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달팽이날다'팀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시청각중복장애인청년협회 회장인 뮤지를 만났다. ⓒ안근형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고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가 후원하는 '2016 장애청년드림팀 6 대륙에 도전하다'의 '달팽이 날다'팀은 지난 8월 26일(현지시각) 미 서부 북부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로버츠 캠퍼스(E'd Roberts Campus)에서 시청각중복장애인청년협회(Deaf-Blind Citizens in Action)의 회장인 뮤지(Mussie Gebre, 35, 남, 시청각중복장애)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앞서 달팽이 날다 팀은 시청각중복장애가 있는 세 명의 팀원에게 원활한 문자통역이 이루어지도록 통역을 할 팀원들과 자리배치를 조정하였다. 그리고 미국수화 (American Sign Language, ASL)를 사용하는 뮤지의 통역을 위해 참석한 Deaf-Blind전문가 최숙희(여, LightHouse for the Blind and Visually Impaired, 청각장애)선생님이 그의 옆자리에 앉으셨다.

뮤지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과 청각에 장애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장애정도는 시력을 모두 소실한 전맹(全盲)도, 청력을 모두 소실한 전농(全聾)도 아니다.

시력은 주변에 빛이 있을 때 사람이나 사물 등의 물체 움직임이 검게 보일 뿐, 글씨를 읽거나 사람들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고, 청력은 주변 소음만 약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즉 두 장애 모두 비교적 중증인 상태이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두 장애 그 자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기 보다는 주변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뮤지는 오랫동안 캘리포니아 주에서 살았으며, 현재는 버클리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시청각중복장애인 청년협회 회장인 그는 미국Deaf-Blind 뿐만 아니라 전 세계 Deaf-Blind들, 특히 그 중에서도 자신의 교육자이자 통역을 맡아주신 최숙희 선생님과 같이 한국시청각중복장애인과의 교류를 희망한다며 “달팽이 날다” 팀과의 만남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장애 자체를 “불편함”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는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독서, 신문 읽기뿐만 아니라 요리, 산책 등이라 답했으며, 스무 살 때부터 춤을 배운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 대목에서 그는 “달팽이 날다”의 조원석 팀원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 ‘발룸’이라는 춤을 보여주었다. 이에 조원석 팀원 역시 얼마 전에 배웠다는 춤 동작을 보여준 덕분에 인터뷰는 보다 들뜬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놀랍게도 뮤지는 일반학교(특수학교가 아닌 보통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는 수화통역사가 없어 점자정보단말기로 선생님과 대화하였으나, 고등학교 때부터는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었다고 한다.

그의 입장에서 수화통역사가 배치되기 전까지는 학교생활이 매우 힘든 일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중복장애가 아닌 단순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의 공식적인 실시가 아주 최근의 일인 한국의 장애학생 교육현황에 비추어 볼 때 한국과 미국의 장애인 교육현황 수준의 차이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뮤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그가 회장으로 있는 시청각중복장애인청년협회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협회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Deaf-Blind 대학생들이 힘을 모아 설립했던 것을 비영리 단체가 될 수 있도록 뮤지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협회는 워싱턴 DC에서도 로비활동을 통해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협회에서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컴퓨터와 전자기기 이용방법, 점자 등을 공부하여 Deaf-Blind들이 가게나 식당을 찾아갈 때 도움을 주고, 학교에서 비장애학생들과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런데 협회에서는 Deaf-Blind들을 위한 통역사를 비롯한 비장애인은 뽑지 않고, 자원봉사자만 뽑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통역인을 따로 뽑지 않고 자원봉사자만을 뽑는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협회의 주요 업적에는 2010년에 Deaf-Blind들에게 보조공학기기를 무료로 지원하는 `21th Century Communication and Video Act’라는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Deaf-Blind소년협회변호인 등과 함께 활동했고, Deaf-Blind들의 권익옹호 활동을 위해 2010년 백악관에서 장애인법 20주년 경축행사에 초청되어 대통령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다음으로 같은 Deaf-Blind라도 다른 의사소통방법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개성의 Deaf-Blind들을 회장으로서 잘 컨트롤해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했다.

뮤지는 19~20세의 젊은 Deaf-Blind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탈퇴이며, 협회에 가입 시에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규칙이 질서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정말 공감이 되었다. 위 프로그램에서는 젊은 Deaf-Blind들이 어떻게 대화를 잘하는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뮤지에게 공·사적인 경우를 막론하고 만난 통역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었냐는 질문을 했다. 그는 주저 없이 옆자리에서 통역을 하고 있던 최숙희 선생님을 지목했다. Deaf-Blind전문가 최숙희 선생님의 큰 역할과 존재감을 다시한번 깨닫게 했다.

뮤지는 현재 협회에 한국인 Deaf-Blind가 없다며 언젠가 한국에 오면 한국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Deaf-Blind Citizen in Action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교류하자는 제안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는 뮤지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답변 덕분에 좋은 시간이 됐다. 특히 뮤지가 말했던 일반 고등학교에서 수화통역사를 배치하는 미국의 장애인 지원수준이 높다는 걸 알았으며, 협회의 고용인들도 모두 자원봉사자라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협회처럼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인권을 대변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기관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한다.

*이 글은 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달팽이 날다팀의 안근형님이 보내왔습니다. 달팽이 날다팀은 8월18일부터 26일까지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자립지원교육’을 주제로 미국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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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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