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gether With U’팀은 지난 8월 30일 런던 서더크에 위치한 Carers Trust를 방문했다. ⓒ함성현

장애가족을 둔 청소년은 여가와 학업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까지 수행한다. 어린 부양자가 자신의 부모나 형제자매, 혹은 조부모를 돌보기에 학교를 다니거나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소위 집밖 활동을 돌봄 노동으로 인해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족을 돌보더라도 이들의 진로는 지켜져야 한다. 장애인 역시 어린 가족구성원이 자신의 삶을 돌봄 노동과 타협하기 바라지 않는다. 장애가족, 특히 어린 돌봄 노동자를 둔 가족에게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영국의 민간네트워크, '케어러스 트러스트(Carers Trust)'는 이러한 어린 케어러(Carer, 영국에서 공적 인정을 받는 돌봄자)에 대해 여가, 진학,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런던 내의 어린 케어러 간의 커뮤니티를 유지한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관하고 신한금융그룹이 후원하는 ‘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Together With U’팀은 지난 8월 30일 런던 서더크에 위치한 Carers Trust를 방문했다.

“돌봄자로서의 정체성을 깨달아야”

10년마다 진행하는 영국의 인구조사에서 어린 케어러는 17만7000명인 것을 집계됐다. 하지만 직접 어린 케어러들을 커뮤니티로 맺어주는 Carers Trust의 에밀리 카터 담당관은 이 수가 실제보다 매우 적다고 본다.

어린 케어러들의 경우 집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돌봄 역할을 밝히기 어렵다. 만 17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주로 가는 학교, 클럽 등에서 자신의 역할 밝혔다가 ‘너무 어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 부양하는 자신에게 비관적인 인상을 느끼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케어러라 밝히지 않으려 한다.

카터에 따르면 어린 케어러 4명 중 1명이 자신의 부양 역할로 인해 따돌림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학교를 결석하거나 지각하는 빈도가 훨씬 높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실제 GCSC(영국의 학력평가)에서 어린 케어러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성적을 내고 있다. 케어러로서의 지원을 받지 못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케어러라 밝히지 못해 지원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어린 돌봄자들(Young Carer)이 스스로를 정체화(Identify)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카터는 말했다. 어린 케어러들이 스스로의 부양 지위와 역할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 케어러가 정부와 민간단체의 도움을 요청할 때에 비로소 케어러의 지위를 공적으로 확인해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린 케어러들을 각 또래집단과 학교에 정체화를 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Carers Trust는 활동하고 있다. 각 학교마다 어린 케어러들을 배려할 수 있는 안내책자를 보급하기도 하며, 학생 케어러들이 진학할 고등교육기관과 협의해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지원자를 배려하기도 한다.

그리고 학업 외에도 장애가족 부양 청소년들은 자신의 시간을 타협하며 또래 친구들과 못 어울릴 때가 있다. Carers Trust는 어린 케어러들끼리 여가활동을 어울려 즐길 수 있도록 ‘바블(Babble)’과 ‘매터(Matter)’라는 여가 활동 및 경험공유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한다. 만 17세 이상의 준성인 케어러가 된다고 해도 취업과 진로에 대한 상담, 그리고 면접에 대한 도움을 제공한다.

90여개의 지역 돌봄자센터 규합하는 민간네트워크

영국 전역 어린 케어러들의 취학부터 취업까지, 인간 생애의 한 격동기를 책임지는 장악력은 Carers Trust에 묶인 90여 개의 전국 지역 돌봄 센터에서 나온다.

지역마다 재정적 문제가 가장 시급한지, 교육 문제가 시급한가의 우선순위는 분명 다르다. Carers Trust는 이러한 우선순위의 문제를 네트워크 방식을 해결하고자 등장했다.

예를 들어 런던 서더크 지역에서 시급한 여가활동 지원은 영국 다른 지방에서 차등 시하는 문제일 수 있다. 구심 단체인 Carers Trust는 이렇게 지역 센터들의 도움을 받는다.

한편 각 지역의 돌봄 센터는 각자의 여가 및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며 케어러들을 상담한다. 따라서 Trust의 네트워크 안에 있는 지역 센터들은 각 지역 센터들의 노하우와 사례를 구심 단체인 Trust를 통해 공유하고 수정할 수 있다. 각 단체들 역시 스스로를 묶어주는 Carers Trust와 상생하는 것이다.

*이 글은 '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Together With U’팀의 함성현 님이 보내왔습니다. ‘Together With U’팀은 8월25일부터 9월3일까지 '장애인가족 지원 제도(케어러 제도와 역량강화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영국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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