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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bnews.kr/1QgB

첫사랑의 가슴앓이

지체장애 이도근 씨의 삶-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5-22 13:29:16
공부를 안 하기도 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고등학교는 **공고로 갔다.

“학교에서 시험 때 백지를 내기도 했고, 그래서 누가 꼴찌를 하느냐 친구들끼리 내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대해 준 선생은 없었을까.

“공부를 안 했기에 선생들이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속리산으로 갔는데 문장대를 오를 때 선생님이 제 손을 잡아 주신 것은 기억납니다.”

학교 공부는 제대로 안 했기에 선생에게도 눈 밖에 난 것 같았다.

합천댐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합천댐에서. ⓒ이복남
“그런데 소질이 있었든지 잘 하는 게 딱 하나 있었는데 진공관이었습니다.”

진공관(Vacuum tube)이란 내부가 진공인 유리관에 음극(cathode)과 양극(anode)의 두 전극이 있고, 두 극 사이의 전위차에 의해 두 극 사이에 전자가 이동하여 전류가 흐르도록 만든 전기 장치이다.

1883년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에 의해 발견된 에디슨효과가 진공관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 발견을 기초로 하여 영국의 플레밍이 기체를 빼낸 유리공 속에 백열전구와 같은 필라멘트와 2개의 금속판 전극을 넣어 2극진공관(플레밍 밸브, 다이오드)을 발명하여 1904년 특허를 획득하고 무선전신의 검파(檢波)에 이용했다.

미약한 신호에 의한 큰 에너지의 제어, 각종 신호처리 기술이 가능해지도록 하여 전자공학의 발전의 시초가 되었다. 초기의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수상기와 각종 송신기에 사용되었다.
*네이버 백과에서 발췌.

그는 공고를 다녔다. 학교에서 진공관 라디오와 플레이어를 만들었는데 다른 것은 별로인데 진공관은 잘 만들었다.

“어떤 애들은 못 해서 쩔쩔 맸는데 저는 잘 만들어서 레코드플레이어도 만들었습니다.”

레코드플레이어를 만들고 레코드판를 사 모았다.

“그전까지는 별 취미가 없었는데 레코드플레이어에 레코드판을 걸고 팝송을 즐겨 들었습니다.”

그때 나온 노래가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비롯하여 ‘One Way Ticket’ ‘해 뜨는 집’ ‘솔밭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비틀즈의 ‘레잇비’ 등이다.

“레코드 판만 한 400장 쯤 되었습니다.”

“‘You mean everything to me’에 심취해서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며 가슴을 태웠습니다.”

어떤 아가씨였을까.

“누나 미장원에서 일하는 시다였습니다.”

말도 한마디 못해 봤어요?

“한집에 사니까 말이야 해 봤지요. 그런데 내 처지도 그렇고 숫기도 없고, 결국에는 말 한마디 못하고 짝사랑만 하다가 떠났습니다.”

거제도 나들이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거제도 나들이에서. ⓒ이복남
누나 미용실에서 일하는 시다 아가씨가 맘에 있었다. ‘You mean everything to me’처럼 그녀는 기도에 대한 화답 같은 천사 같았다. 한집에 살았기에 아침저녁으로 부딪히기도 했고 일부러 미장원에 가서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으나 거절이 두려워서 차마 말도 꺼내지 못했다.

“누나 집에서 한 2년 쯤 시다를 하다가 어느 날 그냥 그렇게 떠났습니다.”

가슴 아렸던 젊은 날의 첫 사랑이었다. 그뿐이었다.

“제일 두려웠던 것은 ‘병신은 싫어’ 할까 봐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차마 말도 못하고 짝사랑의 가슴앓이만 하다가 그녀는 그렇게 떠나고 말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긴데 오늘 처음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금은방에서 시다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혼자서 한동안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삼촌이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계셨는데, 금은세공을 해 보라고 했습니다.”

삼촌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1970년대라면 양지재활원에서 금은세공을 가르쳤는데…….

“양지도 잘 몰랐지만, 양지에서 배우는 것 하고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가 일하는 곳은 국제시장 금은방 상가였다.

“조그만 공장에 저는 시다로 들어갔는데 공장에서는 꼬마라고 불렀습니다.”

온천장에서 버스를 타고 아침 9시까지 금은방에 도착해서 청소를 하고 식사시간에는 밥을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밤 9~10시쯤 퇴근을 했다. 그는 다리를 절기는 했으나 목발은 사용하지 않았기에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공장에는 5~6명이 있었는데, 반찬은 국제시장에서 사고 밥은 전기밥솥이 해서 별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5~6년을 보냈습니다.”

금은방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순금쟁이(순금 반지를 만드는 사람), 줄쟁이(목걸이를 만드는 사람), 다마쟁이(순금 외에 18k나 백금을 만지는 사람) 등이었다.

“청소하고 밥하고 그 외 시간에는 금을 문땠습니다.”

금을 문땐다고 해서 때 필자가 웃었는데, 이도근 씨는 필자가 왜 웃는지 잘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기장온정마을.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기장온정마을. ⓒ이복남
어느 유머게시판에서 경상도 사람이 ‘문때라’고 했을 때, 서울 사람이 문을 땠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던 것이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문때다’는 ‘문지르다’는 말이다. 그는 금은방에서 시다시절 순금쟁이가 만든 금반지 등을 광내는 쇠로 문지르면서 광을 냈다는 것이다.

“기술자들이 기술을 안 가르쳐 주기 때문에 어깨너머 눈치로 배워야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금은세공 기술은 철저한 도제교육이었다. 그러나 장인이 수습생인 시다에게 기술을 직접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시다는 장인의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혼자서 스스로 습득해야 했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도 공부는 잘 못해도 진공관 라디오는 잘 만들었다. 기술에는 소질이 있는지 5~6년 만에 수습 기술자로 인정을 받았다.

예전에는 반지나 목걸이를 하나하나 손으로 다 만들었다고 하던데, 요즘은 어떠한지.

“예전에는 계란 노른자처럼 동그랗게 만든 금덩이를 망치로 두드리고 펴서 필요한 만큼만 가위로 잘라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금은세공도 주물로 가다를 떠서 거기다 금물을 부우면 바로 나옵니다.”

예전에는 디자인도 각자가 연구해서 만들었지만, 요즘은 디자인 전문가가 있어서 원본 하나를 만들면 다른 사람들은 그 원본을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기술자가 되면 다른 곳에서도 오라고 하므로 저도 다른 집으로 옮겼습니다.”

누나는 미장원을 하고 그는 금은방 기술자였다. 그가 비록 소아마비이기는 하지만 제법 그를 듯한 조건이라 여기저기서 중매가 들어 왔다.

“스물여덟 살 때 스물여섯 살 아가씨와 결혼을 했습니다.”

본가 근처 온천장에 집을 얻어 신접살림을 차렸다. 그는 여전히 아침 8시에 집을 나갔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 왔다. <3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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