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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홈이 독립생활의 밑거름

뇌병변장애 유민기 씨의 삶-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1-23 11:35:35
유민기 : “전공과 여름 방학 때,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2박 3일 동안 체험홈이 있어 신청했습니다. 저하고 근육장애인 등 2명이 같이 살았는데 재미있었습니다.”

체험홈에서는 독립생활을 위한 사회적응훈련으로 각종 놀이를 비롯하여 음식 만들기, 지하철 타보기 등을 하였는데 모두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서툴렀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가족 나들이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가족 나들이에서. ⓒ이복남
유민기 : “체험홈에 2박 3일 살아보니 독립생활에도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은 제가 혼자 나가서는 절대 못 살 거라며 반대하셨습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 체험홈은 편의시설이 완비된 아파트 한곳에 장애인 3명이 체험홈 담당직원과 함께 ‘지역사회로의 이주를 희망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이 가능한 분에 대하여 일정한 주거공간을 지원하여 지역사회의 일상생활에 대한 체험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향후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유민기 : “그 무렵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지원사 교육이 있었는데, 엄마에게 교육을 받아 보실 것을 권유했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교육 받기를 내켜하지 않았으나, 하도 아들이 간곡하게 권유를 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교육에 참여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은 각 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표준교육과정은 총 40시간 (평일주간, 1일 최대 8시간)이고 자격제한은 없으며 교육비는 15만원이다. 전문교육과정은 총 32시간 (평일주간, 1일 최대 8시간)으로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그리고 유사경력 소유자이고 교육비는 12만원이다.

유민기 : “교육을 받으시더니 엄마 생각이 180도로 바뀌셨습니다.”

유민기 씨의 독립생활을 결사적으로 반대 하셨다던 어머니의 생각이 어떻게 180도로 바뀌었을까. 필자가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어머니 : “민기가 하도 원해서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았고, 교육을 받고 나니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민기의 체험홈 입주를 허락했지만, 처음에는 서너 달 살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민기 씨는 2박 3일 간의 체험홈 연습기간이 끝나고, 부모님의 승인 하에 2013년 12월 30일 금곡 3단지 한 아파트에 본격적인 체험홈 거주자로 입주했다. 참여자의 자립생활 역량에 따라 3개월~36개월 범위 내에서 체험홈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구 서문시장에서. ⓒ이복남
어머니 : “우리 민기가 엄마 품을 떠나서 혼자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 ‘그래 엄마 없이 한달 만 살아봐라 한 달만 살아 보면 엄마 없이 못 살겠다’고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안돌아 오는 거예요.”

유민기 씨는 돌아 올 거라는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고(?) 어머니가 서운할 정도로 체험홈 생활을 잘 해 나갔다.

유민기 : “금곡동에 있는 부산뇌병변복지관 디자인과에 다녔습니다.”

3명이 살았는데 생활비는 각자 17만원을 냈고, 51만원 가운데 1인당 5만원 즉 15만원은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내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을 했다.

유민기 : “뇌병변복지관에도 나가고, 보치아 자조모임에도 나가고, 지하철을 타고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물론 활동지원사와 동행을 했지만, 하루하루 산다는 게 너무나 즐거웠다고 했다.

어머니 : “민기가 체험홈에 들어간 지 몇 달이 지나자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기에게도 나름대로의 자존감과 독립심을 기르고, 그리고 저도 처음으로 민기에게서 벗어난 것 같았습니다.”

민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는 모든 것을 아들 민기에게 맞추었는데, 민기가 독립생활을 시작하자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머니 : “저는 활동보조인 교육만 받고 실제로 활동보조인 업무는 하지 않았지만, 우리 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정말 교육 받기를 잘 했다 싶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장애아동이 있는 집안에 비장애인 형이나 동생이 있으면, 부모님이 온통 장애아동만 신경을 쓰니까 형이나 동생이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어머니 : “그래서 저도 형에게 섭섭한 것 없었느냐고 물어 봤는데, 형은 오히려 다른 집 동생들처럼 함께 놀고 싶었는데 그런 것을 못해서 섭섭했다고 합디다.”

현재 유민기 씨는 1년 8개월 동안의 체험홈을 끝내고, 지금은 완전한 독립생활 5년차이다.

아파트는 전세인데 어머니가 얻어 주셨다. 독립생활 5년차라면 여자 친구는 없을까.

유민기 : “학교 다닐 때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에 드는 여자 친구가 없습니다.”

아침이 되면 활동지원사가 와서 아침밥을 해 주고 활동지원사와 같이 생활하다가, 밖에 일이 있으면 외출도 한다. 그가 일을 할 때면 활동지원사는 작은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끔 어머니가 오시기도 한다.

어머니 : “요즘도 민기가 학교 다닐 때 만났던 어머니들과 모임을 하는데 민기가 나가서 잘 살고 있으니 저 보고 밥을 사라고 합니다.”

다른 엄마들에게 밥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많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다른 엄마들은 아직도 자식 걱정인데 민기만 잘하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것이다.

나 어때요.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나 어때요. ⓒ이복남
어머니 : “그렇지 못한 엄마들에게는 민기가 잘 살고 있다는 것도 자랑 같아서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다른 엄마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독립생활을 해 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유민기 씨의 독립생활을 보면서 자기 자식들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아직은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 : “우리 민기는 자립생활이 성공한 케이스라, 지금은 애 아버지도 흡족해 하십니다.”
유민기 씨는 그동안 장애인단체에서 편의시설 등을 조사하는 활동가도 했고, 인터넷 홍보 재택근무도 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지난 연말로 마감을 하고 현재는 쉬고 있다. 그런데 재택근무로 받는 수입은 활동지원사 비용과 생활비 등으로는 약간 부족해서 모자라는 부분은 집에서 보조를 받는다고 했다.

유민기 : “저의 소원은 독립생활이었고 그 소원은 이루었지만, 한 가지 미흡한 것은 생활은 완전한 독립을 이루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직도 약간은 미흡해서 경제적으로도 완전한 독립생활이 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민기 씨는 독립생활을 해 보니까 자기 자신도 놀라울 만큼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에 나름대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독립생활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단다.

유민기 씨가 부모님 품안에서 벗어나 그의 소원대로 독립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생활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민기 씨 같은 중증장애인이 경제적으로도 완전한 독립생활이 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날은 또 하나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 희망사항이 하루빨리 이루어질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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