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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를 위한 소망은 무너지고

청각장애 2급 에리구치 씨의 삶-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2-28 12:26:12
“그 때까지만 해도 그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500만 엔을 투자한 보온덮개 사업은 지지 부진했다. 운영비가 부족해서 일을 못한다면서 돈을 좀 더 빌려 달라고 했다. 실제로 C회사가 있는 경북 00까지 가 보았으나 회사는 운영비가 없다며 커다란 가건물에 기계만 몇 대 놀고 있었다. 돈이 없어서 운영을 못한다는 안타까운 그 말에 그는 돈을 더 빌려 주었다.

기능대회 수상기념.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기능대회 수상기념. ⓒ이복남
그가 A씨에게 빌려 준 돈은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회사는 여전히 자금난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A씨는 운영자금이 부족하여 500만 엔을 더 빌려 주면 두 배로 갚겠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다시 또 돈을 빌려 주었다. 그 후 A씨와 연락이 두절되었고, 운영비가 없어서 공장 가동은 못하게 되어서 돈은 못 갚겠다는 것을 알고 그제야 속은 것 같았다.

속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 보았으나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2014년 4월 21일 660만원에 D변호사를 선임하고 A씨와 B씨를 사기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부산 기장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자 B씨에게서 급하게 연락이 왔는데 합의를 하자며 500만 엔에 1%의 이자를 쳐서 갚아 주었다.

“그래도 고소는 취하하지 않았는데 100일 쯤 지나서 D변호사가 각하되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D변호사가 A씨와 B씨와 업무협약을 했던 것이었다.

“더 이상 사기꾼들과 같이 일 할 수 없다 싶어 D변호사를 파기 했습니다.”

마침 일본어 통역이 있다 해서 서울에 있는 E법무법인을 찾아 갔다. 고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변호사비용은 275만 엔이라고 해서 너무 비싸서 많이 놀랐다. 그러나 이제까지 한 투자금과 빚을 회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대형 로펌이라 가능하리라 믿었다.

오리털 보온덮개 팸플릿.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오리털 보온덮개 팸플릿. ⓒ이복남
2014년 12월 9일에 E법무법인과 계약하고 A씨와 B씨를 사기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부산 기장경찰서에 다시 고소하였다. 그런데 A씨는 에리구치 씨가 일본어로 된 관련서류를 다 보고 투자한 것이고 운영비가 부족하여 공장가동을 못하는 것이므로 사기는 아니라고 했다. 건청인 B씨도 A씨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공모는 아니라며 혐의내용을 부인했다.

E법무법인에서는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A씨가 돈을 안 갚겠다고 한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고소를 취하하고 ‘금전소비대차계약공정증서’를 작성하고 ‘변제합의서’도 작성했다. 공정계약서나 변제합의서에는 1차 변제는 2016년 3월 30일까지 1,000만 엔을 변제하고, 2차는 2017년 3월 30일까지 1,000만 엔을 변제하고, 3차는 2018년 3월 30일까지 850만 엔을 변제한다고 되어 있다.

그에게 변제한다고 약속한 돈은 이자를 포함하여 총 2,850만 엔이었다. 2,850만 엔화(円貨)면 현재 한국 돈으로 3억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이 같은 공정증서 등을 작성하면서 E법무법인에 275만 엔을 지불하였다.

“고소를 취하하고 공정증서를 작성했으므로 다시 한 번 믿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3월 30일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필자가 에리구치 씨의 사연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작년 여름쯤이었다. 에리구치 씨는 주지도 않을 돈을 받으러 왔다가 빈손으로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에리구치 씨는 변호사 비용도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변제합의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변제합의서. ⓒ이복남
필자가 관계자들에게 문의를 해 보니 일반적으로 10%가 변호사 비용이니 무리한 것은 아니지만 돈 한 푼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변호사 비용이 좀 과한 것 같다고는 했다. 그리고 이미 경찰서에서 사기죄가 안 된다고 했고, 민사는 돈을 갚겠다고 했지만 돈을 안 주면 받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번에 필자가 에리구치 씨를 만났을 때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3년간이나 고령의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었는데 2015년 3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더욱 더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평생 벌어서 모은 돈인데 남의 돈까지 있으니 죽을 지경입니다.”

더구나 그와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도 3명이나 걸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에리구치 씨는 국적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다 같은 지구촌 사람인데 이렇게 되어서 A씨와 B씨가 너무 야속하고 서운하다고 했다.

에리구치 씨와 두사람의 통역사.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에리구치 씨와 두사람의 통역사. ⓒ이복남
토요타에서 그가 하는 일은 선반 및 밀링가공인데 어떻게 하면 좀 더 부드럽고 편리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란다. 그 일을 한 지 어느 듯 30년이 지나서 이제는 지도자의 입장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단다.

토요타에는 7만 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장애인은 300명 정도라고 했다. 토요타에는 55세부터 60세까지가 정년인데 재고용으로 65세까지는 일할 수 있지만 그는 55세에 정년을 할 예정이란다. 조금이라도 덜 오염된 깨끗한 지구를 후세 물려주고 싶다는 소망과 장애인복지를 위해서 오리털 보온덮개도 그래서 시작한 것인데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돈을 빨리 잊고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다른 농아들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습니다.”

그는 아직도 그 일을 못 잊어하는 것 같았지만 정년 후에 해 보겠다며, 한국에 온 김에 농아호떡이라 불리는 기름기 없는 호떡 굽는 법을 배우기로 했단다. 물론 농아호떡방법을 배우는 데는 한국어 수화통역은 따로 필요치 않았다. 에리구치 씨가 지난 과거는 빨리 잊어버리고 앞으로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

*에리구치 씨 인터뷰는 일본어 수화는 청각장애인 김미경 님이 통역했고, 한국어 수화는 강주수 님이 통역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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