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회장 황규인)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찾고, 장애 여부를 떠나 사람살이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2015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2017년 장애인거주시설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협회소속 시설의 이용장애인과 직원이 총 62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협회는 외부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3편, 우수작 2편 등 총 8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덟 번째는 특별상 ‘수정이의 일기’이다.

성요셉재활원 이용인 최수정

# 프롤로그

눈을 뜨면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시작 됩니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 똑같은 사람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익숙함을 넘어 허무함이 찾아 올 때 나보다 몸이 더 불편한 오빠가 기관에서 자립을 했습니다.

이것은 나에게 큰 충격 이였습니다. 하지만 이 충격은 나에게는 긍정적인 충격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마음의 두드림 이였습니다. 이 후 저는 기관에서 퇴소하여 자립을 하고 있는 오빠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고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그 오빠에게 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대구에 자립을 도와주는 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대구 사람 장애인 자립센터’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4편의 일기는 ‘대구 사람 장애인 자립센터’를 알게 된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2번의 외출과 2번의 체험홈을 일기로 쓴 글입니다.

저는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으면 저의 글을 통해 자립에 대한 작은 두드림이 다른 이에게 큰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의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뇌변병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는 26살의 꿈 많은 여성 최수정입니다.

# 2016년 10월 24일~25일

- 첫 도전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개인 외출로 놀러 다녀왔습니다. 센터 회원분들과 친해질 수 있는 자리여서 좋았고, 제가 처음으로 선생님들 도움 없이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까지 올 수 있는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24일 성요셉재활원에서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왔던 방법은, 재활원 선생님들이 대곡역까지 태워다 주시고, 대곡역에서는 성요셉재활원에 실습 와서 알게 된 동생이 도움을 줘서 지하철을 타고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왔습니다.

선생님들 도움을 아예 안 받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 외출은 제가 주체적으로 선생님들께 여쭈어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어떻게 준비를 해주면 되는지 알아내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선생님들이 저한테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우리가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까지 태워다 줄까?”

“아니요”

저는 제가 알고 지내던 동생과 대곡역에서 만나서 지하철로 경산까지 가보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조금 걱정을 하셨지만, 저는 할 수 있었고 부모님도 격려해 주셨기에, 그렇게 해보았습니다.

센터에 와서 경애씨, 재희씨와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센터 회원분들과 맛있는 점심도 먹고, 체험홈에서 숙식도 하였습니다. 은지씨와 현화씨께서 저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체험홈에서 1박 경험이 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작고 소중한 시간들을 하나 둘 만들어 가보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나중에 기관을 퇴소하여 자립을 했을 때, 내가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어떤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 글 안에 행복했던 시간들을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저처럼 이렇게 해보고 싶은 장애인이 저희 기관에도 있으면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제가 깨달은 건, 자립을 해서 행복한 시간들도 많겠지만, 내가 감수해야하는 일들도 많아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왜냐면 내 삶을 남이 대신 살아주진 않으니까요.

지금 기관에 있을 때는 선생님들이 24시간 옆에 붙어있어서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와줄 수 있으나, 자립을 하게 되면 그런 부분들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려워질 테니까요. 저는 이런 경험들을 앞으로도 그렇고 나중에라도 꼭 발판으로 삼아 자립의 꿈을 펼쳐나가고 싶다는 걸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25일 오늘, 또 한 번 새로운 경험을 해봅니다. 경산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를 혼자타고 논공 성요셉요양병원 C동에 있는 언니 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물론, 이번이 두 번째라 서툴 수도 있지만 경산센터에 계시는 회원분들과 신나고 알차게 놀다가 귀원하려고 합니다. 행복했던 시간들, 소중했던 시간들 제 마음에 고이 간직해서 앞으로 이런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 만들어 갈게요. 안녕~

# 2016년 12월 27일

- 평범한 일상

나는 오늘 아침 8시 30분에 대구 장애인 나드리콜을 불러 재희언니를 만나러 대구 시내에 나왔다. 대구 나드리콜은 즉시콜이라 약간 시간이 정확하지 않아 힘든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24시간 운영이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접수를 할 수 있다는 점, 안 좋은 점은 도착 시간이 정확하지 않아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점도 있다.

아무튼 그런 점들이 있는 가운데, 나는 외출을 계획해서 나온 나 자신에게 정말 자랑스럽다. 물론 기관에 계신 선생님들과 조율을 해야 된다는 것이 있었지만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고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나는 늘 감사하다.

