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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증 척수장애인 “척수손상환자의 든든한 서포터”

정보 제공·동료지지 역할 톡톡…“자신감 잃지 말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4-23 11:05:01
척수장애인 이진재 씨(지체 1급, 37세).ⓒ한국척수장애인협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척수장애인 이진재 씨(지체 1급, 37세).ⓒ한국척수장애인협회
올해로 4년차 정보메신저가 된 부산광역시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정보메신저 이진재 씨(지체1급, 37세)를 만나 병원에 입원 중인 척수손상환자의 동료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재 씨는 2007년 교통사고로 경수 4번이 손상되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재활병원에 입원 중인 척수손상환자를 만나다

전국 척수장애인 활동가 기본교육을 수료한 진재 씨는 부산지역의 협력병원으로 파견되는 ‘정보메신저’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병원이나 재활 병원에서 척수손상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요. 척수장애는 법적 장애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척수장애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더불어 척수손상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영구적 장애로 정보에 대한 욕구가 미약하거나 수동적이기 때문에 먼저 찾아가서 척수손상과 재활에 관련된 필수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척수손상 환자는 사고나 질병으로 일상생활을 하던 도중에 장애를 입게 되어 불안함과 분노, 적대감과 무기력함, 장애에 대한 부정 등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게 되죠. 저도 그런 경험을 했었어요. 그래서 같은 장애를 가진 척수장애인이 파견되어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으로 장애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동료상담도 같이 하고 있어요.”

척수장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과 동료지지의 역할, 정보메신저

진재 씨는 부산지역에서 4년차 정보메신저로 활동한 만큼 사명감을 갖고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메신저 활동에 대해 사전 협의가 된 병원으로 매주 1~2회씩 정해진 시간에 파견되어 척수장애에 대한 정보 및 자료 제공과 정서적 지지를 주로 하고 있어요. 병원 내에 의료 사회복지사가 있는 경우 사회사업실, 없는 경우에는 재활의학과 교수 또는 물리/작업치료사와 함께 논의하여 척수손상 환자를 만나고 있죠.”

“활동할 때 중요한 점은 환자를 만나기 전,후로 병원 측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정보메신저가 알게 된 환자의 심리 상태나 환경에 대해서는 공유하는 것이에요. 의료적인 부분은 병원에서 정보를 제공하지만, 앞으로 척수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정보는 같은 장애를 가진 정보메신저만이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도 정보메신저를 신뢰하고 맡기고 있답니다.”

활동에 대한 사명감으로 환자가 퇴원한 후에도 지속적인 만남

진재 씨는 그 동안 많은 척수손상환자와 가족에게 정보제공 및 동료지지를 했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동료가 있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단 저는 병원에 계신 척수손상환자를 만날 때, 단순히 환자로만 생각하지 않아요. 저와 같은 척수장애를 갖고 있는 동료라고 생각해요. 많은 동료들을 만났었는데 그 중에서 김영민(가명)이라는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친구는 2018년 초에 교통사고로 경수 4번이 손상되었죠. 아무래도 저와 같은 교통사고이고, 손상레벨도 같다보니 정서적으로 지지를 많이 할 수 있었죠. 또 가족 분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을 해드렸죠.”

“영민이가 퇴원을 하고 난 뒤,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고 얼마전에는 저희 집에도 초대했어요. 제가 경수 4번 손상으로 최중증이지만, 벌써 4년째 혼자 독립해서 살고 있답니다(웃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영민이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정보메신저, 지속적인 역량강화

진재 씨는 장기간 외박을 해야 하는 교육일지라도 정보메신저로써의 역량강화를 위해서라면 어느 지역이든 KTX와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활동지원사분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단순한 동료 상담 활동이 아니라 척수손상 환자들에게 모범적 모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움에 대한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매년 ‘전국 척수장애인 활동가 교육’을 통해 정보메신저로써 필요한 전문영역에 대해 배우고 있죠. 병원에 있는 척수장애인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해 변경되거나 새로 생긴 복지정책에 대한 것들은 빨리 알아가려고 노력중이에요. 특히 저는 보조기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 해외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서 정보를 많이 찾고 있어요.”

진재 씨는 역량강화에 대한 열정으로 대구사이버대학교 재활상담학과로 진학하였으며 내년에 졸업 예정이다.

전국 척수장애인 활동가 기본교육을 수료한 이진재 씨(왼쪽에서 두 번째).ⓒ한국척수장애인협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국 척수장애인 활동가 기본교육을 수료한 이진재 씨(왼쪽에서 두 번째).ⓒ한국척수장애인협회
최중증 척수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보조기기와 활동지원제도

“경수 손상으로 손 사용이 어렵거나, 저처럼 목 아래로 움직임이 어려운 척수장애인분들에게는 보조기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구매, 예약, 검색, 연락 등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하게 되는데 만약 보조기기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할 순 없었겠죠. 타인의 도움에 의해서만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전화할 수 밖에… 그만큼 최중증 척수장애인에게는 보조기기가 많이 필요한데 국내에 보급되고 있는 보조기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해외에서는 여러 가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보조기기들이 많이 있는데…. 간혹 국내로 수입된다 하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구입하기가 쉽지 않죠.”

“그리고 저는 저를 도와주시러 오신 활동지원사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사실 최중증 척수장애인활동지원사를 구하는 자체도 어렵고 저와 맞춰가야 할 부분들이 많거든요.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좋은 보조기기를 쓴다 하더라도 활동지원사분들이 안 계셨다면 생활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저의 기본적인 손발이 되어주심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죠.”

12년 전, 막막하기만 했던 일상 복귀

진재 씨는 12년 전, 본인이 척수손상 후 일상 복귀를 준비했던 과정들에 대해 설명하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처음 퇴원했을 때 저는 거의 일상복귀를 못 한거나 다름없었어요. 퇴원 후 거주지준비도 안 되어있었고 자존감도 엄청 낮았고 자신감도 부족했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에 일상복귀가 더 힘들었었던 것 같아요. 5년 정도의 긴 병원생활동안 내 미래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에 나는 불가능한 답을 정해두고, 그 불가능한 답에 맞춰 전부 안 된다고 단정 지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몇 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 같은 척수장애를 갖고 있는 박영하 형을 알게 되었어요. 아! 지금은 부산광역시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센터장님이세요(웃음).”

“그렇게 같은 척수장애가 있는 동료들을 조금씩 만나다보니, 저도 생각지 못한 사이에 제가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장애인식교육도 듣고, 지역 활동에도 참여하고…. 제가 조금 경력이 쌓이면서 정보메신저 활동의 기회도 찾아 온 것 같아요. 처음 ‘찾아가는 정보메신저’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어요. 제가 5년 넘게 병원생활을 할 때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 더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어요(웃음).”

진재 씨는 교육을 통해 정보메신저로 위촉된 이후, 다른 우수한 정보메신저가 활동하는 곳에 함께 방문하여 인턴처럼 활동모습을 배우는 과정을 거쳐 정식 정보메신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진재 씨는 “절망하지 마세요. 불가능하다고 전부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각자에게 맞는 답은 분명 존재하고, 해결책도 있어요. 그러니까 의지와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이야기를 많은 척수손상환자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당당하게 유쾌하게 살아갈 진재 씨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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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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