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I LOVE YOU 수어를 표현하고 있다.ⓒ한국농아인협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농아인협회(이하 한농협)가 공동 주최한 ‘제1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이 지난 3일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수어의 날’은 ‘한국수화언어법(수화언어법)’ 제정일(2016년 2월 3일)을 기념하여 한국수어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수어에 대한 전 국민적 인식 고취를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지난해 여러 차례 의견수렴 끝에 법 제정일은 2월 3일을 한국수어의 날로 결정, 이후 법 개정을 통해 공식 기념일로 지정됐으며, 오는 7일까지 한국수어 주간이다.

올해 처음 열린 기념식은 ‘함께하는 한국수어, 다가가는 한국수어’라는 주제로 한농협 변승일 회장과 문체부 오영우 제1차관 등 50명 이하만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대신 한농협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인원은 최소화 하되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기념식 1부에서는 한국 수어발전에 공로한 인물들에게 표창과 공로패가 전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에는 한농협 전 주신기 회장이 수상했다.

주 전회장은 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추진위원회, 한국수어연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수어사전, 수어 교재 편찬 등 한국수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한농협회장이 수여하는 공로상에는 김칠관 교수와 국립국어원 기획연수부 공공언어과 강미영 학예연구관이 수상했다.

이들은 한국수어의 저변 확대와 수화언어법제정 과정에서 큰 공헌을 했다. 특히 강미영 연구관은 법 제정 당시 문체부 국어정책과 학예연구관으로 재직하며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한농협은 2016년 수화언어법 제정 전후의 역사적 상황을 극단 핸드스피크의 축하공연과 발표 및 자유발언 등으로 재인식하게 하는 순서도 마련했다.

특히 2부에서는 ‘한국수어의 날 제정까지 걸어온 길’이란 주제로 한농협 이미혜 전 사무총장이 주제발표를 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00년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계기로 비로소 농인의 언어적 권리 확보를 위한 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면서 “수화언어법은 이러한 권리 인식을 기반으로 제정되었다”고 말했다.

독립적 법 제정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 장애인 관련법에도 수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나 농인의 언어 체계는 일반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음성 언어가 아닌 시각 동작 체계인 한국수어에 기반하기 때문에 기존 법률에서는 이를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화언어법 이후 농인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까를 생각하면 여전히 답보상태”라면서 “전 국민이 수어로 소통하는 사회를 위해 협회를 중심으로 농인들이 더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농협 변승일 회장은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주장하고 싸운 끝에 ‘한국수화언어법’에 이어 ‘한국수어의 날’까지 제정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오늘이 있기까지 힘을 모아준 농인과 국회, 정부 등에 감사하다”며 “제1회 수어의 날을 계기로 전 국민적인 관심과 방송서비스 개선 및 수어통역서비스 등 정책적 지원이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체부 오영우 제1차관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며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동아줄인 만큼, 수어가 농인과 농인, 청인과 농인을 있는 단단한 동아줄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참석하지 못한 정세균 국무총리와 수어의 날 제정을 위해 법 개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세계농아인 총연맹 조셉 머레이 회장은 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정세균 총리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쓴 채 수어로 소통해야 하는 농인들의 고통을 잘 안다며 곧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정 의원은 수어의 날 제정에 기여한 당사자로서 앞으로도 이 날의 의미가 더 살아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조셉 머레이 회장은 한국농아인협회가 단합한 결과로써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좋은 결실을 맺게 된 것에 대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한농협은 수화언어법과 수어의 날 제정 분위기를 2023년 제주에서 열릴 ‘제19차 세계농아인연맹(WFD) 총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감으로써 수어가 전 국민의 언어로 확산되는데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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