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기금 100억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서류는 B 씨가 준비했다. 그는 초등학교 밖에 안 나왔고 더구나 앞을 보지도 못하는데, B 씨는 은행가 출신에다 금융전문가이니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은행서류는 C은행지점이 아니라 부산에 있는 D은행지점이었다. D은행지점은 그의 집과도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가 평소에 거래하던 은행도 아니었지만 D은행지점장이 B 씨가 잘 아는 사람이므로 D은행지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학벌에 금융전문가에 은행관계자들과의 인맥까지 넓었던 B 씨였기에 그를 믿었고 B 씨가 시키는 대로 도장을 찍으라면 찍고, 그가 하자는 대로 뭐든 시키는 대로 했다.

바닷가에서. ⓒ이복남

알고 보니 관광기금은 지침상 융자지원비율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관광기금은 매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지원하고 있었는데, 관광기금이란 문체부에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신청금에 대해서 일종의 보증을 하는 것이다. 그 보증서를 은행에 제출하고 은행에서는 그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것이었다.

그가 1차에 선정된 관광기금은 40억이었다. 그런데 문체부에서는 관광기금 40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광기금은 21억이 지원되는데, 21억을 지원받으려면 공사업체로부터 40억의 세금계산서를 받아서 대출은행에 제출해야 했다. 결국 21억을 대출 받으려면 자부담 19억이 있어야 된다는 것인데 통상 관광기금을 받는 업체는 돈이 없으므로 자부담 금액만큼 허위계산서를 제출하고 나중에 자부담 부분을 취소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B 씨는 그런 사실을 이종길 씨에게 보고하면 자신의 능력과 인맥으로 대출 받는 것이 아니라 관광기금 지침상 당연히 되는 일을 단순 심부름만 한 것이 되어 은행 지점장 출신이라 내세운 자신의 입지가 위축되고 단순실무자로 전락된다는 자격지심 때문일까. 더구나 그런 사실을 이종길 씨가 알게 되면 이종길 씨의 성격상 관광기금에 경험이 있는 은행관련자나 문체부 관련자에게 직접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일까. 이종길 씨는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런 사실을 잘 몰랐다고 했다.

B 씨는 21억 대출금 지급 시 40억 짜리 세금계산서를 은행에 제출하여야한다는 사실 마저 숨기고, 융자신청서, 대출금지급청구서 등의 서류를 직접 챙겨 제출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치 자신의 인맥과 능력으로 “받기 어려운 융자금”을 배정받은 것으로 포장하여, 자신이 돕지 않았으면 지을 수 없는 호텔을 지을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느 봄날에. ⓒ이복남

“관광기금 40억에 선정되면 자부담 19억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더라면 저는 관광기금을 받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 및 호텔 등을 팔거나 대출 받으면 해운대 호텔을 지을 돈은 마련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B 씨의 노력으로 관광기금 100억에 선정되어 은행대출을 받고, 공사업체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하여 호텔은 지어졌다.

관광기금을 받는 과정에서도 B 씨는‘관광기금은 선금 40%를 주어야 한다.’며 B 씨가 지정한 공사업체에 과도한 선금을 주게 했다. 그리고 ‘관광기금은 이월되지 않는다’면서 대출을 받게 하고는 허위계산서 수취 및 취소사실도 숨겨 왔다.

나중에는 과도하게 지급 된 선금을 회수하려 하자 법인통장으로 입금 되면 절차가 복잡하고 세무서에서 범칙금도 나오게 되므로 이종길 개인통장으로 받아서 나중에 회사에 입금하면 된다고 했다. 그 때만 해도 그는 B 씨를 믿었기에 B 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 알고 보니 그런 일들이 부가세 탈루 및 횡령이 되어 있었다.

“그 과정에서 B 씨가 시키는 대로 사람을 만나고 서류에 도장을 찍고 했는데, 소소한 것은 전부 B 씨가 처리했습니다.”

그렇게 B 씨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었는데 어느 날 계산을 하다 보니 공사비에서 6억 정도의 차질이 생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8억 정도였지만……. 그래서 B 씨에게 6억에 대해서 따졌는데 차일피일 하더니 내부자 고발로 이종길 씨를 횡령 및 세금포탈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로 고소를 했다.

“관광기금을 지원 받기위해 은행에 제출한 허위계산서에 기재된 금액이 350억이나 되었습니다.”

B 씨 고발의뢰요청서. ⓒ이복남

그런데 경찰에서도 B 씨의 고소가 내부자 고발이라 하여 B 씨는 보호하고 이종길 씨만 조사했다.

“눈 뜨고도 코 베가는 세상이라는데, 눈감은 저 같은 사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이종길 씨는 B 씨가 처음부터 자신을 속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관광기금으로 호텔을 짓는 과정에서 욕심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B 씨는 월급 150만원을 받는 직원이었지만, 호텔이 자리를 잡으면 월급도 올려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B 씨의 월급은 어떻게 지불했을까?

“B 씨 월급은 2009년부터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매월 150만원을 통장계좌로 이체하거나 어떤 때는 현금으로 지불했습니다.”

그렇다면 B 씨가 월급 150만원을 받은 직원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길 씨가 B 씨의 거짓말을 알기 전까지는 B 씨가 모든 업무를 관장하고 처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호텔 사장이 이종길 씨가 아니라 B 씨가 사장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2017년 3월 사건이 터지자 B 씨는 모든 것은 이종길 씨의 지시를 받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종길 씨는 모든 것은 B 씨가 단독으로 처리해 놓고 지금 와서 자신에게 뒤집어씌운다고 억울해 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그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서울성모병원을 다녀야 했다. 사건이 터지고 얼마 안 되어서 서울성모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각막이식의 차례가 되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각막이식인데, 조서를 받으러 경찰서를 오가는 통에 그 기회마저 놓쳤습니다.”

그의 눈이 많이 좋지 않았기에 한 번 더 기회가 왔음에도 그는 끝내 각막이식 수술을 하지 못했다.

강가에서. ⓒ이복남

그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고,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기에 각막이식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B 씨의 고발대로 이종길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로 구속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종길 씨가 B 씨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고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명을 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등 장애인단체를 찾아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맞대응을 하자, 현재 이 사건은 해운대경찰서에서 더 이상의 진척 없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종길 씨는 비록 눈은 감았지만 가족들에게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공연히 B 씨의 뀜에 빠져 호텔을 짓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미 때 늦은 후회였다. ‘사람이 일생을 바친 뒤에 남는 것은 모은 것이 아니라 뿌린 것’이라고 했는데 그가 모으는 데만 급급해서 제대로 뿌리지 못한 모양이다. 모두가 자신이 못 배우고, 앞을 보지 못해서 생긴 일이겠지만 죄가 있다면 벌은 달게 받겠단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언제나 갖가지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고 만시지탄이 생길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화‘눈뜬 사람을 속인 장님’에서처럼 눈뜬 사람이 눈감은 사람을 골려먹는 일이나, 그래서 눈감은 사람이 눈뜬 사람에게 앙갚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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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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