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그랜트, 31세.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콜라겐 결함으로 발생하며 피부나 관절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펴짐. 작은 외상에도 멍이 들고 저절로 특정 점막이나 조직이 파열되기도 함.)을 가진 휠체어 사용자이다. ⓒThe Guardian

2017년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7명의 장애인에게 한 달간 일기를 쓰도록 했다. 이 결과 일기에는 오늘날 영국 장애인이 처한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났고, 해당 일기와 인터뷰는 더 가디언의 연재 시리즈로 만들어져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복지 정책의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영국은 한국을 포함한 중진국들의 롤모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이러한 영국의 장애인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두 차례에 걸쳐 그 현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1. 니나 그랜트(Nina Grant)-휠체어 사용, 엘러스-단로스 증후군(Ehlers-Danlos syndrome)

2017년 8월 28일.

친구들을 만나 커피를 한 잔 하러 킹스크로스(King’s Cross)역에 갔다. 내가 이용해야 하는 지하철역은 사실 나에게 제일 가까운 역은 아니고, ‘접근 가능한’ 역 중에 제일 가깝다고 보는 편이 맞다.

나는 먼저 버스를 탄 뒤(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데, 그러면 원래 가장 가까웠던 그 역을 5분 정도 지나치는 게 된다. 때문에 나는 비장애인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평균 30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하철역의 리프트가 고장 나지 않았을 때다.

런던 교통 공사(Transport for London)에 따르면,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런던의 지하철역은 4개 역 중 1개 역뿐이라고 한다.

2017년 9월 9일.

영국 자유민주당 국회의원이자 지체장애인인 살 브린턴(Sal Brinton)이 휠체어 자리에 유모차가 있다는 이유로 승차 거부를 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대부분의 댓글은 살 브린턴을 응원했으나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한 리플러는 “(휠체어 사용자들은)우선권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면서 “‘안 된다’는 말을 듣는 것이 충격이었던 모양이다”라고 비꼬았다.

이 리플러가 ‘우선권’이라 칭한 그 ‘특별 조치’는 장애인 당사자의 일상을 아주 조금이나마 평등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다. 과연 이런 부분에 불평하는 사람들이 거의 텅 빈 버스 휠체어 좌석에 유모차가 있다는 이유로 한 시간 가까이 버스를 떠나보내며 정류장에 앉아있어나, 10분을 서 있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쇼핑을 하러 가지 못하는 입장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 사회의 인프라는 장애인 당사자의 다양한 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느리지만 변화하고 있다. 나는 아직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인프라가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길 기다린다.

피트 랭맨(50세)은 파킨슨병(느린 운동, 정지 시 떨림, 근육 강직, 질질 끌며 걷기, 굽은 자세와 같은 파킨슨 증상들을 특징으로 하는 진행형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다. ⓒ The Guardian

2. 피트 랭맨(Pete Langman)-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인한 지체장애

2017년 9월 2일.

외식을 하러 나가서 식당 앞에서 도어맨과 눈이 마주쳤다. “괜찮으세요, 손님?”이라고 묻는 그의 질문은 “혹시 취하거나 약물 복용 상태이십니까?”라는 뜻이었다. 나는 “아뇨. 파킨슨병입니다.”라고 대답했고, 그의 의심은 끝났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걸음걸이가 불안할 뿐이지 장애인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몹시 화가 나는 일이다. 그 사건으로 저녁 내내 나는 우울했다.

2017년 9월 21일.

미국여행을 준비 중이다. 장시간 비행으로 내 걸음걸이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 그래서 지팡이를 가져가기로 했다. 지팡이 하나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열차 안에서의 한 젊은 커플은 나보고 먼저 가라며 손을 휘저었고, 바리스타는 내가 앉은 테이블로 커피를 직접 가져다주었다.

내 걸음걸이는 똑같은데, 지금의 나는 이 지팡이 덕분에 (몸이 불편한 사람임이)공식적으로 입증됐다. 지팡이가 없는 나는 취했거나, 약을 복용했거나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나는 이렇게 불행한 사람이다.

3. 쇼나 콥(Shona Cobb) - 휠체어 사용, 말판 증후군(Marfan syndrome)

2017년 9월 2일.

오늘은 동네에서 쇼핑을 했다. 내가 보통 피하는 날인 토요일이었다. 사람도 많고 정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기가 훨씬 힘들었다. 길에서 사람들을 피할 수가 없으니 핸드백으로 어깨를 맞기도 했는데, 몇몇은 꽤 무거웠다.

2017년 9월 13일.

옷가게의 장애인 전용 탈의실을 사용하기 위해 10대 소녀들 한 무리를 기다려야 했다. 아마도 그들 중 한 명이 시각장애인인 듯 했는데, 이런 일은 꽤 자주 일어나면서도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나는 그 아이들이 장애인 전용 탈의실을 종종 이용하면서 함께 옷을 갈아입는다는 걸 안다. 왜 그렇게 하는지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장애인 전용 탈의실은 말 그대로 내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나는 어떤 큰 체인(chain) 회사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장애인 전용 탈의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옷가게가 당연히 장애인 전용 탈의실을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레이그 길딩(28세, 청각장애). ⓒ The Guardian

4. 크레이크 길딩(Craig Gilding) – 청각장애

2017년 9월 12일.

은행 카드를 이용해서 온라인으로 자동차세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승인 되지 않은 카드로 결제가 불가하다”는 내용의 문구가 나타나 납부할 수 없었다. “거래의 진위여부 확인을 위해 5분 이내로 당신에게 연락을 시도하겠습니다. 그러나 5분 내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아래 전화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기록된 것처럼 나는 청각장애인이다.

은행은 어떻게 내가 그들에게 연락하리라고 기대했던 걸까? 결국 나는 텍스트로 그들과 연락이 닿았지만, 만약 닿지 못했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려 했던 걸까?

2017년 10월 4일.

나와 마찬가지로 청각장애인인 친구의 고용지원금(Employment and Support Allowance, ESA) 등록을 돕기 위해 사무국을 다녀왔다.

친구는 온라인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온라인을 확인했을 때, 등록 을 완료하기 위한 전화번호만 안내되어 있었다. 다시 사무국으로 돌아갔을 때, 내 친구는 시민상담원과 약속을 잡고 만나 고용지원금 수령을 위한 유형 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연금 체계가 아직 완전히 접근 가능하지 않음에 대한 증거는 더 있다. 약간의 논쟁 후, 내 친구는 작성하여 제출해야 할 방대한 양의 양식을 받아왔다.

7명 중 4명의 일기를 먼저 다루었다. 장애의 유형은 서로 다르나, 일기에서 그려진 생활상의 어려움은 비슷했다.

접근성(대중교통과 같은 물리적 접근성 및 온라인 서비스 이용과 같은 기술적 접근성 모두), 장애인 당사자들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태도 등이다.

※ 출처:

1.

https://www.theguardian.com/inequality/2017/nov/15/whats-life-really-like-for-disabled-peopld-disability-diaries-reveal-all

2.

https://www.theguardian.com/inequality/2017/nov/15/stares-glares-internet-dating-the-harsh-realities-of-life-with-a-disability-diaries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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