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회장 황규인)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찾고, 장애 여부를 떠나 사람살이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2015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2017년 장애인거주시설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협회소속 시설의 이용장애인과 직원이 총 62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협회는 외부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3편, 우수작 2편 등 총 8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섯 번째는 장려상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ː 청춘시대(靑春時代)’이다.

예림원 직원 장지희

[어느 청춘의 봄날 ...]

2017년 2월 스물두살 밝고 명랑한 현아 씨(가명)는 전공과를 졸업했다. 졸업 전에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카페 취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학교에서 보호작업장 실습을 알아봐주었고 00보호작업장(인천 소재)에서 직장실습을 시작하였다. 훈련생으로 시작하였고 성실하게 근무를 하게 되면 6개월 내에 정식 입사가 확정이 될 예정이었다.

이성교제 경험이 없으나 키가 크고 자상한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늘 말했다. 연애 관련 기사, 방송에 대해 관심이 높았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어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도중 회사에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생겼다.

“선생님 저 재환이(가명) 오빠랑 사귀기로 했어요.”

“부러워요. 축하해요!”

“3월 15일부터 1일이에요.”

그녀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20대 청춘의 성장통 이야기]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남자친구가 일 하는 곳 주변을 서성이거나, 대화를 자주 해 일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퇴근 후 밤늦도록 전화를 하였고, 함께 사는 분들이 통화 소리 때문에 TV소리도 들리지 않고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회사 생활이 위태로울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찰나에 직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행사 일정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대부분 내용은 현아 씨의 근무태도가 문제였다. 이성교제 전부터 일을 하지 않은 날이 많았으나 이성교제를 시작 한 뒤로 일에 더욱 집중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다른 동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어 회사에서도 난감함을 표했다.

대책이 필요했다. 회사가 적성에 맞지는 않은지 아니면 남자친구 때문에 집중이 어려웠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쉬는 시간에만 남자친구를 볼 수 있어서 일 하는 동안에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를 취업하기 전에 카페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면접을 봤을 때에 떨지 않고 대답도 잘 했는데 떨어진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였다.

카페 취업이 어렵게 되자 보호작업장 실습을 시작했다. 20대 초반, 나의 경우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원하던 과를 지망을 했지만 꿈꾸는 던 것과 달라 다른 것이 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를 하여 1년 정도 다른 것을 하기 위해 휴식기도 가지기도 하고 여행도 다녔다. 현아 씨가 지금 그 상황인 것 같아 조언을 해주었다. 현아 씨는 중학생이 될 무렵 어머니가 아파 양육할 수 없는 환경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거주시설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 가족들과 연락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가족애가 돈독했다. 현아 씨의 고민을 나누기 위해 어려운 시간을 쪼개서 대가족이 모여 상의도 했다.

그러던 중 4월의 어느 날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성실하지 않은 근무태도로 인해 권고사직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겪는 일로 며칠 간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도움이 되고 싶었다. 현아 씨와 상의하였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사례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 직장에서 적응이 어려웠던 점들도 준비해야 돼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례관리를 진행을 하였고 여러 사람들이 현아 씨가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회복지사인 내가 대신 일자리를 찾아서 알려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아 씨에게 나라는 존재가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에는 일자리를 찾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난감할 수도 있다.

또한,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이 사라지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최소로 받아 회사를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아 씨의 의견을 물으니 “괜찮아요. 선생님이 저 잘 되라고 혼자 해보라고 이야기 한 거잖아요.”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경험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르바이트나 회사 취업 모두 제가 직접 찾아봤어요. 바로 합격한 적도 없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현아씨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네 저도 이번에는 열심히 준비할래요.”

그래서 현아 씨는 취업 준비 계획을 직접 작성해서 준비하기로 하였다.

[청춘을 구하다]

생각 했던 것 보다 일자리 찾기는 어려웠다. 카페 취업을 원했고, 전에 면접을 봐서 떨어졌던 경험이 있어 다시 준비하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취업 홈페이지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매일 홈페이지에서 일자리를 검색을 했다.

