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장애인 근로자 및 근로의지가 있는 장애인의 다양한 재능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근로 주체임을 사회에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장애인 고용 인식개선을 위한 Talent Contest’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Talent Contest에는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 광고영상/스토리보드 등 5개 부문에 총 348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작품 770점을 응모했고, 1·2차 심사를 통해 총 55점이 최종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운문, 산문 부문의 입상작 26점을 총 10회로 나눠 소개한다. 네 번째는 운문 부문 가작 수상작 5편이다.

벚꽃 엔진

서성윤((남, 지체)

4월은

엔진을 소유 한다

비상하는 꽃잎 엔진

해동된 들판을 여미는 바람 엔진

세 번까지라던 멀어지는 뒷모습에도

비는 그쳤지만 취소문자가 그치지 않고

뒤집혀 울상인 충전표시등

각 지방의 언어처럼 튀어나온 블록이

나서지 못한 이유는 아니지만

늘 날이 서있던 너를 만나는 길

수드라 사내의 담을 넘는 연애는 높이를 탐닉하는 몽매

고장 난 계단을 돌아 경사로를 오를 때,

서로는 풍경이 다르다

고막을 쪼는 새소리와 벚꽃의 터치다운을 허락하니

내게 찾아온 찬란한 속도를 잠시 잊고 있었네.

앞선 동일기종 휠체어엔 카르마*라 쓰여 있고

엔진이라 읽는다.

카르마*

① 〖힌두교〗 갈마(羯磨), 업(業), 카머; 〖불교〗 인과응보, 업보(業報), 숙명(론); 인연.

② 《미국구어》 (사람·물건·장소에서 나오는,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특징적인 분위기.

고공농성

신 성 남(여, 시각)

까마득한 철탑 위에 까치집이 달렸다

구렁이도 못오를 꼭대기에

휴대폰속으로 날아드는 새끼들의 퍼덕이는 목소리

켜켜이 개켜 둔 어둠과 바람과 함성

한아름씩 옮겨다 불을 지피지만

사그라져가는 열기에

등골이 오싹하다

검붉은 녹물만 쏟아내는 영정

쇳가루 먹고 살아 온 작업반장 김씨

해고 통지서 한 장에

휘청거리다 끝내 파쇠되고 말았지

누워 계신 아버지 약 한 첩도 못 짓고

막내놈 등록금도 걱정인데

하루하루 철탑은 웃자라고

곁가지로 돋은 우듬지 위로

시린 바람에 새벽별빛도 숨가쁘다

소금 꽃

윤주열(남, 지체)

내 몸 불편해

가장이라는 굴레

아내의 목에 걸고 말았다.

생활의 늪 건너려

홀로 노를 젓고 있는

아내의 손바닥엔

어느덧 영산홍 꽃 맺혔다.

오늘도 하릴없이

먼 산 바라보는

내 마음엔

소금 꽃만 하얗게 피어오른다.

배 꼽

이 진 규(남, 시각)

내 몸 중심에는

고대의 유적이 있다

강변에 꽃피운 문명

생명이 움튼 흔적이다

저곳을 통해 나는

사랑을 내려받은 설화가 있다

한때의 명예를

비밀의 창처럼 아무리고

폐허로 저문 분지

끝내 수줍다

고대인들은 여태 교신 중인가

꼭지에 귀를 대고 가만 들어 보면

지금도 누가 두런두런

내 설계도에 시동을 걸곤 한다

뜸뜸이 중심점이 근질댄다

젖값 독촉일까

안부문자일까

저것은 평생

어머니 영지의 레이더인가

외눈을 반짝 뜨고

여태 나를 감시중이다

감나무

이 미 성(여, 시각)

뒤틀리고 구부러진 채

붙박혔다

마주치는 것조차

불편하여

못본 척 할 때도

있었다

또 아주 가끔은

탐스러운 열매

주지 않는다고

원망의 물 한 대접

드밀었던 것이

급소를 찔린듯

꽃눈을 품고

쓰러졌다

뜨거운 불덩이가

뭉클

버거움에

울고 웃었을

썩은 둥치에서

약물냄새가

배어나오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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