화장실은 1·2·3층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마련돼 있어 성별이 다른 활동보조인의 도움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든 비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무거운 여닫이문으로 휠체어장애인,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출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내부도 좁아 전동휠체어 장애인들이 장애인화장실을 가려면 비장애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또한 세면대에는 손잡이가 없어 목발 장애인들의 안전사고 우려가 있었고, 설치된 소변 손잡이는 휠체어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높았다.

이 밖에도 입구 벽면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촉지판’과 그 밑에 점자유도블록이 잘 설치됐다.

장애인화장실을 살펴보면 출입문은 접이식으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열기 힘들고, 문고리 잠금장치 사용도 어렵다. 내부는 공통적으로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장애인들은 뒤로 들어가야 했고, 문고리도 사용도 힘들었다. 용변기 뒤에는 중증장애인들이 기댈 수 있는 등받이가 없었다. 반면 비상호출버튼은 이용이 편한 위치에 잘 설치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안산시청 편의시설 담당은 “중증장애인들은 혼자서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 4년 전 설계를 했고, 편의시설지원센터 장애인들이 사인을 해줘 설치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상록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비장애인남자화장실에 들어올 수 있냐”고 문제를 제기 한 뒤 “장애인화장실을 비장애인화장실과 분리해 마련해야 하고, 출입문도 터치식자동문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법에는 문제될게 없다”고 밝혔고, 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즘 장애인화장실을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한 것이 대세”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1층 화장실 입구에 점자유도블록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돼 있다. 그런데 비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힘든 무거운 여닫이문이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도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힘든 접이식이다. ⓒ박종태

상록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뒤로 장애인화장실에 들어가 접이식 출입문을 닫지만, 손이 불편해 닫을 수가 없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 내부는 좁고, 용변기 뒤 등받이가 없다. 반면 비상호출버튼은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돼 있다. ⓒ박종태

비장애인화장실 소변기에는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만, 휠체어장애인이 잡기에는 높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 안에 세면대가 없다. 따라서 비장애인화장실 세면대를 사용해야한다. 하지만 손잡이가 없어 목발 장애인의 경우 넘어질 위험이 있다. ⓒ박종태

건물 입구 옆에 설치된 ‘안내촉지도’는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으로 읽기 편한 반구형인데 반해, 그 안에는 직원호출버튼과 점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박종태

안산시청 관계자 등과 함께 장애인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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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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