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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2019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 입상작 소개-⑩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7-16 08:44:56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매년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34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총 27편의 입상작이 선정됐다. 이중 대상 1편, 최우수상 2편, 우수상 10편을 연재한다. 열 번째는 우수상 수상작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이다.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거북이보호작업장 김명종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원래는 청주에서 살고 있었다가, 우연한 기회로 대전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계시지 않습니다. 아빠는 일용직 노동자이십니다. 자연스럽게 집에 계시는 시간이 적으셔서, 저는 카톨릭 사랑의 집 재단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힘들게 일하시는 아빠를 보며, 한 번만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하게 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고, 아마 그런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 때부터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번 돈으로 아빠, 형, 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서, 모두의 환한 미소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가는 데에는 많은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전 대전에서 거북이 보호 작업장이라는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에서 2017월 6월부터 훈련생으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설은 좋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장판과 벽지가 이리저리 뜯겨져 있었고, 작업을 하는 책상도 흠이 패여 있는 등 환경이 그렇게 좋진 않았습니다.

작업장에서 제가 했던 일은 책상에 앉아 검은 하우스 클립에 철 핀을 끼워 넣는 임가공 작업이었고, 처음엔 그렇게 재미가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익숙하지도 않은 낯선 작업에 작업장은 좁고 덥고 환경이 좋지않아 영 일을 할 의욕이 나지 않았고, 그런 마음가짐은 곧 적은 급여로 돌아왔습니다.

일을 잘 하지 못하고,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말이였지요. 하지만 막상 눈으로 보고 나니 씁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낙담하고 있는 제게 박 팀장님이 다가오셨고, 처음이라 일이 익숙지 않아서 잘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앞으로 잘 해서 많이 받을수 있게 노력하자며 저의 기운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옆에선 국장님도 힘들었던 일을 거들어 주셨습니다.

그 후로도, 제가 계속 작업을 힘들어 할 때마다, 팀장님과 국장님께선 항상 절 격려하며 일을 잘 할 수 있게 북돋아 주셨습니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한 결과, 아주 조금씩이었지만 다달이 제가 받는 돈은 늘어 갔습니다.

그러다 몇 달이 지났을까요, 팀장님이 좋은 소식이 있다며 모두를 불러 모으고 얘기하셨습니다. 곧 시설을 더 좋은 곳으로 옮긴다는 말이었습니다. 쾌적하고, 일에 보다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하셨고, 저는 매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대동에 있던 낡은 건물에서, 효동의 옛 교회가 있던 플러스크리닉 빌딩 2층에 새로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습니다. 널찍하고, 작업장과 식당이 분리되어 깨끗한 환경에서 밥도 먹을 수 있었고, 장판 벽 어느 한 군데에도 패인 곳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것은 시설만이 아니었습니다. 훈련생 신분이었던 저는 2017년 11월에 드디어 근로 장애인이 되었고, 처음으로 10만원이라는 급여를 받았습니다. 급여 통장을 보신 아빠께서 너무나도 좋아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덩달아, 더욱 일을 열심히 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년 2월, 계속해서 하우스 클립 임가공 작업과 신문 포장 작업을 하던 중, 팀장님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커피 점토! 주변 카페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모아 점토로 재활용하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 점점 작업실력이 늘게 되어 기분이 좋았던 때여서 그 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일을 제가 하겠다고 소리쳤습니다. 곧 작업장 한 쪽 구석에 있던 단상에 투명한 유리문과 온갖 처음 보는 기계들이 설치되었고, 선생님께서는 그게 커피 점토를 만들기 위한 기계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커피 점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박이라고 하는 커피 찌꺼기가 필요했습니다. 저와 국장님은 주변의 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하러 다녔습니다. 카페 한 곳 한 곳을 다닐 때마다 정말 많은 양의 찌꺼기들이 통에 담겼습니다. 무거워서 나르기 힘들어 혼이 났었고, 한 번 점토를 만들고 나면 해야 하는 기계 청소도 복잡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버려지는 찌꺼기들을 제가 새로 쓸 수 있는 점토로 만든다는 것이 새로웠고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팀장님께서 환경을 지켜 지구를 살리는 일을 하는거라고 우리가 하는일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4월, 커피 점토분말 생산 사업을 진행할수 있게 되어 팀장님과 선생님께서 좋아하셨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제가 커피 점토 사업에 열심히 참여했다고 칭찬해주셨고, 급여도 덩달아 40만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커피찌꺼기 양이 많아 나르는게 어렵고 더운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 힘들었지만 팀장님의 잘한다는 칭찬에 힘이났고 일하는게 신이났습니다.

커피 점토가 좋게 진행되면서, 저와 팀장님, 그리고 국장님과 다른 근로 장애인 분들은 작업장에서 벗어나 대외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롯데 마트에서 진행했던 서울 중증장애인 생산품 전시판매 행사에도 참여하였고, 처음으로 TV와 잡지에도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커피 점토분말을 만드는 여러가지 기계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최근에는 팀장님, 국장님, 선생님과 함께 롯데 월드에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가 본 놀이 동산은 너무 좋았고 특히 팀장님과 함께 바이킹을 타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음엔 가족들과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제가 번 돈으로 여행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거북이 보호작업장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열심히 일하는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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