물론 내가 인지가 되고 의사소통이 된다는 점이 있어 선생님들에게 많은 요구를 해서 힘들게 하는 점도 있겠지만, 선생님들께서 바쁘신 가운데 나의 얘기를 최대한 들어주려고 해주시니 이 외출을 진행할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나는 작은 일도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생활해야 하는 아이라서, 눈치도 많이 보고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이다 보니 외출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많이 생각해서 외출을 결정하는 아이이다. 이런 것들을 들어주시고 의논해 봐주시는 선생님들께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라도 외출하는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 어떻게 보면 나만 생각하는 아이일 수도 있는데,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물론 비장애인들보다 내가 장애를 가진 몸이라서 여러 면으로 생각해야 되는 점도 많지만, 어떻게 해서든 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잘못했던 잘했던 간에, 나도 이런 것을 해 볼 수 있고,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지내고 싶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못하는 부분들은 전혀 없으니까. ”

글을 쓰다 보니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말을 적게 되지만, 오늘하루 나에게 나 스스로가 도전했다는 의미를 두고 싶다. 시내에 나와서 여러 가지들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무사히 귀원하면 좋겠다. 오늘 바쁜 시간을 쪼개어 나와 시간을 보내주고 있는 재희언니가 늘 감사하다.

센터 분들에게도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나는 조금 천천히 자립을 향해 2017년에도 나아갈 것이다. 2017년도에는 나는 어떤 걸 하고 있을까? 지금은 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언제가 될 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 도움을 받아 나만의 여행을 꼭 가보고 싶다. 처음이라 많이 서툴겠지만, 자꾸 도전해보고 부딪혀 보면 나도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되겠지.

나는 이제 2016년 마지막 외출을 즐기다가 기관으로 돌아갈 것이다. 좋은 점들을 많이 표현하고 싶은데, 그런 단어들과 문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튼 이 글에 기쁘고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많이 담고 싶다.

기관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하는 과정들을 기억하자. 사회에 나왔을 때 힘들고 어려운 점들도 많이 있다는 걸 느끼고 좋은 점들도 물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나에게 큰 의미를 두고 내년에도 단기체험 외출을 도전할 것이다. 2016년 바이~~~!

#3. 2017년 1월 24일

- 대구 Bye, 고령 Come Back

2017년 새해 개인 외출을 다녀왔습니다. 2016년에 외출한 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한 해가 바뀌어서 새해에 첫 외출을 하였습니다. 1월 24일 아침에 저 스스로 대구 나드리콜을 접수하여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재희, 쾌희, 경애씨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대구에 있어 나드리콜을 타고 대구 어디든 혼자 갈 수 있는데, 제가 다시 고령으로 돌아가게 되면 나드리콜 이용이 불편해집니다.

하지만 저는 끊임없이 개인외출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지금보다 선생님들의 도움을 조금 더 많이 받아야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저의 주위에는 저를 도와주시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어떤 방법으로든 도전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알아야 되는 건, 이런 경험들도 중요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사회에 나와 저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있죠.

지금 기관에 있어 여러 가족들이 함께 있기에 이런 저의 도전을 부러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죄송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을 다 이겨내고 고령으로 돌아가더라도 가끔씩은 외출도전을 해보고 싶네요.

2017년 새해 외출 시간이 너무 잘 지나가고 있어요. 즐겁고 행복하게. 쾌희씨, 경애씨, 재희씨 덕분에 저는 여러 가지를 해보고 즐겁게 시간 보내다가 집으로 가야합니다.

이번이 현재에 있는 곳에서 저 혼자 해보는 마지막 외출이 될 수도 있겠네요. 2월에 다시 고령으로 돌아갈 것 같으니까요. 아무튼 지금 이 시간을 즐기다가 가려합니다. 2017년 새해에 외출 저랑 함께 해주시는 세 분 감사합니다.

# 2017년 4월 1일~2일

- 나에게 포기란 없다

2017년 4월 1일, 2일에 경산장애인자립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에 1박2일동안 체험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2016년 10월 24일, 25일에도 여기 이곳에 단기체험을 왔었는데 1년 만에 다시 기회가 생겨 이곳을 찾았네요.

저는 현재 자립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까요? 저는 자립을 하려는 마음은 점점 불타오르고 있는데 저는 지금 무엇 때문에 자립을 아직까지도 그냥 망설이고 시간만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분명한건 내가 자립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한번쯤은 필요한 거 같아요.

“자립은 그 누군가가 대신 해 주는 선택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해야 함을 느껴요. 그리고 그 시기가 나에게 조금씩... 그리고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요 ”

내 인생은 그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 주고 살아 주는 게 아니고 내 삶에 내가 주체가 되어 살아가야 하니까요.

# 에필로그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아직까지 자립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의 첫 다짐은 외출을 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느끼고 준비할게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경산장애인자립센터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원을 해주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의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왜냐면 장애인 기관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체험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 나오지 않고 활동 보조인 비용 또한 모두 개인이 부담을 해야 한다.

다만 기관에서 거주하는 장애인 대상으로 활동 보조인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지만 각 센터마다 달라서 활동 보조 사업을 준비 중이거나 하지 않는 경우에는 활동 보조인을 구해 보기가 정말 힘든 상황이다.

자립에 필요한 조건과 상황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인가? 그 답은 나도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참 막막하다. 이런 부분과 저런 부분을 다 생각하고 따지면 물론 나는 자립을 하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앞으로 자립을 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더 걸리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목표가 분명하고 그것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언젠가는 꼭 이루게 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다짐해 본다. 그게 비장애인이듯 장애를 가진 사람인듯 꿈을 가지고 이 세상을 즐기면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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