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사업을 대한장애인체육회로 이관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하고, 사무총장을 공개모집하는 등 조직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최근 정관을 개정하면서 제조판매업, 불용품 매각사업, 부동산 임대업 등 각종 수익사업을 정관에 구체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짚어본다.

지난 2월 2일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차흥봉 신임회장의 취임식 장면. <에이블뉴스>

▲사무총장 체제로 조직정비 추진=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이건희(삼성그룹 회장) 전 회장의 후임으로 차흥봉(63)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난 1월 13일 선출하고, 본격적인 조직정비에 나섰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상근부회장 체제에서 사무총장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사무총장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부회장 직제를 정관에서 삭제하고, 사무총장의 역할을 강화했다. 개정된 정관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회장을 보좌하며, 회장 유고시 회장의 직무를 대행하고 직제규정에 정한 바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체육업무 삭제, 복지진흥업무 확대=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는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장애인체육과 관련한 모든 사업 내용을 정관에서 삭제했다. 지난해 5월 장애인체육업무가 문화관광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로 이관된데 따른 조치이다.

기존에 수행하고 있던 장애인복지진흥사업은 확대하기로 했다. 신규로 추가된 사업은 ▲일자리지원(창출) 사업 ▲직업재활사업 관리지원 ▲복지정보화사업 ▲편의시설 증진사업 ▲지역사회재활사업지원 ▲인식개선사업 ▲재활보조기구 개발·보급사업 ▲국제장애인복지단체와의 교류협력 등의 사업이다.

기존에 수행해 오던 ▲문화예술증진사업 ▲복지시설 운영 ▲재활전문인력 양성 및 관리 ▲장학사업 및 극복상 사업 ▲기타 장애인복지증진 사업 등은 유지하기로 했다.

▲수익사업을 정관에 구체화?=이번 정관 개정에서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그동안 수행해오던 수익사업을 정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

우선 ‘전기전환장치, 수배전반, 계장/자동제어장치, 기계제작, 조립금속제품, 플라스틱, 상·하수처리장치 및 구성품, 소각로, 석재가공’ 등과 관련한 제조판매업이 정관에 포함됐고, ‘고철, 폐전선, 폐변합기’ 등 불융품 매각사업, 부동산 임대업, 주차장 운영업, 옥·내외 광고물업 등도 정관에 명시됐다.

이외에 문화·예술·복지 관련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위·수탁 사업이 수익사업과 기금조성 사업의 종류로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관계자는 “정부가 산하단체에게 자급자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관에 각종 수입사업이 명시가 되어 있지 않아 사업권을 따내는데 있었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인계 일부 단체들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조직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익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관을 개정한 것은 부적절한 조치였다’며 조직적인 반발에 나설 기세다.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는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에이블뉴스>

▲장향숙 의원 “전면적인 탈바꿈 필요”=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국회에서 먼저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최근의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의 움직임에 대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직접적인 비판을 가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장 의원은 “90%를 차지했던 장애인체육업무가 넘어간 뒤에 이 부분에 대한 공백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 갈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하고, 제안도 했지만 어떤 특별한 대책이 없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은 “그런데 지금 복지진흥회가 체육업무가 나가고 나니까 장애인일자리지원사업을 추가하는 수준의 역할을 이런저런 얘기만 해왔다. 역할과 위상과 관련해서 꼭 한 가지는 분명하게 해야 한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사업을 쥐어짜내서는 안 된다.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으로 전면적인 탈바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 의원은 “필요하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꼭 필요한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조직만 끌고 가는 식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예를 들면 최근 노인인력개발원이 만들어졌는데, 장애인인력개발원으로 만들어서 그 부분에 치중하든지, 아니면 여성개발원 형태를 취해서 장애인정책 개발을 해서 진정한 정책생산의 장을 만들든지 뭐, 분명하게 하고 난 다음에 법인을 존재할 가치를 세워야 하는데,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못마땅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이어 “그래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일들로 말이 많게 되지 않도록 이 부분에 대해서 장관님이 관심을 갖고, 장애인계가 기대하고 바라는 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주기를 부탁드린다. 이 부분에 대한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내가 장관님에게 독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발언 시간에 쫓겨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이사회에서 논의된 정관 개정안을 살펴보면 수익사업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재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형상이다. 뿐만 아니라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미 이관하기로 결정된 기금을 이제 와서 이관하느냐 마냐 논쟁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는 발언도 질의서에 준비를 해놓았었다.

한편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지난해 12월 28일 발의한 장애인기본법 제정안에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의 역할 변경을 염두에 두고, 장애인 관련 조사·연구 수행 및 정책개발 수행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 설립안을 포함시켰다.

▲유시민 장관 “아직, 고민 중”=장 의원의 발언에 대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만약 그렇게 연구기관이나 또는 장애인인력개발을 위한 사업기관으로 가게 된다면, 사실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장애인복지진흥회와는 전혀 다른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냥 현재 있는 것으로 기능만 바꿔서 그렇게 해준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적 구성도 다 바뀌어야만 가능하고, 법적인 부분도 바뀌어야 된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유 장관은 특히 “장 의원님이 말씀하신대로 우선적으로 장애인계의 소망,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확인해서 보건복지부가 하고 있는 장애인지원사업, 그런 것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도록 하겠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고민은 하고 있는데, 딱히 어떻게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시간을 좀더 갖고 검토를 해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시간을 갖고 검토를 하는데, 방향 자체가 잘못되게 흘러가도록 하면서 시간을 끌면 안 되겠다”고 지적했고, 유 장관은 “유념하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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