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이 시는 김재진 시인의 시집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에 실린 ‘토닥토닥’이다. 사노라면 여러 가지로 지치고 힘이 들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누군가가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준다면…….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는 지치고 힘든 영혼에 따스한 위안을 전하는 토닥토닥하는 위로가 마음의 생채기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의 약손처럼.

박재형 씨. ⓒ이복남

박재형(1972년생) 씨의 고향은 전라남도 강진이다. 그는 2남 1녀의 셋째인데 자박자박 걷기 시작할 무렵 열병을 앓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소아마비 마지막 세대였던 것 같습니다.”

‘소아마비는 폴리오(polio)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계의 감염으로 발생하며 회백수염(척수성 소아마비)의 형태로 발병한다. 예방 접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면서 발생률이 감소하여, WHO는 1994년 서유럽에서, 2000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소아마비 박멸을 선언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WHO에서는 2000년이 되어서야 우리나라에 소아마비 박멸을 선언했다지만, 현재 필자가 만난 사람 중에 마흔 살 아래로는 소아마비가 없다.

그의 부모님은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고 동네 병원에 다녔으나 잘 낫지 않아서 나중에는 목포 큰 병원으로 갔다.

“제 기억에는 아버지가 업고 다녔던 것 같은데 결국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아들 때문에 실의에 빠졌는지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돌아 가셨다. 위암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는 기어 다녔다. 그 때 토닥토닥 그를 일으켜 세운 이는 외할아버지였다.

“외할아버지는 나무를 깎아서 지팡이를 만들어 주면서 걸으라고 하셨습니다.”

그의 왼쪽다리는 힘이 없었다. 그 다리로는 걷지 못했다. 기어 다니는 것이 훨씬 편하고 수월했다.

“기어 다니면 안 돼!”

외할아버지는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기도 했고, 때로는 성난 얼굴로 윽박지르기도 했다.

삼성전기배 클럽대항전. ⓒ이복남

외할아버지는 소아마비에 걸린 어린 외손자를 보면서 속으로 얼마나 울고 계셨을까.

“제가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것은 다 외할아버지 덕분인데, 그 때는 외할아버지가 무서웠습니다.”

그러다가 어쩐 일인지 어머니는 삼남매를 데리고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

“부산에 와서는 연산동에 살았는데 어머니는 근처 보세공장엘 다녔습니다.”

어머니는 공장에 다니면서 삼남매를 키웠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서 식구는 여덟 명으로 불었다. 어머니가 재혼을 했던 것이다.

“새아버지가 저희와 비슷한 삼형제를 데리고 왔습니다.”

새아버지는 세탁소를 운영했고 어머니는 여전히 공장엘 다녔다. 식구가 네 명이나 늘었다면 형제들하고 싸우지는 않았을까?

“서로 조심하느라고 그랬는지 별로 싸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어머니는 직장에 다녀야 하므로 누나하고 같이 다녔습니다.”

어렸을 때는 외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는데, 현재 그는 목발을 짚지 않는다.

“목발을 오래 짚은 선배들을 보면 대부분이 어깨에 무리가 간다고 해서 목발은 안 짚을 겁니다.”

대신 시간이 좀 더 지나게 되면 보조기를 할 예정이란다. 그는 현재 왼쪽 다리가 많이 짧다. 그래서 왼쪽 손으로 왼쪽 무릎을 짚고 다닌다. 수술은 하지 않았을까.

“스무 살 때 수술을 한 번 했습니다.”

1년을 기다려서 애향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처음에는 수술만 하면 다리를 절지 않고 똑바로 걸을 줄 알았다. 그러나 수술을 하고 치료를 했지만 별반 나아진 것은 없는 것 같았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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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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