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회장 임성현)는 장애인의 개별욕구를 존중하고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도록 지원하는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2016년 장애인거주시설 우수사례’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협회소속 시설의 이용장애인과 직원이 총 86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협회는 외부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2편, 우수작 2편 등 총 7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두 번째는 우수상 수상작 “그녀가 변했어요! 아름답고 즐거운 사람으로” 이다.

라우렌시오빌 직원 홍성란

“애기 엄마~~”

노래교실 언제 가요?(두 아이의 엄마인 저를 은주 씨가 부르는 애칭입니다.) 출근하는 직원을 볼 때 마다 은주 씨가 제일 먼저 하는 말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욕구들을 어떻게 충족시켜드려야 하나 고민도 되지만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배우길 좋아하고 즐기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반은주 씨 이야기 입니다.

내수 성당과 이웃하고 있는 라우렌시오빌로 입주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자신만의 공간(방)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빗자루로 방을 쓸고 닦으며 스스로 하는 일이 늘고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능력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은주씨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보입니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 은주 씨에게 달라진 점이 또 있다면 바로 둘레사람이 생겼습니다. 흥이 많은 은주 씨에게 내수주민센터에서 하는 노래교실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노래가요? 언제가요? 진짜가요?” 라며 좋아하셔서 매주 수요일 마다 다니게 되었습니다.

참여 전 전화통화로 은주 씨에 대해서 말씀드리자 장애를 가진 분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인지 주민센터 측의 반응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처음 참여하는 은주 씨가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은주 씨만의 매력을 믿으며 조심스러운 마음,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첫 노래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두려움 반 기대감 반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하시는 지역 분들의 반응에 마음이 놓입니다. 추운데 오느라 수고 했다며 따뜻한 커피도 대접 받고 몇 몇 분들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은주 씨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은주 씨도 행복한 웃음을 보입니다.

노래 수업이 시작 됩니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아니라 따라 부르기 조금은 어려웠지만 반복되는 가사와 음절로 몇 번 해보자 자신감이 생긴 듯 후렴부분은 큰 목소리를 내어 따라 부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납니다.

잠시 쉬는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수업 시작 전에 새로 온 은주 씨의 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반은주 입니다” 라고 소개를 할 수 있도록 설명해 드렸는데 앞에 나가 멋있게 자기소개를 하는 은주 씨의 모습에 놀라운 마음과 왠지 모르게 뭉클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고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잘 했어요 은주 씨~~” 라며 엄지 척 칭찬해 드리자 은주 씨도 함께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으쓱해집니다. 노래수업 후 다음에 또 만나요~하는 지역 분들의 인사를 받으며 돌아오는 길에 은주 씨의 적극적인 모습이 떠올랐고, 이제는 매주 수요일이 기대됩니다.

첫 시간부터 환영을 받는 것이 당연한데도 직원은 왜 이렇게 고마움 마음이 들까요? 아마도 제 마음속에 더 큰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모로 은주 씨의 삶이 풍요로워 지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은주 씨의 생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생일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파티를 하고 싶다고 하며 생일 축하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재활원에서도 입주자분들의 생일 때 가구 안에서 파티를 한 기억이 생각이 났나 봅니다. 이번 생일에도 파티를 하자고 하니 좋아합니다.

은주 씨가 특별하게 추억할 수 있는 생일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번 생일에는 노래교실 분들하고 함께 생일파티를 해 볼까요? 하니 기다렸다는 듯 이 네~하며 노래?? 노래?? 하며 좋아합니다. 직원이 노래수업이 있는 날 조심스럽게 노래교실 총무님께 은주 씨 생일 파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직원의 얘기를 들은 총무님은 당연히 괜찮다고 하시며 벽에 걸린 달력에 은주 씨의 생일 파티가 있을 날짜에 커다랗게 “반은주 씨 생신 축가” 라고 표시를 해 주셨습니다.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드디어 생일입니다. 기분이 좋은 듯 아침부터 노래를 부르며 들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새로 구입한 옷으로 갈아입고 직원과 함께 예약 해둔 떡 케이크와 간단한 음료를 구입하고 장소에 도착 하였습니다. 미리 오신 분들이 따뜻한 날, 좋은 날 태어났다고 손을 잡고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노래교실 수업 후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생일 파티가 시작 되었습니다. 노래교실 회원 분들께서 혹시나 음식이 적을까? 하는 걱정이 된 듯 빵도 넉넉히 준비해 주셔서 한결 풍성한 잔치 상이 되었습니다. 준비해간 떡 케이크에 48개의 초를 꽂고 은주 씨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서서 함께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 합니다.

노래교실 강사님의 센스로 처음에는 팡파르를 울려주시며 생일축하노래를 불러 주신 후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불러 주셨습니다. 벅찬 고마움과 감동에 눈물이 납니다.

준비해간 떡 케이크를 은주 씨가 노래교실 회원 분들에게 직접 나눠주며 함께 나누는 기쁨도 느껴보고, 노래교실 회원 분들도 축하 인사를 건네며 은주 씨에게 연신 떡을 먹여 주십니다. 48년 전 오늘 태어난 은주 씨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펼쳐질 은주 씨의 행복한 앞날을 늘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생일 축하해요~~

다섯 번째날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노래교실에 음향 기계 준비를 하고 계신 강사님이 마이크를 잡고 은주 씨 왔어요~ 하며 인사를 건네자 모든 분들이 인사하며 반깁니다. 은주 씨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강사님은 은주 씨보다 10살 정도 많아 보입니다. 다른 회원 분들의 이름은 잘 불러 주지 않지만 은주 씨를 보면 마이크에 대고 크게 이름을 부르며 챙겨 주는 모습이 꼭 친오빠 같습니다. 은주 씨도 강사님의 그런 모습에 좋아하며 우쭐해 합니다.

모든 분들이 은주 씨가 노래교실에 오면 반갑게 인사를 해주시지만 유독 한분은 은주 씨를 보면 멀리 있다가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은주 씨 옆에 앉아 손을 잡고 잘 지냈는지, 일주일 동안 뭐 하며 지냈는지 묻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은주 씨도 그 어르신이 오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안아 줍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은주 씨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리 타둔 커피를 들고 은주 씨에게 다가 옵니다. 은주 씨도 고맙게 잘 받아먹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늘은 회원 분들의 건의로 댄스 타임이 있는 날입니다. 강사님이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자 노래교실에서 흥이 제일 많은 회원분이 먼저 앞에 나가 춤을 추기 시작 합니다. 은주 씨도 엉덩이가 들썩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회원분이 은주 씨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걸음이 불편하여 제 자리에 서서 팔과 몸을 흔드는 은주 씨의 손을 잡고 회원 분들이 돌아가면서 함께 춤을 춥니다. 흥겨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은주 씨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고 댄스 타임이 끝난 후 모두들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에 정이 느껴지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사람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던 은주 씨가 요즘은 여유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고 신뢰하며 인정합니다. 이런 삶의 변화에 가슴이 벅차고 따뜻해집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있을까요? 하나 둘씩 채워지는 그래서 행복한 은주 씨... 풍요로워 지는 은주 씨의 삶을 함께 응원 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