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이 시는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이다. 시에서 화자는 슬픔이고 청자는 기쁨이다. 그래서 슬픔이 기쁨에게 말한다. 너에게 슬픔을 주겠노라고.

시인은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추위에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는 너에게 슬픔을 주고 싶다고 했다.

최광암 씨. ⓒ이복남

세상의 모든 것에 무관심한 사회를 위해 너의 사랑을 위해 너의 눈물을 위해 기다림을 주고 슬픔을 주겠다는 것은 진정으로 아파하는 것은 슬픔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알려주기 위함일까. 서로가 적대적이고 상반된 개념으로 보이는 기쁨과 슬픔은 시 안에서 화해를 하며 동반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기쁨이 어떤 사람에게는 슬픔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다. 인간은 타인의 아픔에는 무관심하면서 자신의 이익에만 기뻐하는 이기적인 존재일진대 나이를 먹고 세월이 가면 타인의 아픔을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슬픔이 기쁨이 되어.

최광암(1957년생) 씨는 전라남도 강진군 탐진강 가에서 4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위로 큰형 누나 작은형이 있고 그는 막내였다.

“부모님은 농사를 지었는데 제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우리 집은 제법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강진군은 월출산 줄기 아래 오른쪽으로 해남군 왼쪽으로는 장흥군 사이에서 탐진강을 끼고 있다. 전라남도는 섬진강 영산강 탐진강 등 3대 강이 흐르는 곡창지대다. 탐진강(耽津江)은 장흥군 국사봉에서 발원하여 유치천 부산천과 합류하여 바다로 흘러간다. 탐진강은 원래 예양강으로 불렀는데, 탐라도(제주도의 옛이름) 사람이 육지에 처음으로 배를 대어 올라왔다하여 탐진강이라 하였다고 한다.

부모님은 탐진강 주변 곡창지대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는 형과 누나와 함께 탐진강 강가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무럭무럭 자랐다.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돌아 가셨습니다.”

아버지는 건강하신 농부였다면서 왜 갑자기 돌아 가셨을까.

“간디스토마라고 했습니다.”

간디스토마라면 민물고기 때문이 아닌가.

「간디스토마는 담도암을 유발하는 기생충이다. 간디스토마는 사람의 담도, 즉 담즙의 통로에 기생하며, 담즙을 먹으며 산다. 담도에 사는 간디스토마가 알을 낳으면 사람이 변을 볼 때 알도 같이 나간다. 내보낸 알이 어떤 경로로든 물에 가면 알의 뚜껑이 열리고 유충이 나온다.

유충은 쇠우렁이라는, 1센티 내외의 조그만 우렁이에 들어가 꼬리가 달린 유충으로 발육한 뒤 빠져나온다. 꼬리를 이용해 헤엄을 치던 유충은 민물고기의 근육으로 파고들어가며, 거기서 둥근 주머니를 만들고 꼬리를 뗀 다음 그 안에서 서식한다. 사람은 물고기의 근육, 즉 싱싱한 생선회를 먹을 때 주머니 안에 든 유충을 같이 섭취함으로써 간디스토마에 걸리게 된다.

대부분의 간디스토마 감염자가 강 유역에 사는 분들인 건 그분들이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회로 즐겨먹기 때문이다. 붕어나 잉어, 돌고기, 모래무지, 향어 등이 간디스토마의 감염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간디스토마의 수명이 긴 만큼 민물회를 먹을 때마다 간디스토마가 몸에 축적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나중에 들은 얘기로 아버지는 탐진강 가에서 논일을 하시면서 붕어나 모래무지 같은 것을 그대로 잡아 드셨다고 합니다.”

젊은 날의 최광암 씨. ⓒ이복남

부자도 3년 간다고 했던가. 집에 일꾼도 2명이나 숙식을 하고 있었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도 어머니가 일꾼들을 데리고 그런대로 농사를 지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에는 돈이 없으니까 어머니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논을 한마지기씩 팔았답니다.”

논밭의 면적을 나타내는 ‘마지기라는 단위는 한자로는 ’두락(斗落)‘이라고 표기한다. 그러나 마지기는 논의 크기를 말하는 단위가 아니라 볍씨 한 말(一斗)을 뿌릴 수 있는 면적을 말한다.

논 한 마지기는 지방 또는 논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보통은 200평이다. 1평을 3.3m²(제곱미터)로 치면 200×3.3=약 660m²정도 된다.

쌀 1말은 10되인데 부피는 18리터이고 무게는 16kg이다. 그러나 요즘은 쌀 1되를 1.6kg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2kg, 5kg, 10kg, 20kg 등으로 포장하므로 쌀 1되로 계산하던 예전의 척관법은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예전의 쌀 1가마니는 80kg인데 5말이고 1섬(석)은 10말이었다.

논 한 마지기에서 나오는 소출은 벼 3~4가마니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마지기보다 헥타르(ha) 또는 제곱미터(m2)를 사용한다. 1ha는 가로x세로 100m이고, 10,000m2인데 약 3,000평이다. 1km²는 가로x세로 1,000m이므로 100ha가 1km²다.

참고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은 가로세로 길이가 105m×68m로 7,140㎡인데 이를 평으로 계산하면 약 2,164평이다. 우리나라(남한)의 땅 넓이는 세계 107위 100,378㎢라고 한다. *국토교통부 2019년 지적통계연보에서 발췌.

집안이 망하려니까 그 많던 재산도 시나브로 다 빠져나가고 가세가 기울자 어머니는 가산을 정리하고 자녀들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친척이 사는 부산으로 향했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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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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