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회장 황규인)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찾고, 장애 여부를 떠나 사람살이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2015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2017년 장애인거주시설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협회소속 시설의 이용장애인과 직원이 총 62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협회는 외부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3편, 우수작 2편 등 총 8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다섯 번째는 장려상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이다.

군산 나눔의 집 직원 이은주

1. 소망이 소개 글

소망이는 10살입니다. 옥구초등학교 3학년이고요. 짧은 단발머리와 눈웃음이 예쁜 친구입니다. 늘 얼굴에 웃음이 있으며 사랑이 많은 아이입니다. 또래 친구들처럼 제 나이에 맞는 언어 표현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의사표현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좋고, 싫음이 명확한 친구입니다.

소망이가 다니는 학교는 통합학급과 특수학급이 있습니다. 인원수가 적어 학년에 한 학급씩 있습니다. 1학년 때부터 함께 지내온 친구들입니다. 다 어울려 놀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모르는 소망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더 없이 잘 어울릴 수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소망이의 ‘친구’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2. 친구, 혜연이

개인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혼자가 아닌 친구와 함께 다녀오면 어떤지 소망이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친구와 다녀오면 좋을지도 물었습니다. 사실상 소망이가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묻고 의논해보려 하지만 소망이와의 의논만으로는 여행을 계획하기는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직원이 고민하며 직접 찾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학교 담임선생님께 소망이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누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모두와 잘 지내지만 사실 막상 특정 친구와 어울려 노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최근엔 관심을 가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혜연’입니다. 먼저 다가오는 소망이를 반갑게 맞아주고 잘 챙겨주는 혜연이가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두 번째, 학급 친구들끼리 도서관 견학체험을 갔습니다. 보호자도 동행할 수 있다고 하여 직원도 따라가 보았습니다. 소망이가 어떻게 친구들하고 어울리는지 궁금했습니다.

친구와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고, 손을 잡고, 뛰어놀았습니다. 긴 시간동안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모든 친구들에게 호의적이기 보다 마음에 드는 한 친구하고만 놀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소망이는‘혜연’이라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유독 혜연이의 손을 잡고 혜연이의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음료수를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한 친구에게만 관심 보이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세 번째, 하교하고 돌아온 소망이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소망아, 친구 혜연이 알죠?”

“허엇니?(혜연이) 네!!”

“우리 여행 다녀오는 거 혜연이랑 같이 다녀오는 건 어때?”

“네.”

“정말? 혜연이랑 여행 다녀오는 거 좋아요?”

“네!!!”

담임선생님께서 바라본 소망이가 평소 잘 어울리는 친구는 혜연이입니다. 직원이 바라본 소망이가 좋아하는 친구도 혜연이였습니다. 소망이에게도 물었습니다. 묻고 보고 또 물었습니다.

친구, 혜연이와 이번 여행을 함께 다녀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7.08.02)

3. 여행을 약속하다.

혜연 친구와 소망이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건 좋겠다 싶어 학교 담임선생님, 학부모 회장님에 물어물어 혜연 어머니 연락처를 건네받았습니다. 직원이 곧장 혜연 어머니께 연락드렸습니다.

그리곤 어머니께 여행에 대해 자초지종 설명해드렸습니다. 직원의 말을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시던 어머니께서 혜연 아버님 그리고 혜연이와 의논해본 뒤, 다시 연락을 주시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 직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혜연이가 같이 여행 다녀오고 싶다고 하네요. 혜연이 아빠도 잘 다녀오라 하고요. 재밌게 놀다오면 좋지요.”

“아 정말요? 아이들한테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혜연이랑 소망이랑 여행 이야기도 할 겸 만나서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이번 주에 혜연이가 시간이 될까요?”

이번 주 토요일 2시에 만남 갖기로 했습니다.

만남, 기대됩니다. (2017.08.03.)

4. 첫 데이트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2시에 맞춰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농약사에 갔습니다. 도착해서 인사드리니 혜연 어머니께서 소망이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소망이 안녕? 오늘 혜연이랑 재밌게 놀다와!”

혜연이와 소망이는 반가움에 차 안에서 부둥켜안고 꺄르르 웃고 있습니다. 오늘은 평소 소망이가 다니던 방방카페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방방을 탈 생각에 둘이 손잡고 흔들며 신남을 온 몸으로 표현했습니다. 방방카페 근처에 도착해 내리니 차에서부터 직접 소망이가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야!”라고 또렷하게 혜연이를 리드했습니다.

“소망아, 여기야?”혜연이는 소망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대답해줬습니다.

방방카페의 단골인 소망이는 늘 뵙던 사장님께 인사드렸습니다.“소망이 왔어?”라며 사장님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소망이는 혜연이 손을 이끌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둘 다 이리저리 다니며 정신없이 방방카페를 누볐습니다. 늘 방방카페에 혼자가던 소망이가 오늘은 친구를 데리고 갔습니다. 소망이의 얼굴에 신남이 느껴졌습니다.

