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장애인 근로자 및 근로의지가 있는 장애인의 다양한 재능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근로 주체임을 사회에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장애인 고용 인식개선을 위한 Talent Contest’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Talent Contest에는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 광고영상/스토리보드 등 5개 부문에 총 348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작품 770점을 응모했고, 1·2차 심사를 통해 총 55점이 최종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운문, 산문 부문의 입상작 26점을 총 10회로 나눠 소개한다. 두 번째는 운문 부문 은상 수상작이다.

꽃등을 켜다

윤순희(여, 지체)

매화 어린망울

칼바람 눈꽃 속에서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너는 꽃보다 먼저 왔으나

너무 긴 여행을 한 탓에 꽃을 피우지 못하였다

너무 빨리 죽은 이를 위해

나비 문상객들 다녀갔다

밀려든 빚쟁이들

벌보다 독한 침 하나씩 가지고 왔다

내 돈만큼은 내 돈만큼은 하소연에

미망인은 남은 잎마저 떨구었다

싸리 꽃이 좋다던 너

다섯 해 동안

보랏빛 싸리비로 쓸어 모았던 원단

어디에 펼쳐놓았을까

화려한 꽃무늬 누구에게 찍어놓았을까

절박한 바람 맞아 떨어져

췌장암진단 한 달 만에 너는 가고

유일하게 남은 보험금 몇 송이

얼마나 더 꽃 피울 수 있을까

살아서 제대로 피우지 못한 꽃

죽어서야 이렇게 환한

삼월의 꽃등을 켜 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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