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에이블뉴스

"혹자들은 장애인들은 왜 매일 데모만 하냐고 묻습니다. 어제의 투쟁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라고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변화의 중심에 서야할 때라 생각합니다. 장총련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 신임 상임대표에 오른 채종걸(한국장애인연맹 회장)씨가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비전과 실천 전략만이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목표와 삶의 질을 높여나가리라 생각한다"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채종걸 신임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메트로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같이 강조하면서 "대상에서 주체로, 소외에서 참여로, 시혜에서 권리로의 새로운 가치운동 그 중심에 장총련이 함께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채 대표는 또 "장애인당사자단체간의 유기적 소통과 실천을 통해 장애인당사자 연대체의 허브 위상을 정립하고, 자기결정권을 실천하는 그 선봉에 장총련이 앞장설 것을 굳게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채 대표는 이날 취임사를 시작하면서 "장총련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담쟁이의 길"이라며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읊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시에는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등의 구절이 포함돼 있는데, 절망을 넘어 끊임 없이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노래하고 있다.

채 대표는 "장애인은 환자가 아니고,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시설에 가둬 놓고 주는 것만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시설은 있었으나 인권은 없었다" 등을 언급하며 반시설 투쟁에 나설 뜻도 밝혔다.

이날 취임식에는 정관계,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채 대표의 취임을 축하했다. 특히 장애인당사자 국회의원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장광근 의원은 "각종 조직에서 하는 일을 보면 채 대표는 바지런하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사람"이라며 "채 대표의 취임으로 장총련이 우뚝 서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채 대표가 장애인 배려가 충분한 사회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면서 "장애인 문제에 대해선 정당 따지지 말고 초당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채 대표의 취임사처럼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의 철학과 정신을 가지면 큰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 대표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장총련 상임대표에서 물러나게 된 박덕경 전임 대표에게 공로패와 함께 고문 위촉장을 전달했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장을 지낸 임통일 전 상임대표에게도 고문 위촉장이 전달됐다.

한편 국민연금공단과 장애인복지 인프라 개편사업을 위한 장애서비스센터 자문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장총련은 "이번 협약으로 장총련은 장애인복지 인프라개편사업에 대한 자문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국민연금공단은 장애인의 입장을 대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상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덕경 전 상임대표에게 고문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는 채종걸 장총련 상임대표. ⓒ에이블뉴스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채종걸 장총련 상임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채종걸 장총련 상임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는 건배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채종걸 장총련 상임대표 취임식에 모인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다음은 채종걸 장총련 상임대표가 취임사를 통해 낭독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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