처음에 찾아 본 일자리는 서비스 업종이었는데 집과 너무 멀어서 매일 출퇴근하기에는 힘들었다. 통합검색이 아닌 지역, 업종 등을 분류해서 검색방법을 알려주었다.

노트에 일자리를 적어 보았고, 회사 이름만 적혀 있었다. 일자리를 검색을 한 뒤에 주소, 전화번호 등 상세정보가 있어야 면접도 볼 수 있고 어떤 업무를 하는 지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장애인만 우선 채용하는 곳에서는 청소, 공장과 같이 힘을 많이 쓰는 직업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보호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왜냐하면 보호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을 했다. 나 또한 20대 초반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겉모습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현아 씨는 평소 붙임성이 있고 밝은 성격으로 서비스 업종의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상의를 하였다. 옷가게, 백화점과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현아 씨는 취업 사이트에서 장애인 우선 채용, 장애인만 채용이 아닌 비장애인들과 경쟁을 해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일자리를 찾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회사에 직접 걸어보니 이미 채용이 끝났거나 전화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근처 의류 매장에 전화를 걸었고 면접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력서 작성할 때에 양식을 다운 받기 어려워 대신 출력 해서 나머지 인적 사항은 작성해보도록 하였다.

옷 가게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 지 검색해서 자료 조사도 했다. 의류 매장에서는 옷 정리, 계산 등의 업무에 따라 질문을 만들어 모의 면접도 해보았다. 면접장소에 같이 간 뒤에 근처에 있기로 하였고 현아 씨는 혼자 면접은 보기로 하였다. 현아 씨가 의류매장에 환한 미소로 들어가서 자신을 소개를 하였다. 근처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면접을 봤다.

20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현아 씨가 음료수를 가지고 나타났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이 진행이 되었다고 하였다.

“느낌은 어때요?”라고 물으니 “회사가 좋은 것 같아요. 며칠 뒤에 연락을 준다고 했어요. 몇 년 동안 일을 하면 승진 시험도 있다고 했어요.”

며칠 뒤 면접 본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다.

[청춘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을 하였다. 옷 가게의 경우 이미지가 합격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평소 현아 씨는 밝은데 미소를 지으며 웃지는 않는다.

앞니가 대각선으로 살짝 부러져있고 충치가 심하여 치과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현아 씨는 치과진료를 받는 것을 두려워했다. 어린 시절 치과 진료를 받았을 때에 윙 소리가 트라우마로 남아 치과진료에 대해 거부감이 심했다.

그래서 시설에 입소하기 전 넘어졌을 때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여 앞니가 대각선으로 부러지고 검정색으로 변했다. 치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은 어떤 지 물으니 해보겠다고 했다.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에 입을 벌리기 힘들고 윙 소리에 울음을 보이기도 하여 거부감이 심해 진료를 하지 못하였다.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의료재단의 도움으로 마취를 하고 진료를 받았으며, 외모가 바뀌고 난 뒤에는 치과 소리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 마취를 하지 않아도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외모에 자신감이 생겼고 이번에는 전문가의 조언을 얻기로 했다. 검색사이트에서 장애인 복지관을 검색하고 지역을 검색하면 가장 가까운 복지관 위치를 알 수 있다.

홈페이지를 클릭하니 무료 결혼식, 직업 훈련이 있다고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 고용담당자도 있는 것을 알려주었고 복지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약속시간을 정하기도 했다. 상담을 하였고 현재 가장 빠르게 취업이 가능한 업체의 업무를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드릴로 나사를 고정하는 단순한 작업을 직접 해보기도 했다. 전공과에서 실습한 적이 있어서 수월했다. 고용 담당자가 사장님 인품이 좋고 장애인 9명이 근무하고 있는 업체를 소개해주었다. 현아 씨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적극적으로 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업체와 면접 일정을 조율하였다. 예쁜 블라우스를 입고 잘 신지 않는 구두를 신고 화장도 곱게 하였다. 언덕길을 올라갔지만 들뜬 마음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도착하니 다른 면접자도 있었다. 경쟁자를 보고 난 뒤 사장님에게 먼저 밝게 인사를 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였고, 사장님은 현아 씨가 마음에 드는지 딸같이 느껴진다 말했다. 생산하고 있는 제품을 현아 씨에게 보여주며 만들기 쉽다고 설명해주었다. 업체 내부를 소개 후 3주간 훈련 기간을 거친 뒤 최종 합격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

