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피플퍼스트 주최 ‘피플퍼스트 뉴질랜드 활동가 및 조력자 초청 강연회’에 참석한 로버트마틴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

“아이에게 장애가 있습니다. 속히 시설로 보내야 합니다.”

1957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발달장애인 로버트 마틴은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 한 18개월 때 집을 떠나 시설로 가야 했다. 그 당시 사회는 장애인이 시설로 보내지는 것이 당연했다. 아기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총 1500명이 수용된 대형시설에서 학교도 가지 못 하고, 선택권도 없는 ‘당연한 삶’을 살았다.

15살 때 문득 ‘우린 왜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일을 해야 하지’라는 의문으로 시작된 마틴은 농장에서의 부당한 노동 강요에 파업을 선언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넌 불평할 자격이 없다”는 관리자에 말에도 “오늘 일하지 않겠다. 대신 대화를 하자”고 당당히 맞서며 자기 권리옹호운동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마틴은 2000년대 초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을 만들 당시 유일한 발달장애인으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적극 주장했으며, 5년 후인 2006년 협약 제정에 기여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해 6월 14일, 당당히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최초 발달장애인 위원으로 선출됐다.

“저에게는 너무 감격할 만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아주 작은 동네에 살았는데 TV를 본 많은 분들이 축하해줬습니다.”

지난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최초로 발달장애인 위원으로 선출된 로버트 마틴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피플퍼스트 주최 ‘피플퍼스트 뉴질랜드 활동가 및 조력자 초청 강연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마틴 위원이 이날 강조한 부분은 “탈시설”이다. 마틴 의원은 “발달장애인들 포함 모든 사람들은 자유로워야 한다. 1등급 시민도, 낮은 시민도 없다.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시설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뉴질랜드는 지난해 모든 시설이 폐쇄됐다”고 말했다. 곧바로 청중들의 박수도 쏟아졌다.

마틴 의원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 정보를 얻는 것, 정보에 대한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발달장애인들의 더 많은 참여를 위해서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지역사회 일원이라는 인식을 높여야 한다”며 “시설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죽어가는 것은 아주 심각하다. 자유를 얻어야 하고 지역사회에서 반드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로버트 마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 인터뷰를 하고 있는 피플퍼스트 뉴질랜드 기금조성 매니저인 자넷 도티.ⓒ에이블뉴스

최근 유엔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마틴 위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조항을 준수하기 위해 여덟 개 나라의 보고서를 검토했던 그가 집중적으로 질문했던 것도 바로 “시설” 문제였다.

마틴 위원은 “제가 했던 질문 중에 하나는 ‘해당 국가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였다. 국가보고서에 그런 부분이 나와 질문했던 것”이라며 “시설은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소속돼서 살아야한다는 부분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마틴 위원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함께 노력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함께 활동하면서 나누면서 요구사항의 목소리를 만들어냈다”며 “한국에서도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편, 피플퍼스트 운동은 1974년 미국에서 시작된 발달장애인 권리운도응로서 ‘우리는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라는 한 발달장애인의 발언을 계기로 시작됐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43개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0월 한국피플퍼스트를 출범해 참정권 보장, 발달장애인지원제도 확대 등을 주장하며 왕성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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