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9월 ‘2017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으며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 번째는 복지일자리 부문 우수상 수상작 ‘일하는 기쁨! 자신감 회복!’이다.

일하는 기쁨! 자신감 회복!

김인선(전라북도 전주시)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벌써 30여 년 전 재촉하는 출근길 교통사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을 향하여 귓전에 들려오는 앰뷸런스 소리. 도로를 질주하는 다급함.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순간의 사고가 내게 남긴 상처는 평생을 안고 가야할 깊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지체장애 3급. 시집 온지 갓 6개월 된 26세의 임신한 아내... 가슴에 파고드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수술 시간이 얼마나 길고 초조했던가?

눈을 떠 보니 희미한 불빛, 병실에 누워 천장을 보며 허공처럼 남은 건 절망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은 온통 은혜와 감사로 채워져 있음을...

몇 년이 흘렀을까? 식물인간 남편을 지키며 애면글면 무진 애를 쓴 아내의 덕에 한발 두발 발걸음을 보행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병원 생활의 끝은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었다.

생계라는 전쟁, 육아라는 전쟁, 어떻게든 살아야하는 전쟁 말이다. 그동안 나를 대신해서 생계를 꾸려온 아내는 온갖 허드렛일을 하느라 무릎과 허리의 통증이라는 훈장뿐이다.

지난겨울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밤길을 다니며 떡 바구니 들고 마라톤선수처럼 달리곤 하였던 아내, 때로는 불량하고 짓궂은 사람 앞에서 아내는 떡 바구니를 발길로 걷어 채이기도 하여 눈물과 함께 나뒹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서러움과 분노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한 아내를 바라보는 제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해도 미치지 못하지만. 미안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여보!!

그 긴 세월 생계를 꾸려야할 아내를 대신하여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여 아내의 무거운 어깨의 짐을 나눠지기 위하여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하였지만, 특별한 재능도 인맥도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경제적 활동을 찾기는 매우 힘들었고, 야속한 세월만 속절없이 흘러갈 뿐이었다.

이러한 시간이 중첩되며 점점 자신감은 상실되어 갔고 심리적 우울감만 쌓여 갔다.

어렵게 몇 년 전에 아파트 경비직을 구하여 작은 희망과 행복감 느끼며 살던 시간은 채 1년도 되기 전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으며 그로 인해 심리적 우울함과 온갖 부정적 생각들로 힘들었다.

그때 집 인근에 있는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게 되었고, 동료 장애인과 언제나 따뜻하게 맞이해준 직원들로부터 다소의 위안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15년 12월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 담당자로부터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에 참여를 권유받고 드디어 나에게도 일할 기회가 왔구나 하고 매우 기쁘게 생각하였다.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서류제출, 면접, 참여자 선정과 같은 일련의 과정도 기분 좋게 응대하였다. 그리고 2016년 1월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행복나눔 푸드마켓’에 배치되어 2년째 일하고 있다.

‘행복나눔 푸드마켓’은 기부물품을 받아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품목별로 구분하여 진열대에 진열하여 놓으면, 저소득 주민들이 주민센터에서 발행한 쿠폰을 가지고 와서 자신들이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게 하는 일과 기부물품을 사회복지 관련 기관에 연계하여 주는 일들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기부물품을 옮기고, 진열하고, 고객들이 쉽게 찾도록 안내하며, 매장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일들을 주3회, 월56시간 하고 있다.

일하는 과정에서 육체적으로 다소 힘들기도 하지만 푸드마켓 점장님이 나를 잘 이해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줘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월 30여만 원의 소득은 결코 많지 않으며, 이것으로 생계를 전적으로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가정경제를 아내에게만 의지하여 근근이 유지하다가 적지만 정기적으로 소득이 있다는 것이 매우 보람을 느끼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밤이 되면 새가 날개를 접고 둥지에서 잠을 자듯, 밤이면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늘 소망하고 있는데, 아내는 밤이 되면 노점을 위해 집을 나선다. 이러한 모습을 보노라면 이러한 일들이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가슴 저미며 눈물 짖는 시간이 많았고 자책감에 괴로워했으며 우울한 생각이 많았다.

지금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차상위계층으로 정부의 지원받고 있으며, 그래서 아내는 돈을 벌기 위해 떡보따리를 들고 밤길을 나서지만, 내가 2016년부터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에 참여하며, 일정한 소득을 가진 후부터 조금씩 이러한 죄책감에서 다소 해방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 기본교육, 보수교육, 참여자 간담회, 영화관람, 명절선물, 사업평가회 등 전체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참여하여 동료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 그동안 심리적으로 우울한 감정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음을 느낀다.

비록 주3일, 월56시간으로 적은 소득을 주는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직장에 다닌다는 자부심으로 ‘행복나눔 푸드마켓’을 찾아오는 고객을 최대한 친절하게 안내하며, 그들이 필요한 물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면 고객들이 좋아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30대에 교통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되었고, 이로 인한 힘겨운 재활치료, 그리고 오랜 무직의 세월, 이제 60대의 나이 많은 장애인으로 직장을 갖기 힘든 상황에서 장애인복지일자리는 내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 참여를 통해 그동안 아내에게 떠맡긴 생계에 다소나마 보탬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일하는 기쁨이 있으며, 일을 함으로써 그동안 졌던 마음의 짐을 다소 내려놓을 수 있어서 자심감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었다. 때문에 장애인복 지일자리사업은 나에게는 매우 소중하다.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과 함께 나의 미래를 귀하게 여기며 보석과도 같은 황혼을 물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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