[사장님의 선한 거짓말이 마음을 울리다]

드디어 실습이 시작되었다. 현아 씨는 업무가 시간대별로 달라져서 지루하지 않고 적성에 맞는 다고 하였다. 그러던 도중에 용돈이 많지 않던 현아 씨가 갑자기 많은 간식을 사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라도 안 좋은 생각이 들며 걱정이 들었다. 현아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다. 한 박스를 작업을 완성하면 바닥에 5,000원이 있었고, 사장님에게 돈을 보여드리니 가지고 가도 된다고 했다.

현아 씨가 돈을 가지고 오는 횟수가 늘어났고 돈의 액수가 커져 걱정이 되어 복지관 담당자에게 여쭤보았다. 알아보니 현아 씨의 성실한 근무태도가 마음에 들었으나 작업속도가 느려 상자 안에 몰래 용돈을 넣어 동기부여가 되도록 도움을 준 것이었다.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사장님의 배려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현아 씨의 취업을 도우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 나의 고민을 사장님이 아시는 듯 우리 현아 씨를 딸처럼 생각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좋은 이별 뒤에 즐거운 만남이 청춘을 만나다]

실습을 하면서 남자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다투는 날이 많아졌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어느 연인들이 그렇듯 자연스레 헤어졌다. 마음 아파하던 현아 씨가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회사에 괜찮은 사람이 생겼다고 하였다. 배려심이 많아 현아 씨의 회사생활도 잘 도와주었다고 한다. 연애를 처음 할 때에는 온통 남자친구에만 빠져있었다. 하지만 현아 씨는 회사생활에 집중을 하였고 회사와 연애를 구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실습 기간 동안 성실하게 근무를 하였다.

회사는 합격하지 못하였고, 회사 사장님이 직접 현아 씨에게 전하지 못할 정도로 정도 많이 들고 아쉬워 하셨다. 그래서 내가 직접 현아 씨에게 전해야만 했다. 근무태도가 좋아졌고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기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였다. 현아 씨도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움이 없어 보였다.

복지관에서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훈련을 받으면서 취업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러던 도중에 사회적 기업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일자리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하늘을 나는 듯 기뻤다. 현아 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일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면접 일정을 조율하였다. 때마침 치과 진료로 인하여 예전과 다르게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화장도 평소보다 자주하며 눈에 띄게 예뻐졌다.

면접에도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카페 취업을 하게 되었다. 취업 후 주변 정리정돈을 하면서 손님이 없는 시간에 커피를 내리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일하는 카페에 찾아가 커피를 마시기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도 하였다.

그리고 현아 씨의 취업이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남자친구도 회사를 그만 두고 현아 씨처럼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내년에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기로 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하면 사랑을 키워 나가도 있다.

[모두가 그렇듯 꿈꾸는 청춘]

현아 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사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싫은 내색을 한 적은 없었다. 타인의 충고를 받아드릴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나는 어른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많은 아르바이트 경험과 회사 이직을 하며 사회생활 경험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아씨도 나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직장을 현아 씨가 평생 다니지 않을 수도 있다. 보다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있으면 이직에 대한 고민도 할 수도 있고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재취업을 할 수도 있다.

인생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현아 씨가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차근히 준비해서 자립을 해보기로 했다. 요새는 맞벌이 부부가 많고, 결혼 전에 돈을 모아놔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는 곳에 취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주거마련을 위해 주거복지서비스를 상담도 받으면서 여느 20대가 그렇듯 미래를 차근히 준비를 하고 있다. 미생에서 선택의 순간들을 모아두면 그게 삶이고 인생이 된다고 하였다. 현아 씨가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우리 현아 씨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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