학교가 아닌 소망이가 주로 다니는 공간에서 혜연 친구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어디서든 챙김을 받던 소망이가 오늘만큼은 혜연이를 챙겨줬습니다. 혜연이는 소망이를 챙기고 소망이는 혜연이를 챙깁니다.

둘은 손을 꼭 잡고 첫 데이트의 추억을 만들어갔습니다. (2017.08.05.)

5. 여행 계획, 물놀이

방방을 다 타고 나온 두 아이들과 함께 여행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혜연아, 소망이랑 여행 가서 뭐하면서 놀고 싶어?”라고 직원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혜연이가 아닌 소망이가 고민하는 듯한 액션을 취했습니다.

혜연이는 그런 소망이가 귀여웠는지 웃었습니다. 다시 고민하다“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음.. 물놀이? 아니면 다른 곳 어디로 놀러 가볼래?”

직원의 물음에 소망 양이 수영하는 액션을 취하며 “물”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놀이? 음..저도 물놀이요.”라고 옆에 있던 혜연이도 대답했습니다. 가까운 군산 야외 수영장으로 물놀이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막상 여행을 계획하려니 별거 없었습니다. 30분도 채 안 되서 계획했습니다. 오히려 그 전의 과정들이 더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또렷하게 의사표현하기 어려운 소망이와 쑥스러워하는 혜연이까지 의논하기에 어려워 보여 직원이 먼저 묻고 제안했습니다.

의논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직원의 역할입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시간을 주고 기다려보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직원의 기다림이 없었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는 시간이 더 짧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은 여행지를 정하면서 직원이 고민했던 것이 있습니다. 소망이가 친구와 여행을 1박 2일에, 타지로 멀리 다녀오는 것이 사회사업의 큰 그림으로 보면 더 있어 보일 것입니다.

직원도 그런 유혹에 타지의 대명 리조트를 여행지로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직원의 마음속에 정해놓고 보니 금전문제와 함께‘과연, 아이들에게 타지와 리조트가 의미가 있을까?’싶었습니다.

소망이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친구와의 추억을 쌓기 위해 한 일인데 어쩌면 목적을 잃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생각했습니다.

멀고 좋은 여행지도 좋지만 소망이 방에서라도 혜연이와 소망이가 관계하고 둘만의 일을 기억하고 추억한다면 이처럼 감사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17.08.05.)

6. 햄버거

오늘은 물놀이 가기로 날입니다.

“소망아! 안녕!”, “꺅!”

둘은 만나자마자 껴안으며 반가움을 격하게 표현했습니다.

수영장으로 가는 차 안입니다. 직원이 아이들에게 미션을 주었습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둘이 의논해서 정해볼래?”

“소망아, 너 뭐 먹고 싶어? 햄버거? 피자?”

혜연이의 물음에 소망이가 햄버거의 ‘햄’을 흐릿하게나마 표현했습니다.

“햄버거 먹고 싶어?”다시 물으니 먹고 싶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 오 분이 더 흘렀을까 서로 정했다는 듯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희 다 정했어요. 햄버거 먹기로 했어요.”

관심 없는 척 하면서 직원이 아이들이 의논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끊임없이 혜연이가 소망이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뭐 먹을까? 햄버거? 피자? 치킨?’

소망이도 고민하는 듯 한 표정까지 지으며 아주 천천히 이야기를 더 나눴습니다.

느리지만 맞춰감이 보였습니다. 어쩌면 식사 메뉴 정하기는 일상에 있는 작은 일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경험이고 추억일 것입니다.

7. 시원한 물놀이

여차여차 야외 수영장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둘이 놀이기구와 시원해 보이는 물을 보고 “꺅” 소리 지르며 신이 났습니다. 수영장에 들어가서도 방방 뛰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인 물놀이를 하기 전 혜연이가“소망아, 어디 물에 들어가고 싶어?”라고 물었습니다. 소망이는 얕은 풀장을 가리켰습니다. 흔쾌히 “그래!”라고 말하며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 놀았습니다.

한참을 놀다가 물 호수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막상 호수에서 물이 세게 뿜어져 나오니 소망이가 놀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멀리서 이를 보고 혜연이가 달려와 무서워하는 소망이를 자신의 품에 쏙 안았습니다.

“혜연아,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요! 친구하고 이렇게 놀러 나온 거 처음이에요.”

“정말? 좋았어?”

“네!”

대답하는 혜연이의 목소리가 밝았습니다. 얼굴에 웃음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간식을 먹을 때나 옷을 갈아입을 때나 물놀이를 할 때나 서로의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소망이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둘의 즐거웠던 여행이였길 소망합니다. (2017.08.19)

8. 앞으로의 우정

“혜연이, 다음에 소망이랑 또 놀래?”

“네!!”

“소망이는?”

“네!!!”

소망이와 혜연이의 만남은 이제 시작입니다.

아니 어쩌면 두 아이의 우정이 벌써 시작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서로가 마음을 나누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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