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한 번째는 복지일자리(참여형) 부문 우수상 수상작 정태민 참여자의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이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정태민(경기도 군포시)

저에게는 늘 힘이 되는 존재. 제가 살아가는 이유인 쌍둥이 형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저희 쌍둥이 형제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시설에 맡겨졌었고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이후 저는 자립을 위해서 2013년 그룹홈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동안 제 주변 사람들은 ‘항상 넌 어떤 일을 해서 먹고 살거니’ 등 부정적인 시선으로 절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을 보내고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전공과 학급이라는 곳이 새로 생기면서 취업과 관련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면접을 본 곳이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이었습니다.

너무나 떨렸고, 부정적인 생각만을 갖고 있던 제게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해준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체가 합격을 한 기쁨보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한 발 내딛었습니다.

인지 능력이 많이 낮은 저희 쌍둥이 형은 아직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처음 입소한 시설에서 알 수 없는 이유와 상황도 모른 채 퇴소하게 되면서 친부모를 다시 만났고 우연치 않게 부모님과 11일 동안 함께 생활하였습니다.

친부모님은 저와 형에게 시설로 다시 돌아가서 생활하라는 이야기만 줄곧 하셨습니다. 결국 형은 다시 시설로 보내졌고, 저에게도 차비를 쥐어주시곤 그렇게 저희 쌍둥이는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수소문 끝에 형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 월급으로 형의 시설입소비용도 내고 평상시에 좋아하던 음식을 포장해서 두 손 무겁게 시설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5년 말부터 지금까지 도서관 사서보조로 시작해 사무보조 등 다양한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더불어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부정적인 마음과 생각을 잊기 시작했습니다. 첫 출근에 긴장도 많이 하고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하루하루가 고되기도 했지만, 정말 기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군포시 근**복지관에서 도서관 사서보조로 일을 했을 때는 정말 기분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를 보기 위해 와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저의 모습이 너무 긍정적이라고 하시면서 “널 보면 오늘 하루도 힘을 내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도서관에 계속 근무했으면 한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제 생활도 그렇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자리에 적응하면서 지내던 어느 날, 그룹홈이 폐쇄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무섭고 갈 곳이 없었습니다. 고시원 생활에 하루 한 끼 정도로 버텨가며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3개월 동안 그런 생활을 하면서도 일할 때는 즐거웠습니다. 낯선 환경에 매일 밤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고 그때부터 시작한 수면제는 안정기를 찾은 지금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내 힘으로 꼭 돈을 모아 원룸으로 가야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복지일자리에서 받은 월급을 아껴 쓰면서 4개월이 될 무렵 원룸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원룸생활이 얼마 되지 않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세임대 아파트에 선정이 되었고 내 생애 첫 아파트 생활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그 덕에 월급을 더 아껴 쓸 수 있었고 제가 해보고 싶었던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복지일자리사업은 제 2의 삶을 살게 해준 고마운 일자리입니다. 현재는 사무보조로 노인복지관에서 매일 식사를 하시러 오시는 약 700여명의 어르신 분들의 식권구매에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생활을 하고 살가운 성격이 아니다보니 안내하고 인사하는 일에 있어 초반에는 쑥스러워 혼잣말로 속삭이듯 했었는데 지금은 자주 뵙는 어르신과는 농담도 나눌 줄 아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자리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제 인생에 의미를 부여 해주었고 장애를 갖고 있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일자리와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권익옹호 활동가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일자리를 갖고 얻게 되는 긍정적인 저의 삶의 변화들이 이렇게나 많았는지 저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업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의 참여자로서, 권익옹호 활동가로서 많은 부분에 인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