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9월 ‘2017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으며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섯 번째는 일반형일자리 부문 우수상 수상작 ‘희망의 증거를 찾아서’다.

희망의 증거를 찾아서

은희영(충청남도 서산시)

어느 날 고3이 된 아들이 “엄마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하고 싶은 공부해도 된다”면서 “난 대학교 안가고 군특성화반에서 교육받고 전문하사관으로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2010년 늦은 나이에 내 딸이 다니는 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입학을 하여 학비와 생활비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성폭력상담사, 장애인동료상담사 등 복지업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나는 어릴 때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이며 교정수술중 합병증으로 우측상옆 절제수술을 받았다. 면역기능저하로 자주 몸이 아픈 상태로 학교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남편을 만나 결혼 하였고, 남편의 무능으로 생활고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서산시청 사회복지사 한 분이 집으로 찾아 오셨다.

기초수급신청을 권유하였고 상담 후 기초생활보장을 받게 되었다. 아이들 교육을 걱정 없이 하게 되었고 그때 고마운 마음으로 나도 사회복지사가 되어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보람되게 살고 싶었다.

첫 직장으로 보호관찰소 행정지원팀 보조를 하면서 청소년들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아무런 권한도 없기에 영향력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 후 행정도우미를 신청하게 되었고 직접 민원상담을 하게 되면서 그들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보육료 신청기간에는 엄마들이 애기들을 데리고 단체로 몰려 올 때가 많았다. 사무실이 시끌벅적해졌다.

빠르게 신청서를 나누어 주고 한꺼번에 설명한 후 아이들에게 이면지와 크레파스를 쥐어주고 캐릭터를 그려 관심을 집중,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엄마들은 변경신청을 완료하게 된다. 자신의 아이가 그린 그림을 선물로 받아 기분 좋게 돌아가면 다음 팀들을 받았다.

민원인이 찾아오면 전산작업 등 하던 일을 멈추고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어요?” 밝고 친절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담당자를 안내해 주거나 편하게 앉아서 잠시 여유를 갖고 마음을 열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많이 덥지요? 차 한 잔 갖다 줄까요?” 기초수급이나 장애등록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은 창피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나도 장애인이고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며 때로는 친근감을 주기위해 “과거에 나도 기초생활보장을 받았지만 일을 하게 되면서 탈수급하게 되었다”고 서스럼 없이 말해주기도 한다.

자신들의 힘든 상황을 말하고 들어줌으로 “서비스지원은 못 받게 되어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준 것만으로도 됐다”면서 돌아 갈때...

다른 동사무소에 근무 할 때 일자리 상담을 하러 온 젊은 여자분이 있었다. 둘째아기를 낳고 어떤 이유 인지는 모르겠으나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어 생활고로 힘들다고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찾아왔다고 했다.

출산한지 얼마 안 된 상태라 산후조리가 필요해 보여 일자리보다는 한부모지원을 받도록 신청을 도와주었다. 내가 근무지를 석남동으로 옮겼는데 그 여자분도 석남동으로 이사 왔다면서 또 일자리를 상담을 하러 왔다.

마침 저소득층 임대아파트 무상지원 신청기간이라 소개를 해주었고 당첨되어 “두 아들과 잘 지내고 있으며 화장품판매사원을 하는데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사람 만남이 즐겁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니까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잘 살게요”라고 고마움도 전했다. 이럴 때 내가 하는 일이 최고의 보람과 가치 있는 일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저소득층 중에 양곡과 생필품 지원 받을 사람 추천하라고 했다. 나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직접 양곡을 배달해 주느라 점심이 늦을 때도 있지만 그분들이 고마워하고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나를 참 행복하게 한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오지랖이 넓다고 하지만 결국 남을 돕는 것이 나를 위하는 일이고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장애담당 주사님 요청으로 세올행정, 행복e음 권한을 활용하여 각종증명서 발급 및 신청서 압력을 꼼꼼히 하여 복지업무에 효율을 높여 주고 있다면서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어 쑥스럽지만 기분은 업이다. 일을 시키지 않아도 다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파악하고 준비를 한다.

일이 없어도 서류정리 및 업무관련 자료를 읽고 충분히 숙지를 하여 상담을 할 때 친절하고도 쉽게 공감이 되도록 설명해주고 담당자들과 확인해보고 정확하고 확실하게 일처리를 해주려고 노력을 한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상담신청부터 출석관리, 업무준비 및 지시, 도시녹화사업 참여, 폭염대비 안전교육 강의 등 5년 동안 함께 하면서 이제는 내가 알아서 “풀 뽑아야지요.”, “꽃밭에 잡초 많던데 뽑아야 겠어”, “어디가 더럽더라...” 등등 이야기한다.

행정도우미 하기 전에는 병원을 자주 다녔다. 면역력이 약해서 근무시간에도 병원치료를 하거나 입원을 했었는데, 내가 건강해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퇴근 후에는 체력단련실에서 근력운동과 호수공원을 걷는 유산소운동을 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수지침자격증에 도전하여 5월에 수지요법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나의 건강을 관리할 뿐 아니라 “직원들이나 민원인 중에 급체를 하거나 두통을 호소할 때 간단한 수지침을 해주어 직원들 사이에도 인기가 좋다”는 내용이 직원들에 의해 시 동정란에 게재되기도 하여 지역신문에 나오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배드민턴 시 대표로 도민체전에서 2년 연속 금 매달을 획득하여 장애인체육회와 서산시에 기여하기도 하였다.

장애인행정도우미는 시키는 일만하고 직원들과 화합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낙인은 이제 없어야 한다. 업무관련 자격증에 도전하고 관련지침을 공부하여 개인의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며 건강한 사고로 직원들과 화합하고 자신을 관리하여 불편한 장애를 극복하는 행정도우미가 되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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