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두 번째는 참여형일자리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박상구 참여자의 ‘기회는 곧 용기다’ 이다.

기회는 곧 용기다

박상구(대전광역시 동구)

저는 38세 박상구입니다. 적어도 사고가 나기 7년 전까지는 전자제품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며 가수를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각·뇌병변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2급 장애인입니다. 힘들었던 지난 기억들을 떠올리는 건 끔찍하지만 저의 이야기를 보시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까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적어 봅니다.

2012년 7월 6일 00시 40분경 경기도 작은 회사에서 업무 관련 회의를 자정까지 할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업무를 마치고 기숙사로 운전하여 복귀하다가 과로와 누적된 피로로 인한 집중력 저하로 적재되어 있던 수출용 컨테이너 박스와 충돌하였습니다.

사고 직후 119로 후송되어 안산병원 중환자실에 10일 입원하는 동안 의식 불명 상태가 지속되었고, 가족이 있는 대전 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사고 후 45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전신마비와 뇌손상으로 인한 부분기억상실 등 언어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산재병원에서 2년간의 운동재활과 언어장애 치료를 받는 동안 사고 후유증으로 왼쪽 눈 시력 상실과 어깨 수술 등 2차 대수술을 받으면서 건강했던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자살 충동까지 경험하면서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져 갔습니다.

퇴원한 후에도 장애를 수용하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대인기피와 기억력 감퇴 등 자존감 저하로 집밖 출입을 하지 않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2년간 이어가면서 수많은 날들을 눈물로 탄식하고 좌절하며 점점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하였습니다.

보다 못한 형이 재활을 돕기 위하여 휴직을 하고 저와 함께 아파트 계단 오르기부터 팔다리 근력을 위한 체력단련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힘 없는 팔다리로 1층부터 최상층까지 오르내려야 하는 저에겐 고통의 나날이었지만 마비되었던 팔 다리에 조금씩 힘이 생기고 기력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평소 바르게살기 회원으로 활동하시던 어머님이 주민센터에 비치된 동구아름다운복지관 소개 리플릿을 보고 바깥활동을 조심스럽게 권하셨습니다. 지금은 혼자서도 복지관 셔틀버스를 타고 오가지만, 이때는 정말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기 때문에 가족의 눈물어린 권유와 ‘형님과 어머님의 동행 없이 혼자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복지관에 방문하게 되었으며 체력단련실 이용을 하던 중 바리스타 훈련참여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셔 관심분야이기도 하였지만 왼쪽 편마비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도전하기엔 심적 부담이 컸습니다. 지속적인 제조훈련과 연습으로 기술이 향상되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고 ‘나도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2017년 6월 기초반 6개월 과정과 2018년 자격증 취득반 6개월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2018년 6월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앞두고 연습 삼아 지방대회에 참여만이라도 해보자라는 권유와 사람들 시선이 아직은 무서운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복지관 선생님들의 따뜻한 지지와 응원으로 출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5년 전까지만 해도 많았던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세상이 싫어서 오랜 기간 은둔생활을 했던 제게 대회출전은 강력한 스트레스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평생 다시는 일어설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기능경기대회 바리스타 부문에 참여 인원이 많아 위축되기도 하였지만 평소 결석 한번 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한 덕에 대회당일 긴장감 속에서도 무사히 제조를 마칠 수 있었으며 은상 수상의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수상식이 진행되는 내내 어머님은 지켜보시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고 복지관 훈련생들과 국장님, 관장님의 축하인사를 받는 꿈같은 시간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 않지만 제 가슴속에서 잊고 살았던 용기란 녀석이 꿈틀대기 시작하였고 훈련과정과 출전준비 기간 내내 지지와 격려를 해주신 복지관 선생님과 나만 바라보고 희생하시는 가족의 무한사랑의 힘도 많은 부분 힘이 되어 이겨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젠 저도 조심스럽지만 꿈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복지관 카페테리아에서 장애인일자리에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전반적인 카페운영에 관한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실제 커피숍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메뉴를 배우기 위해 자기개발 및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일자리를 통한 지원고용 및 일반고용 등 민간일자리로의 전환기회도 놓치지 않을 것이며 틈틈이 내년 기능경기대회 금상을 목표로 더욱 훈련에 매진하여 전국대회에도 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금상 수상자’가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같은 꿈을 가진 장애인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전파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저와 같은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살아갈 용기를 선물해 주신 동구아름다운복지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했던 제 인생을 탈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장애인분들께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기회는 곧 용기다’ 전국에 계신 장애인 여러분, 도전해보세요. 삶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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